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두만강은 말한다

2019년 7월호(117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10. 14. 21:00

본문

[신간소개]

두만강은 말한다

 5월 신간「두만강은 말한다」는‘한 밀양 박씨 일가의 중국이주 100년사’를 기록한 회고록이다. 구한말 함경도 경흥 땅에 모여 살던 밀양 박씨 일가 중 박의도(1864~1925)가 식솔들을 이끌고 두만강을 건넜다. 이때가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던 해 봄이었다. 함경북도 아오지 근처 게바위 나루터에서 나룻배를 저어 두만강을 건넌 이들은 강물이 휘돌아가는 중국 훈춘 회룡봉 마을에 터를 잡았다. 이 책은 이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가슴 아픈 회억(回憶, 돌이켜 추억함)을 담고 있다. 


 1910년 경술국치, 1919년 3·1운동 및 상해임시정부 수립, 1931년 만주사변, 1937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 발발, 1945년 8·15광복, 1950년 한국동란... 한반도 역사상 유래 없이 질곡의 삶을 감내해야 했던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가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책의 원저자인 박남권(1942~)은 이주 4대손이다. 회억의 중심을 이루는 항일투쟁사와 남북분단사는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와 4촌, 6촌 형제들이 그 주역을 맡고 있다. 일경(日警, 일본 경찰)의 괴롭힘에 병들어 죽은 할아버지 창일, 죽음의 사선에서도 용감하게 항일의 선봉에 섰던 백부 지영·근영 형제, 남편의 뒤를 이어 항일 후근부대원으로 활약하다 총격에 쓰러졌던 할머니, 6·25전쟁 당시 남과 북으로 갈라서 교전을 벌였던 남표, 남룡 6촌간의 전쟁비사, 급기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멀리 소련, 중앙아시아 등지로 흩어져 7개 나라에서 각각 살아가고 있는 기구한 가족비사... 원저자는 생존한 친족들의 증언을 듣기 위해 이들 나라들을 찾아가 구술을 직접 기록하고 국내외의 역사기록물과 사진자료를 찾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편저자인 신완섭은 이런 그의 노력을 높이 사서 중국에서 2015년 출간된 원저자의「두만강변에 서린 애환」2쇄 본을 토대로, 이를 각색·편집하여 대한민국에서도 출간하였다. 저자는 회억(回憶)의 직접적 당사자는 아니다. 그럼에도‘전설로 되어있는 가족의 지난날 역사를 밝히기 위해, 그 문제의 실체를 캐기 위해 고생을 마다않고 두 발로 이곳저곳의 자료를 찾고 가족과 고향 친인척들을 방문하면서 자신이 마치 그 사실을 목격하고 있거나 그 과정을 겪고 있다는 심정으로 묻고 기록해야 만이 비로소 자기가 쓰고 싶고 표현하려는 내용을 비교적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다.’고 보는 그의 집필관을 원저 도처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주어와 술어로만 이루어진 책 제목「두만강은 말한다」는 주체적인 문장이다. 두만강물이 한민족의 눈물로 비유되듯, 이들이 살아온 100여 년간의 삶의 궤적은 두만강 그 자체와 진배없다. 목적어를 의식하지 않고 쏟아내는 밀양 박씨 일가의 가족사는 한 가문의 역사를 뛰어넘어 우리 민족의 역사를 대변한다. 경기문화재단 민간공모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문화콘텐츠 선정작’인「두만강은 말한다-밀양 박씨 일가의 중국이주 백년사」는 다함께 돌아봐야 할 우리 모두의 역사를 소개한다. 


 5월 출간을 한 달 앞두고, 4월 초 닷새간 중국 이주경로 현지답사를 다녀왔다. 연길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인근 용정의 윤동주 시인 생가와 명동학교 기념관을 찾았다. 이튿날 아침 일찍 훈춘으로 넘어가 사흘 내내 훈춘일대 항일유적지를 돌아보았다. 연통라자 - 방천 3국 접경지 - 오도포 - 금당촌 - 이도포 - 옥천동파옥지 - 두만강변 - 회룡봉소학교 - 회룡봉기념탑 - 벌등혁명석굴 - 게바위 나루터- 대황구.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하나같이 항일의 역사가 서린 곳들이다. 답사 중 철책선 너머 두만강 물에서 손을 씻고 감격에 젖어 만세삼창을 외친 일이나, 회룡봉촌에서 마을잔치를 열어주며 명예촌장에 임명된 일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편저자 신완섭/ 고다출판사 발행인
golgoda9988@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7>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