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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들이 보기에는 특별한 삶

2019년 9월호(11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10. 2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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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장류 명인 스토리]

보통사람들이 보기에는 특별한 삶

 

안녕하세요!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독자여러분~~ 저는 가평에서 21년 째 살고 있는 80대 할머니랍니다. 
처음에는 ‘뭐 할머니 이야기를 싣나’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저의 삶이 보통사람들과 다르다며 
자꾸 이야기를  들려 달라 조르더군요. 그래서 짧게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서울 이화동 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통해 문전걸식하는 걸인들을 거두는 것을 보고 몸으로 익히며 자랐습니다. 그 후, 신앙으로 섬기는 삶이 더 다져지기는 했지요.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지 5년, 생계를 위해 된장, 간장, 고추장, 맛 간장, 미숫가루 등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주문을 받아 판매도 하고, 필요한 곳이 있으면 그냥 보내주기도 했지요. 그래서 돈이 모아지면 장학금으로 사용했습니다. 외딴 이 곳에서 혼자 기거하지만 늘 끊이지 않는 손님들로 쉴 새가 없답니다. 남편과 사별 후, 가족이 더 많아졌어요. 무슨 말인고 하니, 환자들이 와서 휴양도 하고, 잠시 머물 곳을 찾던 청년들이 몇 년 씩 함께 기거하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나의 가족이 되어 내 몸으로 낳은 자식이 없어도 누구보다 풍성한 가족이 있는 셈이지요. 
 이런 가족들에게 지금 생각해도 참 잘했다 생각되는 것은,(잠시 기억을 더듬으며) 음악을 아주 잘하는 소년이 있었어요. 이 소년은 제대로 된 좋은 기타가 필요했는데 값이 아주 비쌌습니다. 그런 기타를 살 형편이 안 되는 소년에게 그동안 모은 돈을 털어 기타를 사줬지요. 그 후, 해외에서 좋은 스승을 만나 천재적인 실력을 발휘하면서 성장하더군요. 그런 모습을 보며 비싼 기타를 사준 것보다 더 뿌듯한 것은 바로 이 소년의 중요한 시기를 놓치지 않게 해준 일이랍니다.

 보통 사람들은 나이 들어 외롭고 힘든데 어떻게 이기고 이 일을 하느냐고 묻습니다. 
 이웃을 향해 도와줄 손을 펴고 살면 궁핍할 것 같지만, 참으로 이 손은 펼수록 풍족해져요. 문제는 나 자신인데, 내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면 되요. 김장철에는 서울역 노숙자들, 탈북자들 등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틈틈이 제가 사는 이곳 가평에서 가까이 계신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가기도 하는데 문도 열어주지 않는 분들이 있어요. 이런 분들이 외롭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나의 생활이 특별한 게 아니라 삶의 일부이고, 이렇게 사는 게 나답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도 내 마음을 넓히면 받아들이지 못 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마음을 넓게 갖고 세상을 보자, 어떤 칸(고정관념)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지 말자!”라고 매일 마음먹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나에게 여장부 같다고 하는데(웃음) 여장부 같은 면은 사람들을 대접하고, 나에게는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을 챙길 때 나오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고, 내일 다시 눈을 뜨면 그 날이 전부인 것처럼 살려 합니다. 내 생애를 이렇게 힘써 살다 죽으면 누군가 뒤를 이어가겠지 하는 마음으로요.

 지면상으로는 짧은 이야기지만, 살아오신 삶이 베푸는 삶 그 자체였습니다. 여느 할머니와 다르게 기품이 있고, 목소리에 힘이 느껴지고, 행동의 단호함은 이분의 삶의 발자취 같았죠. 백발의 머리에 총기 어린 눈빛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에서 이분의 노후대책을 보는 듯 했습니다. 음식에 대한 문화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미식가가 되는 첫걸음이다. 미식가는 특별한 사람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갖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그러면 삼시세끼 미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 가평에서 서상길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9>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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