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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장의 공부 이야기 #3

2021년 9월호(14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9. 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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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장의 공부 이야기 #3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사이에 극적으로 자기 성적을 끌어올린 학생들에게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다. ‘왜?’라는 질문이다. “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어?” 그 이유들을 모아보면 무언가 보편적 원리를 찾아 이를 거꾸로 적용해 마음을 공부에 두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그 이유들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다양했다. “친구랑 내기를 해서요”,  “엄마가 핸드폰을 바꿔주신다 해서요.”, “친구에게 지는 게 자존심이 상해서요.”, “그냥 하다보니까 재밌어서요.” 내가 찾는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만든, 뭔가 거창하고 이 한마디면 모든 친구들을 공부 쪽으로 시간을 쓰게끔 끌어올 수 있을 것 같은 정제된 ‘공부의 이유’는 따로 없었다. 모두가 아주 다양한, 개별적 이유들이었다. 하지만 많은 인터뷰 속에서 알게 된 학생들의 속마음과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친구들의 그 과정 속에서의 비슷한 패턴 같은 것이 있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 첫째.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 다만 그 ‘바람이 아이를 변화시키고 움직일 수 있게까지 자극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 둘째. 흐름을 타고 공부를 시작한 친구가 ‘어, 되네?’ 하고 깨닫는 순간 게임 끝이다. 심지에 불을 붙이듯 공부에 대해 한 번 붙기 시작한 불은 잘 꺼지지 않는다. 작은 성취를 느껴본 친구들은 알아서 우수한 성적 등이 주는 혜택?에 빠져들어 시키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공부를 한다. 

| 셋째. 습관은 무엇보다 무섭다. 공부도 습관이기에 학습 환경을 조성해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습관처럼 공부에 열중한다. 경험상 집에서 공부가 ‘잘’ 되었던 친구들은 1% 정도 밖에 안 되었고, 아이가 학습을 하는 방이 거실 등 집의 다른 공간과 분리된 특수한 환경이 대부분이었다. 집에 들어오는 순간, 아이들의 긴장은 대부분 풀려버린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존재다. 실제적으로 아이가 몇 시간씩 앉아 학습할 수 있는, 스스로 공부가 잘되는 공간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어려서부터 부모님들에게 강조되어온 학습의 중요성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를‘잘’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경험적으로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학교나 집에서 어떤 ‘특별한’ 대우를 받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은 공부를 해도 오르지 않은 실패의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다만 대부분 공부를 얼마만큼 해야 충분히 하는 것이고, 얼마만큼 암기하고 기억해야 만점에 가까운 시험 점수를 받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늘 자기 공부 수준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늘 지난 20년간 수집해 온, 공부를 제대로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 과목별로 어느 만큼 어떻게 공부를 해야 효율적으로 잘 하는 것이고, 시험 점수가 오를 정도로 준비하는 것인지, 그 경계를 알려 주는 것이다. 현재 고2인 현선이도 그런 친구였다. 고1 1학기 각 과목 4~5등급에 머물러 있던 친구가 여름방학에 찾아와 상담을 했다. 중간고사 보다는 1학기 기말고사가 조금 더 잘 나온 상황. 영문학 계열에 진학하고 싶다는 이야기에 지금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들을 소개해주며 성적이 오르고 있다는 칭찬으로 시작해 도전해 보라며 만점 받는 법, 그 경계가 어딘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알려주었다. 물론 그 방법은 어려운 방법이다. 그것을 그대로 따라올 수 있는 아이들은 흔치 않다. 하지만 그 방법의 반만이라도 흉내 내게 된다면, 지금 성적에서 분명한 반등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부러 다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현선이는 1학년 2학기와 2학년 1학기 시험에서 1등급씩, 모두 2등급씩을 올렸다. 주요 과목들이 2~3등급으로 향상된 것이다. 처음에는 부모님께 성적표를 숨기던 친구가 먼저 성적표를 보여주며, 성적이 올랐다고 좋아하기에 문자로 또 물었다. “왜 공부를 꾸준히 했어?” 하자 “하니까 되더라구요.” 분명하게 되는 길만 보여줘도 할 친구들은 알아서 했다. 단번에 1등급까지 올렸으면 좋았겠지만, 기실 컨설턴트는 느리더라도 말한 대로 따라만 와주어도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현선이에게 다음 단계의 주문을 한다.“기왕 한 김에 끝까지 가보자”이 친구가 얼마나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지켜보며 그 다음 단계를 제시하고 보여줄 뿐. 

오른 성적으로 현선이는 부모님, 학교로부터 칭찬을 받았을 것이고 그 칭찬은 다음 단계로 몰입하는 문을 열었을 것이다. 현재 현선이는 세 권씩 풀라고 시킨 개념 잡는 수학 참고서를 스스로 네 권씩 사서 풀고 있다. 자기 발전에 대한 재미가 붙은 상황, 나는 부모님께 아이가 어렵게 만든 이 흐름을 유지하게끔 괜한 자극들을 하지 말고 조용히 아이를 지원해 달라 당부한다. 현선이는 당부를 실천으로 옮겨 그대로 잘 만든 좋은 케이스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공부하는 ‘척’을 해온, 변화에까지 이끌기 쉽지 않은 나쁜 버릇이 들어버린 친구들의 유형도 있다. 다음 지면에선 그 이야기를 해보겠다. 


바리에테 창의교육 연구소장 임대균
대학인 입시연구소 대표

keaton70@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3>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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