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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자신의 꿈을 위해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들!

2019년 11월호(12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 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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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창업스토리]

로컬크리에이터? 자신의 꿈을 위해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들!

 

나만 다른 게 아니었음을 확인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웹 기획자로, 그리고 에이전시 대표로 일을 하며 해외를 경험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다양한 환경 속에 노출되면서 나는 누구일까에 대한 고민,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 등이 생겼죠. 이런 개인적인 고민과 함께 해외 경험도 쌓을 겸 이스라엘로 날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유럽을 드나들며 보낸 6년의 시간이 알게 모르게 개인적인 생활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스라엘은 지형적인 특성상 도시가 이어져 있지 않습니다. 황폐한 환경의 광야 속에서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모여들다 보니 도시들은 띄엄띄엄 떨어져 있지요.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 도시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동네에서 삶을 영위하는, 동네 위주의 삶을 살아가는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저도 그러한 환경에 익숙해졌습니다. 동네 프랜차이즈 피자집을 가도 다 동네 친구이니 서로 안부를 물으며 “나 너 뭐 먹는지 알아. 이거 싫어하지?” 하며 챙겨주고, 헤어샵에 가더라도 “너 요즘 안보이더라? 어떻게 지내?”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지냈습니다. 1년에 한두 번 눈이 오면 각자 눈싸움을 하다가 자연스레 한 곳에 모여 손을 녹이며 안부를 물었죠. 유럽에 가보니 유럽도 큰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결국 동네 단위로 살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한국에 있을 때 가졌던 생각이 변하기 시작하고, 막상 한국에 돌아갔을 때에는 이전과는 좀 다르게 살아도 되겠다는 용기도 얻게 되었죠. 6년 동안 해외에서 지내면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한국에 들어왔는데 들어올 때마다 느꼈던 것은 너무 빠른 한국 시스템에 제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좀 촌스러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웃음) 동네 슈퍼마켓 중심으로 돌아갔던 ‘응답하라 1988’과 같은 상황이 더 이상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계속 한국에 머물렀으면 못 느꼈을 상실감을 외국에서 가끔 한국에 들어오는 제가 더 느낀 것 같기도 합니다. 
해외에 나가기 전에는 계속 서울의 강남에 있었는데, 알게 모르게 제 안에 있던 ‘강남’이라는 자부심이 부끄럽더군요. 밖에 나가보니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데 말이죠.(웃음)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도 되는데 대부분 기존의 시스템에 맞춰서 학교에 진학하고, 직장가고, 결혼하고 이게 당연하지 않은 삶인데 너무 당연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6년의 시간 동안 강하게 실감하였습니다.

 

(사진: BeLocal)

공유오피스 ‘DAIR’의 시작
아이가 태어날 즈음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돌아가면 어떻게 살아야할까. 나중에 우리 아들에게 아빠 고향이라고 보여주고 싶은데 아파트가 고향이라고 보여주기엔 좀 이상하니 우리 동네는 어디로 정해야할까?’이런 고민들을 안고 다시 한국 땅을 밟았죠. 그때 한참 아파트 재개발 붐이 불어서 원래 살았던 강남의 우리 동네는 없어진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정착한 곳이 지금 자리 잡은 방배동입니다. 큰 대로변이 아닌 방배동의 이면도로에 들어오니 예쁘고 작은 가게들도 있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지난 6년의 과거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바로 창업을 했습니다.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고, 저와 뜻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쉐어하우스와 공용 거실의 역할을 할 서점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공유오피스 ‘DAIR’. 그런데 제가 굉장히 바보같이 창업을 했더군요. 수요 조사도 하고, 숫자도 좀 따져보고 창업을 했어야 했는데, 그냥 ‘이렇게 해도 살 수 있겠다’라고 생각해 시작한 것이라 초반에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생소한 분야였기에 책도 사서 보고, 비슷한 유형의 팀들이 어디에 있는지 자료 조사도 하고, 직접 두 발로 찾아가 행사도 경험하며 다른 팀들을 만나서 공부도 하는 등 2년 정도의 과정도 거쳤습니다. 

