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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문화를 만나러 오세요! 손커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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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7. 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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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동네가게 스토리]

사람과 문화를 만나러 오세요!

손커피연구소!

 

  또랑또랑한 목소리의 만년 소년 같은 모습의 ‘손커피연구소’ 김승호 대표. 사실 외모만 보면 불도저 같은 열정과 끈기가 어디서 나올까 싶은 의구심이 들더군요. 산뜻하게 건물 외벽을 파란색 페인트로 색칠한 안산의 ‘손커피연구소’와는 달리, 아파트 속에 차분하게 자리 잡은 의왕시 삼동의 ‘손커피연구소’에서 느긋한 저녁 시간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카페를 꿈꾸었다고요?

  1996년 중학생시절부터 카페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 당시 제가 참 감성적인데다가 공부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서, 맛있는 음식도 만들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서 생각한 것이지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지만 워낙 사람을 좋아해 군대 제대 후 2년 동안 전원 카페에서 일하고 25살에 토스트 가게를 오픈했습니다. 제법 잘되는 장사였지만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 사람들과 만나 문화를 이야기하는 카페를 원했던 저는 가게를 접고, 저만의 카페를 세울 계획으로 2006년에 무작정 일본 오사카로 날아갔습니다. 일본 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보다 체계적으로 커피를 배우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을 만들기 위해 경영대학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습니다. 새벽 4시부터 신문 배달에, 낮에는 학교 공부를 하고 다시 오후 4~5시에 고기집에서 일하며 짬짬이 커피회사나 카페를 방문하며 배움의 기회를 찾고 또 찾았습니다. 그러다 오사카의 ‘카로커피’를 찾아가게 되었고, 80세 된 일본 커피 장인인 ‘야스하루’선생님에게 본격적으로 커피를 배우게 되었죠. 이렇게 해서 약 9년 정도 일본에 머물며 커피와 더불어 카페인테리어를 공부했습니다.

 

 

일본에서 은인을 만나다

  2011년 일본의 ‘발명공방’이라는 회사를 알게 된 것은 특별한 행운이었습니다. 일본의 대기업 자회사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이 회사는, 일명 ‘일본의 에디슨’이라고 불리는 발명가 ‘후지무라 야스유키’선생님을 중심으로 특이한 제품을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손으로 커피를 볶는 커피기구도 만들고 있었는데, 다짜고짜 전화해 이 커피용품을 한국에 팔아보겠다 하니 콧방귀도 안 뀌었죠. 인구도 일본보다 3~4배 작은 한국이고, 게다가 아직 학생이니 별 매력이 없었던 거죠. 하지만 물러서지 않고 매일매일 전화하며 제가 한국 커피시장에 대해 쓴 논문도 보냈는데, 그것을 본 회사에서 한번 와보라고 하더군요. 당장에 장장 9시간을 운전해 회사를 찾아가 사장과 떡하고 마주 앉았는데, 제 코에서 갑자기 코피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장은 제품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고 “난 일본 청년들에게는 없는 한국 사람의 이런 점이 좋다. 한국의 젊은이에게는 미래가 있다. 일본에서는 한해 300대 정도 팔리는데 한국에 20대를 팔아도 좋다. 이 열정을 가지고 한 길을 꾸준히 집중해 가라”고 저를 믿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계약을 따내고 저는 그해 2,000대를 한국에 팔았습니다. 때마침 한국에 손으로 커피를 볶는 붐이 한창이었거든요.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일본에 조그맣게 개인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다

