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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 들어보셨나요?

2019년 9월호(11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10. 2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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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이야기]

치유농업, 들어보셨나요?

 

치유농업을 알게 된 지 고작 두 달 정도입니다. 국내에서는 치유농업이 아직 눈에 띄게 활성화되지 않았고, 저 역시 아는 바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분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훗날 여러분이 ‘케어팜(치유농업을 운영하는 농장을 지칭하는 말)’을 접하게 되었을 때 이 글을 떠올리며 치유농업에 대해 되새기고 스스럼없이 활용하길 바랍니다.
제가 치유농업을 알게 된 계기는 농협에서 운영하는‘청년농부사관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입니다.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치유농업이 거론되어 알게 되었습니다.
 
치유농업이란 무엇일까요? 그 뜻을 잠깐 생각해보세요.
치유와 농업. 두 낱말의 의미를 요리조리 결합해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치유농업이란 농업, 농촌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도모하는 산업이나 서비스를 말합니다. 치유농업의 시초는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 유럽의 농업 선진국입니다.
최근 2~3년 사이 국내에서도 사회적 농업이라는 개념과 중복해 급부상하고 있는 농업 분야입니다. 국가 및 지방자치 산하의 농업 관련 연구기관에서 치유농업 시범사업을 운영하는 등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는 힐링, 워라벨 등의 사회적인 분위기에 힘입어 좋은 호응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농업이 가지는 공익적 가치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떻게 보면 치유는 농촌까지 찾아가지 않더라도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신체적 건강의 경우 병원에 내원해 의사의 진단이나 처방을 받아도 되고, 귀여운 자녀나 반려동물을 보면서 혹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지인들과 식사나 티타임을 가지며 마음이 치유되기도 하죠.
하지만 농촌만큼 강력하고 지속적이며 창의적이지는 않습니다. 탁 트인 하늘, 엄마 품처럼 따뜻한 햇살, 눈을 감고 끝없이 느끼고 싶은 바람. 반면에 도심의 모습은 어떤가요? 빌딩 숲에 가려 하늘은 찾기 힘들고,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에는 일하기 바쁩니다. 바람은 어떻고요? 미세먼지 걱정에 창문 열기가 두려운 봄을 보냈습니다.
또한 농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언제든지,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많습니다. 보통 농민들이 농번기 외에는 한가하다고 알고 있지만, 많고 적음의 차이일 뿐 1년 내내 손이 갑니다. 연령대도 걸음마를 막 뗀 아이부터 지팡이 짚은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일원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치매 어르신이나 자폐 아동을 위해 치유농업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농장도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약자의 재활이나 교육에 앞장서는 케어팜이 많이 생겨 우리나라의 복지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케어팜은 어떤 모습일까요? 사실 케어팜에서 준비한 어떠한 농업 활동에 참여한다고 해서 반드시 치유가 된다고 보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의도하지 않은 농업 활동을 하며 치유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치유농업은 여러분 가까이에 있을 수도 있고 전혀 생각지도 않게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치유된다는 느낌을 받았던 농장 두 곳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소개해드릴 곳은 충주시 신니면에 위치한 ‘장안농장’입니다. ‘장안농장’은 류근모 대표의 신념에 따라 ‘자연생태순환농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유기농 채소를 소와 닭, 돼지에게 주어 그 배설물로 퇴비를 만들고 그 퇴비로 유기농 채소를 기르고 판매를 합니다. 또 장안농장에서 키운 유기농 채소와 전국 각지에서 엄선한 ‘열 명의 농부’들이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로 채식뷔페도 운영합니다. 집에서 좀 멀지만 부모님 모시고 꼭 가고 싶은 건강한 식당입니다.
두 번째 소개해드릴 곳은 거창군 거창읍에 위치한 ‘이수미팜베리’입니다. ‘이수미팜베리’는 젊어서 디자인을 공부한 여성 농민 이수미 대표가 운영하는 농장입니다. 산딸기, 복분자, 블루베리 등을 유기농으로 기르고, 수확시기에 맞춰 가면 수확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탁 트여 경치 좋은 언덕에 펜션을 운영하며 정말 맛있는 치즈 돈까스도 치유에 한 몫 합니다.
 
이런 농장을 다니면서 저 역시 자연스레 저만의 케어팜을 꿈꾸게 됩니다. 제가 꿈꾸는 농장은 앞에서 언급한 네덜란드의 전문 케어팜처럼 사회적 약자의 복지 서비스 제고를 위함입니다. 위치는 저 멀리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는 곳이었으면 좋겠고, 드넓은 평야나 멋진 산세가 펼쳐져 있으면 금상첨화겠지요.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예쁜 꽃밭도 만들고, 푸르른 나무와 걷다가 언제든지 쉴 수 있게 나무 아래 벤치도 만들 것입니다. 비교적 재배가 쉬운 식용작물을 골라서 길러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게 건강한 식당도 마련합니다. 소, 돼지, 닭, 개 등을 몇 마리 기르면서 동물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하고, 요가와 같이 심신을 다스리기에 적합한 운동도 진행할 케어팜을 꿈꾼답니다.

 

서울시 강동구 김해솔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9>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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