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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가치를 되살린 기업 ‘코햄체’

2021년 7월호(141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7. 1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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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창업 스토리] 

 

순백의 가치를 되살린 기업 ‘코햄체’

 

“ ‘코햄체’는 폴란드어로 ‘사랑해’라는 뜻인 ‘코함치’를 변형시켜 만들었습니다. 
사랑을 꿈꾸고 사랑을 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다는 의미이자 버려지는 웨딩드레스의 가치를 되살려 새로운 패션 소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코햄체’를 소개하는 박소영대표의 창업스토리를 독자들에게 들려드립니다.

 

 

‘코햄체’의 시작
대학교 4학년 때, 텍스타일(섬유) 디자인 전공을 사업적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구상하다 웨딩드레스를 소재로 선택하면서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웨딩드레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축하받는 특별한 순간을 빛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웨딩드레스는 평균 2~4번 정도 쓰이고 빛이 바래거나 유행이 지나면 버려지게 되지요. 해외에서는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대부분 대여를 해서 입기 때문에 버려지는 웨딩드레스를 상태에 따라 촬영장 의상, 해외 수출, 폐기물로 처리합니다. 이렇게 일 년에 약 170만 벌이 버려지는데, 이것을 소각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대기오염까지 만듭니다. 저는 누군가를 빛내주고, 한 땀 한 땀 디자이너들의 수고와 노력이 담긴 웨딩드레스가 이렇게 버려지는 과정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가치를 잃지 않고 빛날 수 있게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소재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웨딩드레스뿐 아니라 시도해 볼 수 있는 다른 소재들을 찾다 해녀복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즈음 제주도에서 해마다 1000벌 이상의 해녀복이 버려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직접 찾아가서 옷을 받아 업사이클링 하게 되었죠.

해녀복으로 만든 파우치와 물병커버


새로운 가치를 담은 웨딩 제품
제품은 모두 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웨딩드레스를 숍에서 구입해오면, 직접 손세탁을 하고 해체를 시작합니다. 해체는 드레스별로 보통 30분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이렇게 해체된 소재에 디자인하고, 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작에 들어가게 되지요. 주로 드레스의 장식은 액세서리로, 몸통 부분은 가방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원단과 소재마다 만들어지는 제품이 조금씩 다른데, 한 벌의 드레스에서 평균 30개 정도의 제품이 탄생합니다. 현재는 디자인은 제가 맡아서 하고, 제작은 다른 분께 의뢰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가치 있고, 매일 쓰일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파우치를 제작했는데, 소재가 웨딩이다 보니 조금 더 고급화시키면 좋겠다는 조언을 반영해 핸드메이드 파우치와 복주머니 형태의 핸드백도 만들어 펀딩을 진행하고 패션쇼도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방만 제작하다 워낙 남는 원단이 많아, 올해에는 액세서리도 같이 제작하고 가방을 만들 때 친환경 비건 소재인 한지가죽을 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웨딩드레스 해체 작업


업사이클링 한계에 부딪히다
처음 창업했을 때에는 직접 문을 두드리고 찾아다니며 웨딩드레스를 구하는 것이 많이 어려웠습니다. 웨딩드레스를 싸게 구입해오기 때문에 업체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았겠죠. 그런데 다행히 예전에 웨딩 플래너로 일하셨던 학교 교수님께서 웨딩숍을 소개해주셔서 재료를 공급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생겼습니다. 지금은 감사하게도 제가 웨딩드레스로 업사이클링을 하고 있음을 알고 여러 웨딩숍에서 먼저 연락이 옵니다. “버려지는데 가지고 가실래요?”하고 말이죠. 해녀복은 무작정 해녀 연구로 유명하신 교수님을 찾아가 말씀 드렸더니, 제 열정을 보시고 제주도에 계신 해녀분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해녀분들을 찾아갔지만 정말 예상치 못하게 버리는 해녀복이 없다고 하셨죠. 이유를 여쭤보니 절약정신으로 구멍이 나면 메꿔서 입고, 본드로 붙여가며 입는다고 하시더군요. 이렇게 해녀복 또한 한 분 한 분 찾아다니며 옷을 수급하던 것이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버려지는 옷이 생기면 마을 이장님을 통해 몇 벌씩 가져올 수 있게 되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진행이 중지된 상태라 빨리 다시 갈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기업을 저 혼자 유지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 시작한 것이기에 다른 일을 해서라도 메꿔보자 생각해 작년에는 코햄체를 운영하며 여러 다른 일들도 병행했었습니다. 지금은 업사이클링 강의를 하면서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패를 통해 얻은 값진 경험
웨딩드레스를 처음 업사이클링 하면서, 정말 소중하게 다루던 첫 번째 드레스를 다른 업체에 제작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디자인은 하지만 제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업체에 맡겼음에도 불구하고 구상했던 대로 제품이 예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첫 웨딩드레스 업사이클링이라 기대가 컸는데 그만큼 실망도 컸죠. 이 경험을 통해 제가 제작할 줄 알아야 다른 곳에 맡기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제봉하는 것을 배웠고, 제품을 조금 더 섬세하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값진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웨딩드레스 업사이클링(파우치, 귀걸이, 핸드백)


앞으로의 목표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것이 지구로부터 나와서 우리는 빌려 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에는 ‘환경을 생각하자’라는 목표를 가졌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저희 제품을 통해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도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코햄체가 지금은 웨딩드레스를 업사이클링하는 작은 패션 브랜드이지만, 전체적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코햄체의 제품뿐 아니라 다양한 친환경제품들을 한 곳에서 보고 살 수 있는 업사이클링 플랫폼인 플래네티(지구를 빌려 쓰는 사람들)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 제품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하면서 즐겁게 소비하면 좋겠고, 이 커뮤니티를 통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새롭게 탄생을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대구 남구 명덕로 104, 동서문화관 111호
코햄체 박소영 대표 

@cohamcie_official/www.cohamcie.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1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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