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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비밀을 품고 있는 ‘산수유’

2019년 6월호(11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10. 1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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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사 이야기 29]

임금님의 비밀을 품고 있는 ‘산수유’

 봄이 오는 길목, 차가운 꽃샘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메마른 가지에 노란 꽃을 매달고 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생강나무 꽃과 모양이 비슷하여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나무껍질과 잎은 전혀 달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껍질을 보면 쉽게 구분 할 수 있지요. 바로 ‘산수유’입니다. 중국이 원산지인 층층나무과 낙엽교목의 산수유나무는 한약으로 사용되며 차로도 음용하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직박구리’를 비롯하여 산새들의 먹이로도 인기가 높지요. 겨울에 눈이 내려 하얗게 된 가지에 매달린 빨간 열매는 사진작가들의 훌륭한 소재입니다.
 국내에서는 전남 구례의 ‘산수유 마을’이 가장 유명합니다. 약 1500여 년 전, 중국 산동성에 살고 있는 처녀가 우리나라로 시집을 오면서 산수유 씨앗을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지리산 부근으로 시집온 그녀는 그 씨앗을 산기슭에 심었고 그 이후 우리나라 전역으로 확산 되었다고 하는데요. 작은 씨앗 하나가 한반도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나무가 되었으니 식물의 번식력은 놀라울 정도로 대단합니다.
 
 산수유나무 이야기는 삼국사기에도 등장합니다. 신라 제48대 왕인 ‘경문왕’은 귀가 매우 컸다고 합니다. 북두장(왕관을 만드는 사람)은 경문왕의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백성들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북두장이 나이가 많아 세상을 뜰 때가 되자 누군가에게는 비밀을 털어 놓아야 맘 편히 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고민 끝에 바람이 부는 날 자신의 집 뒤, 대나무밭에서 큰소리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고 털어 놓았습니다. 북두장이가 죽고 나서 바람이 불때마다 대나무 밭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는 바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북두장이의 음성이었죠. 대나무 밭의 음성이 자신의 비밀인 것을 안 경문왕은 대나무를 모조리 베라고 신하들에게 명령하였습니다. 대나무를 벤 그 자리에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산수유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불 때면 산수유나무에서도 그 소리가 들렸다고 하니 세상에 비밀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바람이 부는 날, 산수유나무를 찾아가 나무에 귀를 대고 들어 보세요. 지금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시인, 숲해설사 장병연
bomnae59@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6>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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