로컬크리에이터
로컬크리에이터라는 단어는 1~2년 사이에 생겨난 용어입니다. 그 전까지는 문화기획자, 마을활동가, 혁신가, 소셜벤처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다들 로컬크리에이터라는 용어가 생소할텐데 로컬크리에이터는 ‘문화지향성을 갖고 있는 창업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강원도 영월에 한 약국이 있습니다. 이 약국은 일반 약국이 아니라 웹툰, 만화 속에 있는 약국이 실재가 되어 있는 곳이랍니다. 이 약국의 주인은 예전부터 인스타그램에 웹툰을 올리며 ‘내가 약사가 되면 이런 약국을 만들거야’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웹툰도 연재해왔습니다.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고정 팬들도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가 실제 약사국가고시에 합격을 해서 약사가 되었고 약국도 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약국을 웹툰이 현실 세계로 나왔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단순 약국이 아니라 일반 영양제도 웹툰에 연재했던 대로 패키지로 만들고, 추석 선물세트로도 판매하며 웹툰스럽게 공간을 계속 꾸며 나갔습니다. 사실 제가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그 정도의 콘텐츠를 가진 약국이면 당연히 홍대정도에 있을 줄 알았는데, 주소 검색을 해보니 강원도 영월이라는 의외의 곳에 위치해 있어 나름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중들은 이 사람을 그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제가 볼 때에는 로컬크리에이터입니다. 이분은 자신만의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흡입력을 갖고 왔고, 결국엔 지역 상황에 녹여서 사람들이 영월에 갈 이유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영월에 래프팅을 하러 간 것이 아니라 약국 때문에 갔다가 래프팅까지 하게 만든 것이죠.
또 다른 관점으로 ‘로컬’이라는 화두 자체는 개인주의로 돌아왔다는 것과 맞물려 있을 수 있습니다. 나쁜 의미의 개인주의가 아니라 흔히 말하는 국가, 가족, 가문을 생각하는 것에서 개인이 분리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요즘 이기적 이타주의자, 내가 편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내 영역을 침범 받기 싫어 상대방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나 중심의 사고가 로컬과 많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만들어가는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다는 것이지요. 내 친구들의 범주, 내가 움직이고 내가 자주 가는 동네의 범주가 로컬과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의 로컬은 이전의 지역, 지방이라는 개념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향우회’하면 떠오르는 그런 로컬이 아니라는 이야기이지요. 원래 그 지역에 연고지를 둔 사람들이 그곳에서 비즈니스를 잘 하기도 하지만, 새로 들어온 사람들도 그 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로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강릉, 양양 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타 지역 사람들이 전국을 돌다 자신과 가장 잘 맞는 곳을 찾아서 자신의 로컬로 삼는 것입니다. 이렇게 로컬의 개념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바로 내가 코워킹 스페이스
현실적으로 동네 비즈니스 자체가 쉽지는 않습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지요. 개인이든 팀이든 수익을 내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타인을 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상유지를 하면 다행이고, 팬 층이 늘어나면 그 이상 갈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이 오래 걸립니다.
저는 아내와 공동 창업을 했고, 파트너 시스템으로 많이 움직입니다. 제가 공부하는 과정에서 만났던 분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협업하는 케이스도 많이 생겼고, 비즈니스 만남이니 금전거래는 있지만 그분들도 제가 이걸 왜 시작했는지 알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며 같이 일해보자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가 왜 로컬크리에이터일까라는 스스로의 존재감에 대한 고민도 하고, 지금 내 비즈니스의 방향은 옳은가에 대한 고민도 모두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인 친분보다는 공통의 관심사, 서로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일하기 좋은 면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제게는 선순환 구조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제 비즈니스를 잘하기 위해 남 얘기도 많이 하고, 관심을 가지고 로컬 영역을 탐구하고 다니다보니 이 정보 때문에 저희에게 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코워킹 스페이스에 낯선 사람들이 와서 교류하고 새로운 정보를 알기 위해 머물다 가기도 하듯, 바로 제 자신이 ‘코워킹 스페이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생겨 누군가가 B2B를 하자고 제안했을 때 “그곳에 가면 이런 분도 계신대요.”라고 말하며 같이 일할 수 있도록 연결해드리는 것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예전부터 숨겨져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연결하여 새롭게 상상하거나 현실화 시키는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이런 성향이다 보니 네트워킹을 연결시켜주는 일이 제게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로컬크리에이터 협회장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로컬크리에이터 협회라는 건 존재하지 않거든요.(웃음) ‘어느 동네에 누구 있어?’라고 물으면 제가 거의 알고 있으니 장난처럼 다들 그렇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
동네 쉐어 하우스에 살고, 동네 코워킹 스페이스에 가고, 동네 맛 집에 들렀다가, 서점에서 하루를 정리하고 집에 들어가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저 혼자는 거의 불가능한데 전국에 저와 같은 노력을 하고 있는 분들이 존재한다는 얘기도 해보고 싶어 신문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온라인 미디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나는 분들은 모두 영웅 같은 분들입니다. 어려운 일들을 다 뚫고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으니까요. 저도 그 분들에게 받은 것이 많으니 다 같이 성장하고 싶습니다. 
미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까지의 이야기로 구분을 짓는다면 아직은 로컬크리에이터가 많지는 않습니다. 대중화된 적도 없고, 아직 산업군으로 명확하게 대중에게 인지되지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연남동과 연희동을 중심으로 로컬 콘텐츠와 공간에 집중하는 <어반 플레이>나, ‘리얼제주 매거진 인’을 통해 제주 로컬 콘텐츠를 소개하는 <재주상회> 같이 스타트업 형태로 투자를 받는 회사가 최근에 나타나고 있기는 합니다. 로컬 트렌드가 투자의 관점까지 갈 것이라고는 쉽게 예측하지 못했는데 결국엔 로컬크리에이터 분야도 스타트업처럼 독자적인 생태계 영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쩌면 제가 꿈꾸는 것이 별개의 세상이 아닐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것도 생기고 있습니다. 독특한 사람들, 별난 사람들이었는데 이젠 세상에 좀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DAIR, BeLocal 대표 김혁주
서초구 방배천로 14길 7 (방배동), 2층
belocal.kr | 070-4640-0418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1>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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