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과 상흔 사이
[retrospective & prospective 29] 훈장과 상흔 사이 여름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9월 초쯤이면 우리 발등엔 지난 여름 뜨거운 햇살이 남기고 간 샌들자국이 선명히 남을 것이고, 팔에는 반팔 길이만큼 소매자국이 드리워 질 것입니다. 어린 시절 넘어져 눈썹 부분을 다쳐 꿰맨 적 있는 내 동생의 왼쪽 눈썹은 잘 살펴보면 털이 자라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건 다 육체적인 흔적이지요. 정신적인 흔적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받지 못한 사랑은 트라우마가 되어 애정 결핍이라는 자국을 남길 수 있고, 학창시절 선생님의 작은 칭찬 하나가 뛰어난 예술가를 만들기도 합니다. 모든 경험이 동반된 시간은 자국을 남깁니다. 그것이 육안으로 확인..
2020년 8월호(130호)
2020. 11. 1.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