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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신입이라는 ‘어른이’를 만났을 때

2021년 7월호(14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7. 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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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신입이라는 ‘어른이’를 만났을 때

 

‘직장에서 가장 눈치 보는 사람은 신입 아닌, 낀세대’라는 신문 기사의 타이틀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왜냐고요? 바로 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1년 전 회사에 신입이 들어왔습니다. 회사의 패키지와 웹디자인 업무를 혼자 도맡아 하다 보니 신제품이 나올 때면 일이 많아 헉헉대던 터라 신입이 들어온 것이 너무나 반가웠지요. ‘뭐든 물어보면 잘 가르쳐주고, 내가 알고 있는 노하우들도 아낌없이 알려주고, 점심시간에는 산책도 하고, 맛집도 데려가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훌륭한(?) 사수가 되리라’결심을 했습니다.


첫 3개월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혼자 하던 업무들을 둘이 하니 숨통이 트였습니다. 그동안 바꾸고 싶었지만, 손도 대지 못했던 회사 쇼핑몰에도 변화를 주고, 상세페이지 기획과 디자인에도 좀 더 시간적 여유가 생겨, 외주로 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디자인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6개월 정도 지나니 눈에 콩깍지가 벗겨진 걸까요? 업무 외 생활 속 모습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동영상 미디어에 친숙해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잘하고, 본인이 관심있는 일은 “제가 할 수 있어요.”라고 적극성을 보이고, 윗사람들도 어려워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점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본인의 일이 아니면 주변에서 아무리 바빠도 관심이 없고, 이름을 콕 불러 지시를 해야 딱 그만큼만 하고 슥~ 가버리니… ‘이게 세대 차이인가?’, ‘개인 차이인가?’, ‘아니면 이런 것에 마음상하는 내가 꼰대가 되어 가는 건가?’, ‘나는 왜 이런 상황에 화가 나지?’등등 고민이 커졌습니다. 


스마트폰이 완전 생활화 되어 얼굴을 마주하는 것보다, 카톡으로 말하는 것을 더 선호하고 업무보고도 꼭 카톡으로만 합니다. 얼굴과 표정을 보지 않으니 제대로 이해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화면으로 글자를 읽다보니 대충 보고 이해해서 되묻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아침에 출근을 하면 마치 빼놓을 수 없는 의식처럼 친구들과 한바탕 ‘카톡 수다’를 하고 나서야 업무를 시작하고, 점심시간, 업무 시간에도 카톡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몇 번을 불러 업무시간과 개인 사생활을 구분하라고 따끔하게 혼을 내면, 알겠다고 자신도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며 힘들어 해도 그때뿐입니다. 윗 상사는 “아직 어려 잘 몰라서 그런다며, 요즘 애들 다 그렇다”고 오히려 신입을 두둔해줍니다. 며칠 나왔다가 카톡 문자 하나로 퇴사하고, 출근한 다음날 전화도 꺼놓고 잠적해버렸던 다른 신입들보다는 그래도 낫다는 거지요. 네. 맞습니다. 그런 사람들보다는 훨씬 낫지요. 그렇지만 출근시간을 지키고, 업무시간에는 개인 카톡을 자제하고, 졸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 너무 큰 욕심일까요? 


점차 지각이 잦아져 불러다 주의를 줬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입은 다음날 연락도 없이 15분이나 지각했습니다. 혼났는데 또 지각을 해서 일부러 연락을 안했다는 말에 결국 그동안 쌓였던 것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습관적인 지각, 업무시간에 과도한 개인 카톡,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이 다 들리도록 푹푹 한숨을 쉬는 것, 다른 사람 말을 건성으로 듣고 자기 생각대로 일 처리하는 태도 등등에 대해 쓴소리를 하니 저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나에게 이런 말을 들었으니 마음이 힘들겠구나, 오후에는 좀 다독여줘야겠다’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신입이 할 말이 있다고 찾아왔습니다. 잉? 카톡으로 말하지 않고?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보니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말을 합니다. “저 오늘 너무 힘들어서 오후에 반차 쓰고 싶어요.” 이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상사의 한마디 “어~ 들어가~.”
‘아~ 집에는 내가 가고 싶다고!!’ 


신입과의 이런 갈등을 1년째 겪고 있습니다. 그냥 모른 척한다면 피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각자 자기 일만 기계처럼 하다 가버린다면 우리 삶이 너무 공허할 것 같습니다. 서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서로에 대해 모른척하지 않는 직장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신입에게 당근과 채찍을 어느 시점에 해야 하는지, 나는 어떻게 변해야할지 고민 중입니다.

 

강남구 논현동 김보현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1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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