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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보리수 ‘피나무’

2019년 11월호(12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12. 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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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사 이야기 31]

슈베르트의 보리수 ‘피나무’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의 다섯 번째 곡은 우리가 즐겨 부르는 ‘보리수’입니다. 원제는 ‘Der Lindenbaum’이며 린덴바움은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라고 합니다. 그래서 유럽의 거리와 공원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나무입니다. 유럽인들이 린덴바움으로 부르고 있는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피나무라고 불러요. 예전에는 동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으나 요즘은 산으로 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피나무는 타원형의 날개를 달고 있는 열매가 매우 독특한데요. 그 독특한 열매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하게 만듭니다. 껍질의 섬유질이 매우 질기고 길어서 밧줄이나 끈으로 유용하게 사용하여 이름도 피(皮)나무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껍질만 유용하게 사용되었던 것이 아닙니다. 피나무는 결이 곱고 곧아서 상자와 바둑판, 밥상이나 교자상도 만들었습니다. 교목으로 자라는 굵은 피나무 속을 파내어 항아리로도 썼다고 하니 우리 조상들의 생활에 큰 도움을 준 나무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는 궤짝의 대부분이 이 피나무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인간의 생활에 도움을 주었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카시꽃 보다 늦은 시기에 피는 피나무의 꽃은 꿀벌들이 매우 좋아하는 Bee tree입니다. 꽃이 피어 있는 피나무 아래에 서 있으면 윙윙거리는 꿀벌들의 날개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요. 꽃과 껍질, 목재 등 모두 유용하게 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피나무는 피나무과의 낙엽교목입니다. 피나무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나 대부분의 잎은 하트모양의 작은 산뽕잎처럼 생겼어요. 콩알만 한 열매로 염주를 만드는 보리자나무도 피나무의 일종입니다. 보리자나무의 열매는 다섯 개의 줄이 있어서 염주를 만들기 위해 스님들이 절에 심어두고 보리수나무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피나무처럼 날개를 달고 있는 열매들은 바람을 타고 보다 더 멀리 이동하기를 원하는 피나무 조상들의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하여 좀 더 안전한 곳에서 자리매김 하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가을이 서서히 깊어지고 있습니다. 피나무 아래에서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를 들으며 나그네에게 위안을 주었던 나무의 이야기를 추억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시인, 숲해설사 장병연
bomnae59@hanmail.net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1>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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