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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편향의 뉴스 바다를 지혜롭게 항해하기

2020년 10월호(13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12. 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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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편향의 뉴스 바다를 지혜롭게 항해하기

 

요즘같이 코로나19 시기에 방~콕! 하면서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부정적인 사건, 사고들로 몸살을 앓고 있지는 않나요? 모처럼 지인과의 만남이나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이런 사건들은 대화의 단골소재가 되곤 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세계 등 어디하나 밝은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마치 숨이 턱턱 막히는 거대한 사막의 모래폭풍 속에서 호흡하는 듯한 느낌이 종종 듭니다. 이어서 가끔은 무기력과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하구요. 나만 그런가 싶어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적당히 신경 끄고 사는 게 답!’이라며 마치 초탈한 사람들처럼 얘기들 합니다. 

 


얼마 전 BBC Future에서 “뉴스가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How the news changes the way we think and behave”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2013년 4월 개최된 보스턴 마라톤대회는 ‘테러’로 인해 잊혀지지 않는 아픈 기억이 되었습니다. 폭발테러로 3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당했으며,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만 16명에 이릅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과 피해를 직접적으로 당한 이들 모두 사고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예상치 못한 연구결과입니다. 바로, 그 사건 이후 며칠 동안 하루 몇 시간씩 관련 뉴스를 시청한 이들은 그 사고를 직접 겪은 이들보다 더 큰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는 겁니다. 부정적 뉴스를 읽은 여성은 다른 과제가 주어졌을 때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 수치가 급격히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반면에 남성이 그렇지 않았던 이유는 남성은 평소에도 상당히 높은 코르티졸 수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특히 여성은 부정적 뉴스를 기억하는데도 남성보다 예민하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부정적 뉴스에 노출되면 무의식에도 영향을 미쳐 트라우마가 되어, 심지어 밤마다 꾸는 꿈에도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심박수를 높이며, 장기적으로는 심혈관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나도 모르게 부정적 사건과 마주하면 굶주린 늑대마냥 본능적 욕구에 이끌려 관련 뉴스와 정보를 수집하느라 훅~ 하고 생각 없이 소비해버린 하루의 한 두 시간이 계속 쌓이면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부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거지요. 


이렇게 뉴스가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소위 ‘부정 편향(negativity bias)’1) 이라는 심리적 특징 때문입니다. 위기에 빠졌다라고 판단되면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하기위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얼핏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반응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부정적인 뉴스의 바다에 쉽게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오늘날 우리는 지구상 어느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든, 그 사건이 마치 바로 옆집에서 일어난 것처럼 느끼며 트라우마에 걸릴 가능성이 활짝 열린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SNS에서 전파되는 뉴스는 우리의 현실 인식을 특히 부정적으로 왜곡하기 쉽습니다. 미디어는 하나같이 선정적 제목과 자극적 그 무언가로 독자의 관심을 끌려는 권력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우리는 선호하는 내용에만 연신‘좋아요’를 눌러대기 때문에, 스스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2) 을 강화시킵니다. 또 SNS는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일 수 있는 장을 열어 ‘에코 챔버 효과(echo chamber effect)’3) 를 더욱 부추깁니다. 또 뉴스는 실제 사실을 알리기보다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4) 를 극대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잘 알려진 행동경제학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에 의하면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95%에게 효과적’ 신약은 ‘실패 확률이 5%’인 신약보다 훨씬 더 믿음직해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두 약은 같은 효과를 가질 뿐입니다. 사람들 머릿속엔 누구나 자기 나이만큼 키워온 개 두 마리가 있다고 합니다. 개의 이름은 ‘편견’과 ‘선입견’인데, 이 개들은 주인의 이성적 사고력을 먹어치워서, 편견과 선입견의 틀(frame) 속에 갇힌 주인은 ‘사건의 실체’를 따지지 못하고 그저 선동에만 끌려 남을 비판하고 정죄합니다. 그래서 이런 프레이밍 효과는 미디어에 의해 주로 대중선동에 악용되곤 합니다. 또한, 최근 공개된 인공지능 GPT-3기술은 인간이 작성한 글과 식별이 어려울 정도의 글을 만들어내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합니다. 이런 인공지능기술이 부정적으로 사용되어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데 사용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하겠지요. 그러면 우리는 이런 부정편향의 시뻘건 뉴스 바다에서 ‘프레이밍 효과’란 상어들과 ‘에코 챔버’와 같은 거대한 태풍과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무시무시한 암초들을 피해, 어떻게 지혜로운 항해를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면벽수도하며 세상을 향해 눈과 귀를 닫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적어도 글, 신문, 잡지를 선택할 때 다음의 기준을 세워 보았습니다 : 
(1) 일차원적인 시각에서의 편협하고 단편적 비판보다는, 역사, 철학, 윤리, 종교 등 총체적이고 균형 있는 비판적 시각과 자기반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지? 
(2) 대중적이고 일반적 사건중심의 평이한 글보다는, 부끄러운 실패와 부족, 민낯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 있는 내용과 소박하지만 진정한 소망을 함께 제시하는 글인지? 
(3) 역사 속의 위대한 인물들의 업적만 칭송하기보다는,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인물의 내면을 살펴보고 그런 인물이 이 시대에 나오기를 기대하는 글인지?
(4) 빛과 같은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을 마냥 찬양만 하거나, 암울한 미래만 드러내기보다 그 엄청난 변화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가치들을 깨닫게 하는 글인지?

