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해설사 이야기 29]
봄이 오는 길목, 차가운 꽃샘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메마른 가지에 노란 꽃을 매달고 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생강나무 꽃과 모양이 비슷하여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나무껍질과 잎은 전혀 달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껍질을 보면 쉽게 구분 할 수 있지요. 바로 ‘산수유’입니다. 중국이 원산지인 층층나무과 낙엽교목의 산수유나무는 한약으로 사용되며 차로도 음용하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직박구리’를 비롯하여 산새들의 먹이로도 인기가 높지요. 겨울에 눈이 내려 하얗게 된 가지에 매달린 빨간 열매는 사진작가들의 훌륭한 소재입니다.
국내에서는 전남 구례의 ‘산수유 마을’이 가장 유명합니다. 약 1500여 년 전, 중국 산동성에 살고 있는 처녀가 우리나라로 시집을 오면서 산수유 씨앗을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지리산 부근으로 시집온 그녀는 그 씨앗을 산기슭에 심었고 그 이후 우리나라 전역으로 확산 되었다고 하는데요. 작은 씨앗 하나가 한반도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나무가 되었으니 식물의 번식력은 놀라울 정도로 대단합니다.
산수유나무 이야기는 삼국사기에도 등장합니다. 신라 제48대 왕인 ‘경문왕’은 귀가 매우 컸다고 합니다. 북두장(왕관을 만드는 사람)은 경문왕의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백성들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북두장이 나이가 많아 세상을 뜰 때가 되자 누군가에게는 비밀을 털어 놓아야 맘 편히 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고민 끝에 바람이 부는 날 자신의 집 뒤, 대나무밭에서 큰소리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고 털어 놓았습니다. 북두장이가 죽고 나서 바람이 불때마다 대나무 밭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는 바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북두장이의 음성이었죠. 대나무 밭의 음성이 자신의 비밀인 것을 안 경문왕은 대나무를 모조리 베라고 신하들에게 명령하였습니다. 대나무를 벤 그 자리에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산수유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불 때면 산수유나무에서도 그 소리가 들렸다고 하니 세상에 비밀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바람이 부는 날, 산수유나무를 찾아가 나무에 귀를 대고 들어 보세요. 지금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시인, 숲해설사 장병연
bomnae59@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6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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