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가방
이민 가방 자켓 속에 반팔을 미리 입고 떠난 여장임에도 베트남 떤선녓 국제공항에 발을 딛자마자 땀이 비오듯 쏟아졌습니다. 초등학생, 유치원생의 두 아들과 이민 가방 두 개, 크로스 가방을 매고 두려움 속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검색대의 줄은 끝도 없습니다. 아이를 놓칠까 봐 손을 꼭 쥐고 수속을 밟았지요. 이민 가방 속에 잔뜩 싼 물건은 자주 균형을 잃었습니다. 삼십 대 후반에 떠난 타향살이는 사십 대 초반에 끝났습니다. 돌아올 때도 이민 가방 두 개만 갖고 돌아왔습니다. 아이들도 이젠 중학생,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다시는 이 가방을 쓸 일이 없을 거라고 베란다에 쭈그려 놓았는데, 우물에 침 뱉고서 다시 그 물을 마신다고 오 년 전 필리핀으로 떠날 때 다시 그 가방에 여장을 꾸렸습니다. 이번에는 ..
2021년 3월호(137호)
2021. 3. 14. 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