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주신 상금
[김단혜 에세이] 아버님이 주신 상금 냉동실에서 하얀 봉투를 꺼낸다. 냉각기에서 나오는 서늘한 공기는 이내 나른한 기운으로 바뀐다. 그해 나는 여름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화장솔 같은 자귀나무 꽃잎 위로 금화처럼 쏟아지던 햇살에 발길을 떼지 못했다. 챙 넓은 모자와 얼굴의 반을 가리는 선글라스로도 그 뜨거움을 막을 수 없었던 여름.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우리 춤으로 양로원을 돌며 지역봉사활동을 다니던 시절이었다. 나는 무던함과 바지런함으로 단원들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어르신들은 며느리를 대하듯 매사 나를 신경 써 챙겨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봉사활동 수기공모’에서 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부상은 삼십만 원이 주어졌다. 글을 써서 받은 최초의 수입이었다. 시아버님께 자랑하자, 기뻐하시며 상금 봉투..
문학/김단혜 에세이
2017. 9. 28.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