  2014년 10월, 한국에서 카페를 오픈하기 위해 완전 귀국을 결정하자 여러 사람이 말렸습니다. 한국에는 이미 커피시장이 포화상태이니 돌아가지 말라고요.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일본에서 커피를 배워 카페는 한국에서 하겠다고 마음먹은 상태라 누구도 말릴 수가 없었죠. 자금도 부족한 가운데 일본 사무실에 앉아 인터넷 위성사진을 통해 카페를 오픈할 장소를 물색하다 지금의 자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당시 이곳은 페인트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고 주변엔 경운기와 비닐하우스가 있었는데... 아! 여기다 했죠. 이곳이라면 북 치고 장구 치고 신나게 커피를 볶을 수 있겠다 싶어 바로 항공권을 예매해 들어와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커피 뿐 아니라 다른 일에서도 이런 열정이 동일하게 있나요?^^) 저는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닌데 한번 하겠다 하면 기대감과 함께,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솟아납니다. 그래서 아침에 나와 밤 늦게 들어가도 지치지 않아요.
  카페 공사는 돈을 마구 들여 꾸미지 않고, 있는 재료들을 살려 새롭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일본에 있을 때 받은 문화충격 중에 하나가 버려진 집을 카페로 만드는데 그 집에 있던 몇 십년의 세월이 지난 달력, 소파를 그대로 두고 카페를 만들어 가는 거였어요. 일본은 오래된 노후주택을 업 & 리사이클링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린 다 뜯어내고 버리고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도 도전해 보았습니다. 버려진 문짝을 리폼하고, 있는 재료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니더군요. 사실 이렇게 하는 공사가 만만치 않아 1~2달 하면 지쳐 나자빠지는데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이게 더 신이 났습니다.
  저에게는 맛있는 커피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일처럼 카페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함께 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오픈과 동시에 몇 명의 직원들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오픈하고 1년 정도는 대부분 적자가 났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오래 멀리갈 수 있는 경영이란 사람이 함께하는 것이기에 돈보다 카페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것이 저에게는 더 중요했습니다.

 

 

커피의 매력

  사람들은 커피가 쉬워서 한다고 하지만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커피의 가장 큰 매력은 새로운 인연들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아이에서 할아버지까지 커피를 통해 새롭게 만나게 되죠. 사람 좋아하는 제가 사람들과의 만남을 제 스스로 소중히 여길 때 ‘아! 내가 커피하기를 잘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사함과 힘든 점

  감사한 것은 인사가 만사인데 알바생이라도 ‘손커피연구소’에서 일하며 자기 일처럼 일하고, 말썽 한번 피우지도 않아 항상 고맙습니다. 그러나 힘든 점은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운영했던 카페인데 상황에 따라 같이 시작했던 파트너가 중간에 일을 그만 두게 되고, 오래 함께 갈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과의 이별이 어렵다는 겁니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끝까지 이 일을 하며 모든 상황을 같이 할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제가 스타벅스에 관한 책을 읽으며 부러웠던 점은 임원진이 한 말이었습니다. “스타벅스를 만나 우리 가족이 풍요로워지고 삶의 질과 내 인생이 바뀌었다”라고 하더군요. 저도 이런 회사를 만들고 싶거든요! 제가 끝까지 함께 할 사람을 지원 해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 지금의 한계를 느끼곤 합니다. 가끔 프렌차이즈 문의가 들어오지만 제가 지향하는 것이 아니어서 거절했습니다.
  처음 이곳에 커피숍을 낸다고 하니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목이 좋지 않은데다가 우범지역이라 6개월을 못 버틸거라고요. 처음에 하루 매출이 5만원도 안 되었지만, 손커피연구소의 컨셉인 ‘커피는 문화다’라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시회와 작은 음악회를 꾸준히 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작과 비교하면 10배 이상의 매출이 오르며 카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엄마들이 특별히 좋아 하는데, 우범지역에 ‘손커피연구소’가 들어와 밝아지고, 공연도 보는 문화적인 공간이 되었다고 말이죠.

 

 

‘손커피연구소’ 계획

  단기계획으로는 학교밖 아이들, 다문화인들에게 바리스타교육과 멘토를 해서 자기 길을 찾아가게 해주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제대로 양성하고자 합니다. 카페에서만 교육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별도의 교육시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실제 아이들이 셀프 인테리어로 카페를 오픈준비 중에 있기도 하구요. 저희 ‘손커피연구소’에 손님으로 왔다가 직원이 되고, 커피선생님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또 일본에서 커피를 배우면서 카페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젠 거꾸로 일본에 카페를 오픈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있습니다.

 

 

  청소년시절 “네가 좋아하는 게 뭐냐”라는 질문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었다는 김승호 대표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한 커피 교육을 요청하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간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새벽에 신문배달을 하고 집에 와 바지가 축축해 만져보니 일하는 내내 하혈로 옷이 피범벅이 되어있던 일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비참하다 생각하지 않았던 그! 이젠 ‘손커피연구소’ 3호점까지 내고, 일본에 다시 커피숍을 준비하면서 손에 쥐는 것은 별로 없다며 그래도 이렇게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해맑은 미소로 웃는 김승호대표는 말 그대로 불도저였습니다. 

*평일 09:00~22:00, 일요일 휴무

손커피연구소 김승호대표
경기 의왕시 부곡 중앙남7길 27
 031-462-3582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3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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