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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아재’ 되는 법

2019년 6월호(11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10. 1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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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spective & prospective 21]

현명한 '아재' 되는 법

 

 “요즘 아이들은... 쯧쯧...” 이 말은 내가 20대 시절에도 들었고, 우리 부모님이 그 나이였을 때도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소크라테스도 그런 얘기를 했다던가? 이 말이 유구히 내려져 오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젊은이들 또한 기성세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갈등이 있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상황은 정치, 경제적으로 많은 난관에 직면해 있지만 어쩌면 가장 큰 난관은 계층 간, 세대 간 단절이라고 할 만큼 연령에 따른 부조화와 대화 단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 차장은 박 사원이 매번 작업해 오는 아웃풋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박 사원이 깔끔하게 스스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니 갈수록 피드백을 하는 횟수도 잦아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사원이 해야 할 업무도 김 차장이 처리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하지만 박 사원의 입장은 좀 다르다. 아무리 노력해도 정해진 시간 내에 아웃풋의 품질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처음부터 김 차장이 업무지시를 정확하게 해주고 중간 중간 업무를 봐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 일처럼 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선배 직원이 협력의식을 발휘하여 업무를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990년생이 사회에 진입을 하고 밀레니얼 세대*라고 일컫는 2000년생은 20대 문턱을 밟았다. 88서울올림픽의 영광과 TV외화‘600만 불의 사나이’에 대한 향수, 문화대통령이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한 추억이 없는 세대가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반면에 70년대 고도성장을 거쳐 민주화운동에 이바지했던 386세대, 90년대 황금문화와 IMF라는 불운을 동시에 누린 ‘신인류’X세대는 이제 사무실의 ‘꼰대’로 물러나는 분위기다. 서점가에는 신인류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섹션에 놓여 있고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이들,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꼰대 아저씨’들의 발길이 서점가로 향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 중인 회사원 이 모씨는 최근 부모님과 작은 갈등을 빚었다. 지난 3월로 입사 만 3년이 된 이씨는 그간 모은 돈으로 평소 갖고 싶어 했던 외제차를 사겠다는 뜻을 부모님께 전달한 것. 이씨는 부모님은 내게 “당장 차가 급한 것도 아니고, 평소처럼 부모님 차를 쓰면 되지 않냐. 그 보단 내 집 장만을 위해 돈을 모으는 게 먼저 아니냐”고 하시더라. 하지만 나는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고, 갖고 싶은 차를 사는 게 우선”이라고 말씀드렸다. 실랑이 끝에 외제차를 구입했다. 통장 잔고는 텅 비었지만, 주말에 새 차를 타고 드라이브 할 때마다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비단 회사 조직 내에서만 갈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엄마는 X세대이고 아이는 밀레니얼 세대인 가정의 모습 속에서 사춘기와 갱년기가 극렬히 부딪히는 현상도 경험했고, 아날로그 세대인 부모는 태생이 디지털에 익숙한 자녀 세대가 공부하면서 음악을 듣거나 책상에서 공부하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깨우치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듯싶다. 중국도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소비계층을 ‘80後 (바링허우)세대’라고 하여 이전 세대와는 다른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이 변함에 따라 생각도 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우리 사회처럼 짧은 시간에 급격한 변화를 겪은 곳에서는 세대 간 의식의 차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세대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유는 각 세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이룩해 놓은 업적과 논리를 젊은 세대에게 강요하고 싶어 하고, 오래된 가치관에 빠져 새로운 가치관을 거부하고 과거 성공에 집착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기성세대의 강요를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긴다.
 
 이제 꼰대인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에 대한 ‘방관’과 ‘배척’보다는 그들을 제대로 알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사회를 갈등과 분열의 구조가 아닌 통합의 구조로 이해하고 있는 낙관적인 시각을 가진 젊은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자세를 먼저 장착해야 한다.
 오늘의 젊은 세대는 지금까지 한국사회를 이끌어왔던 그 어떤 세대보다도 편향적인 흡수나 배척에 휩쓸리지 않고 세계적인 흐름에 균형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세대이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1등하기 위해, 잘살기 위해 가졌던 열등생의 소모전 대신 가장 한국다운 모습을 세계에 심어줄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100세 시대지만 장년과 노년이 보장되지 않는 세대, 사무실에서는 ‘꼰대’ 취급받는 아저씨들은 이대로 물러나야 하는 것일까? 그 아재들이 가진 인맥, 자본, 지식, 경험을 이용해 다른 이들을 후원하고 응원하는 리더십을 활용하면 젊은 세대와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아재가 빛나지 않는 사회는 좋아질 수 없다.

무엇보다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도 언젠가는 ‘꼰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지금은 현재의 아재와 미래의 아재가 현명하게 진화하는 방법을 공부할 때다. 당신은 얼마나 준비되었는가?

 

* 밀레니얼 세대: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정보기술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예술의 전당 교육사업부장 손미정
mirha2000@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6>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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