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보따리
미련 보따리 어릴 적부터 내 기억 속 할머니의 집은 지저분한 창고였다. 물건을 못 버리고, 내다 버려진 것들을 거친 손으로 보따리에 양손 한가득 주어 오시는 할머니 때문에 집은 항상 쓸모없는 짐이 가득했고, 제각각의 물건들이 집안을 채워 누가 집의 주인인지 모를 정도로 불필요하게 많은 공간을 차지했다. 그 낡고 오래된 짐들과 쓰지도 못하고 아까워 버리지도 못하는 성격에 집안은 항상 난리가 났고 바퀴벌레, 알, 날파리 등 각종 벌레들이 좋아할 아주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집안을 들어설 때부터 풍기는 꼬릿한 냄새부터 앉기도 버겁게 좁은 공간, 유통기한이 지난 상한 음식,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를 식기들, 겁도 없이 바닥을 기어 댕기는 바퀴벌레들에 잔뜩 긴장하며 집안에 들어서 소파에만 앉아있거나 한시라도 빨..
2022년 12월호(158호)
2023. 5. 5. 1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