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선생님 아빠~"

교육/크래들코리아 교육현장칼럼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8. 10. 08:19

본문

[크래들코리아 교육현장칼럼 6]


"선생님 아빠~"

 

  요즘 기다리던 비가 내려 좋긴 하지만, 매우 덥고 습해 아이들이 바깥활동하기엔 오히려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부쩍 저희 ‘스마트러닝센터’에는 유치원, 어린이집 등 단체체험 활동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스마트러닝센터’ S.L.C.는 신개념의 어린이 도서관으로 새로운 ‘복합교육문화공간’입니다. 보다 신나고 재미있는 놀이공간인 ‘책 읽어주는 도서관’을 중심으로 오전부터 점심시간까지 어린이 단체 체험을 위주로 운영합니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체험 프로그램 중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신체놀이’가 있는데, 제가 종종 아이들과 직접 놀아주며 공감하는 소중한 시간이죠. 이 중 한 아이의 이야기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 복합교육문화공간 : 스마트러닝센터 S.L.C. >

 

“우성이가 달라졌어요!”
  ‘신체놀이’활동은 실내운동 공간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신체발달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처음 방문한 한 어린이집의 6세반 아이들이 저를 찾아 왔습니다. 항상 하던 방식으로 아이들을 자유롭게 서게 하고 준비운동을 했죠. 그런데 한 아이가 전혀 따라 하지 않는 겁니다. 중간에 친구들과 함께 하자고 독려를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오신 선생님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아이를 대했고, 그 아이는 멍하니 서서 구령과 함께 준비운동을 하는 저를 쳐다보고만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이 ‘김우성’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우성이에게 “우성아! 먼저 선생님과 신체놀이 해보자.”라며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려 했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았지요. 선생님들은 우성이가 너무 소극적이라 그렇다며, 다른 아이와 함께 할 것을 말씀해 주셨지요. 6세반 다른 아이들은 처음에 시범을 보이는 친구를 열심히 바라보았고, 그 친구가 어떻게 하는지 눈으로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꿈쩍않던 우성이가 특히 눈을 떼지 않고 열심히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만 친구의 시범이 끝나고 우성이의 차례가 왔는데 역시나 우성이는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우성이의 손을 잡고 신체놀이 체험을 순서대로 진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끌려오는가 싶던 우성이가 중간쯤부터는 제 손을 놓고 열심히, 그리고 점차 잘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선생님들도 놀랐지요. 또 우성이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6세반 친구들을 응원까지 해주고 있었습니다. 우성이는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신체놀이를 하는 중간에, 마치 다른 아이가 된 것처럼 달라져 있었습니다. 어둡고 불안해하던 표정은 어느새 환하게 웃고 있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열심히 하며 표정에서도 자신감이 차 있었지요. 우성이 손을 잡고, 첫째 점프를 할 때 저는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와~ 우성이 점프 아주 잘하네, 이렇게 잘하는데? 아깐 왜 안했어? 정말 잘하잖아 우성아~~” 사실 이런 이야기는 조금이라도 소극적이거나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우성이는 그보다 정말 잘했던 겁니다. 도대체 우성이는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요?

 

 

  “아빠가 보고 싶어요~~~”

  신체활동이 끝나고 마무리 운동까지 하고난 후, 저는 저도 모르게 이상한 감동을 우성이에게 받았습니다. 우성이가 너무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다른 체험 공간으로 이동하는 뒷모습을 보고 말이죠. 저는 우성이를 따라 ‘그리기 체험관’이라는 ‘뉴미디어아트 체험’과 그리고 ‘빅(Big)블록 놀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우성이는 평소에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며 걱정하던 선생님 앞에서 제일 먼저 물고기와 합성 사진을 찍어 물고기를 통해 자신의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또 바다 영상 속 물고기를 따라 그림을 그리고 ‘빅(Big)블록’으로 바다 속 궁전도 만들고 있었죠. 이때 가장 좋아하던 사람은 선생님도 우성이도 아닌 6세반 친구들이었던 것 같아요. 서로 말을 붙이고 놀자고 하고 함께 만들자고 하며 같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았을 때, 저는 정말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우성이를 보고 놀랐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때 우성이가 갑자기 저를 보고 이렇게 불렀습니다. “아빠 선생님, 선생님 아빠~”, “응? 뭐라고?” 저는 이렇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선생님 아빠~”라고 정확히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우성이와 이야기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우성이 손을 잡고, 컬러 펜을 들고 벽에 함께 그림을 그리자고 했습니다. “우성이, 아빠 좋아하는구나?” 저는 첫마디를 이렇게 했습니다. 그러자, 우성이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며 대답은 하지 않고, 그저 큰 물고기를 그려 달라고만 했습니다. 저는 아빠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 선생님께 살짝 여쭤봤지만, 우성이는 아빠와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반대로 물어봤습니다. “아빠가 잘 놀아주는구나?” 그러자, 우성이는 “아빠가 보고 싶어요.”라고 이야기 하는 겁니다. “왜? 우성아, 아빠가 보고 싶어?”

 


 “아이들은 아빠의 거울입니다.”

  우성이의 아빠는 무척 바쁜가 봅니다. 아빠 얼굴을 잠깐 잠깐 보는데, 바빠서 놀아주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네요. 특히, 남자아이들은 어느 정도의 시기가 되면 아빠를 찾게 된답니다. 어떤 아이들은 4~5세부터, 다른 아이들은 10살이 넘어서부터 말이죠. 우성이는 아빠와 놀고 싶지만 그렇지 못했고, 원래 타고난 성격과 함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소극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지요. ‘아빠들이 아이들의 사회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의 신빙성이 높게 느껴지는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성이는 신체놀이 선생님이었던, 저에게 아빠의 그리움을 투사하였고, 아빠와 놀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희망을 찾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점심 먹는 동안 선생님과 커피 한잔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좀 더 들어 보았습니다. 우성이는 가장 일찍 어린이집에 와서 가장 늦게 집에 가는 아이들 중 하나라고 합니다. ‘맞벌이를 하는 엄마 또한 우성이를 위한 시간이 많지 않겠구나’짐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즐거울 권리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즐거울 권리와 놀며 행복해 할 권리가 있습니다. “선생님 아빠~”라고 불러줘서 너무 고마웠던 우성이, 아니 우성이와 비슷한 많은 아이들이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감동을 준 아이들이 더 많았지만, 왠지 타이핑하는 제 손과 머리는 우성이를 그리고 있는 것이 제가 느낀 미안함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느낄 수 있는 ‘미안함’일 것입니다. 어느 광고 카피처럼 “아빠! 우리 집에 또 놀러와”하는 일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는 게 더욱 아쉽습니다.


크래들코리아 ‘책읽어주는도서관’ 조한상부대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로 197,
일산스마트러닝센터(S.L.C.)
070-4610-1959/010-5388-0828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4호 >에 실려 있습니다.

 

 

< 크래들코리아 교육현장 칼럼 바로가기 >

[교육현장칼럼 1] ‘교육(敎育)’이란 녀석이 유난히 심술을 부리는 우리나라!!

[교육현장칼럼 2] 4차 산업혁명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

[교육현장칼럼 3] ‘이야기의 힘’아이들이 논술을 한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