이런 기준을 가지고 우연히 만난 것이 바로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를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매달 이 신문을 대할 때면, 유럽의 아기자기한 동네 골목을 다니며 역사 속에 숨겨진 보물들을 발견하는 느낌이랄까요. 그 속에는 인터넷과 SNS에서 만나는 글에서 얻지 못하는 따뜻함과 깊이를 발견합니다. 글을 읽고 있으면 내 삶의 천박함이 드러나 부끄러울 때도 많고, ‘안다’라고 했던 내 지식의 피상성과, 나름 ‘생각한다’고 했던 내 존재의 가벼움에 부끄러움을 가지기도 합니다. 내가 세운 기준 이상의 글을 발견하면, 보물 대하듯 글을 읽고 또 읽습니다. 편집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어떤 독자 분은 저처럼 줄쳐가며 읽으신다 하시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뇌과학’과 ‘인공지능’을 실제로 구현하는 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뇌과학 관련 도서와 국내외 기사들을 자주 보는데요. 뇌과학 연구로 밝혀진 몇 가지 사실을 가지고 앞으로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거나, 인간을 다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는 글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신문에서 소개되는 글은 이런 오만함에서 벗어나,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겸손하게 인간이 가져야할 근본 질문으로 돌아가게 하기 때문에, 글의 깊이는 보통의 뇌과학 글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리고 과학, 기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암울한 미래를 풍자한 ‘블랙미러 Black Mirror’와 같은 외국드라마를 보고나서 얻는 막연한 찜찜함과는 확실하게 다른, 확신과 소망을 발견할 수 있는 글들이었습니다. 맞습니다. 뉴욕타임즈에 실리는 노벨상수상자의 기고내용과 비교하면 그 깊이와 전문성에서는 아직 못 미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글에서는 빠져있는 가장 중요한 철학, 종교, 윤리적 질문을 용기있게 던지는 이런 신문을 어느 사건, 사고, 정치, 경제, 광고로 도배한 다른 신문, 잡지들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이런 귀한 신문을 회사에서 직접 구독해 볼 뿐 아니라, 식사시간이나 대화할 때 소재로 삼기도 하고, 회의시간 전에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보따리 풀듯 하나씩 꺼내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1) 부정편향 : 긍정적인 요소보다 부정적인 요소에 더 관심을 가지는 심리적 현상
2) 확증편향 :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
3) 에코챔버효과 : 소리를 내면 그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듯,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과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하고만 소통하면서 점차 편향된 사고를 갖는 현상
4) 프레이밍 효과 : 어떤 사실을 전달할 때, 어떤 틀 안에 넣느냐에 따라 전달받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

 

서울 금천구에서 애독자 진송씨

caleb@tselem.kr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32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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