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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미생물 디자인하기(1)

2021년 9월호(14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9. 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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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인간, 그리고 디자인 1]

 

집안의 미생물 디자인하기(1)

 

저는 현재 인테리어 시공 현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마을 중심으로 ‘공유지의 희극’ 과 ‘빛-생각 반짝’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에밀리 앤시스의《The Great Indoors》(한국어 제목: 우리는 실내형 인간)라는 책 내용을 중심으로 공간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의 디자인의 역할을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인간은 ‘실내 종’
코로나19로 자동차 보험사들이 활짝 웃을 만큼 집에만 콕 박혀 머물러 생활하는 이른바 ‘집콕’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도, 북미와 유럽 사람은 90%가 넘는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고 있으며, 제한된 옥외공간과는 달리 실내공간은 점점 더 확장되어 2017년 유엔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40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실내공간 면적이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년 일본의 바닥 면적만큼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엄청난 확장입니다. 바야흐로 인간은 명실상부한 실내형 종이 되어 가고 있으며, 실내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실내 생태계 속의 인간
그런데 집콕의 증가를 보험사들만큼이나 환영하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보이지 않는 지구의 지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생물들입니다. 미생물은 지구상의 모든 서식지에 살 수 있으며, 심지어 방사선이 쏟아지는 지구 밖 우주정거장에서도 생존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몸에는 대략 인체 세포수 만큼의 박테리아가 존재할 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1000여 가구의 실내 문틀에서 먼지를 채취해 DNA 조각을 분석한 결과 총 11만 6000종의 박테리아와 6만 3000종의 균류가 발견되었는데, 평균적으로 2000종이 넘는 미생물 룸메이트가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보이지 않는 거대한 미생물의 생태계 속에서 인간은 생활하고 있는 것이죠.


좋은 친구로서 미생물 이해하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 압도적인 종류와 수의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의 동거를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집에 살고 있는 몇몇 미생물들은 질병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급성 폐렴의 원인이 되는 레지오넬라 뉴모필라가 따뜻한 실내배관을 좋아해, 뜨거운 물탱크, 급수탑, 수도꼭지 등에 살면서 공기나 물을 통해 전파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분 좋은 샤워시간을 망칠 수도 있죠. 그러나 음식의 소화를 돕고, 감염에 저항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신진대사를 유지하게 해주며, 심지어 우리 뇌에 영향을 미쳐 기분과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고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좋은 미생물 파트너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많은 실내 미생물이 전적으로 무해하며, 어떤 것은 평생에 걸쳐 우리의 건강에 득이 되기도 합니다.


실내 생태계를 고려한 공간 디자인
이러한 사실은 미생물이 우리의 생활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과 함께, 이 생명체들에게 관심을 더 기울이면 집을 우리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인간은 이러한 미생물을 포함한 실내 생태계를 만들고, 그 생태계의 일부로서 인간은 건강과 후생에 영향을 받기에 이를 고려한 디자인이 필요한 것이죠. 한마디로 미생물도 디자인하는 인테리어와 건축의 시대가 온 것이지요. 이런 의미에서 작은 부분이 될 수도 있지만, 다음의 요소들을 세심하게 고려한 디자인은 건강한 미생물과의 동거를 돕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1) 공간 배치의 고려: 건축가들이 공간 배치 결정하는 것, 즉 어느 공간을 어느 공간 옆에 두고 어는 공간들을 서로 떨어뜨려 놓을지 등은 미생물 군집의 구성에 차이를 가져옵니다. 화장실 변기 시트와 방안 베갯잇 사이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의 종류가 거의 같다는 사실은 놀랍습니다.

2) 문의 개수, 방의 크기, 바닥재의 종류 고려: 어느 두 공간이 생물학적으로 더 많이 연결되어 있을수록, 즉 방문자가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문의 수가 적을수록 그 두 공간의 미생물 프로필이 비슷합니다. 또한 미생물 군집은 방의 크기나 바닥 종류 등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바닥재(장판, 나무, 타일 등)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단순히 난방과 미적인 차원을 넘어 나와 평생 동거할지도 모를 미생물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3) 햇빛, 환기의 고려: 과학자들은 햇빛이 들어오면 실내 먼지에서 몇몇 박테리아 증식이 억제되며, 열고 닫을 수 있는 창문이 있거나 자연 통풍이 잘 되는 방은 식물, 토양, 물과 관련된 미생물이 더 많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이와 달리, 기계로 환기를 하는 방에는 인체에서 나오는 미생물이 더 많이 나왔습니다. 외부 미생물에 노출되는 가운데 면역체계가 강화될 수 있다는 사실은 완벽한 기계식 환기에 대한 집착을 어리석게 만듭니다.

뭐든지 파고들고 분석하는 서양 문화, 특히 서양 과학의 도움으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인간 가까이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생물의 세계를 이해하고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미생물에 대한 관심과 고려는 의료 영역뿐 아니라, 공간을 디자인하는 건축과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서양문화가 동전의 양면처럼 가진 치명적인 약점으로 인해 미생물의 세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번 칼럼에서 다루겠습니다.

 

어메이징 스페이스 대표 고종훈
010-6378-1449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3>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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