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임동확) - 같이 음미해 볼까요?
북 - 임동확(1959~) 원하기만 한다면, 난 미래의 시간을 낚는 어부, 영광된 과거를 놓아주지 않는 거만한 황제, 늘 재고로 쌓이곤 하는 현재를 서둘러 처분하려는 상인. 혹은 때와 장소에 따라 난시청지대의 TV 안테나를 타고 기어오르는 나팔꽃이거나 적대적인 세계의 장력張力 속을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로질러가는 도둑고양이. 내리칠수록 더욱 힘을 내는 팽이처럼 난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생의 소용돌이를 반긴다. 단 한 번의 상처도 받지 않는 것처럼 돌연 푸른 강물로 흘러가거나 때로 그 어떤 슬픔도, 부정도 없는 절정의 난타를 즐긴다. 난 빠르고 세차게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미처 예기치 못한 불꽃의 리듬, 말할 수 없는 말의 맥박들로 불끈 일어선다. 아예 처음부터 고통이나 아픔 따위와 무관하다는 듯 매 순..
2021년 3월호(137호)
2021. 4. 3. 2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