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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나의 친구, 나의 이웃을 소개합니다’

2023년 1월호(15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8. 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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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나의 친구, 나의 이웃을 소개합니다’

 

30여 년 전에 일본 동경에서 1년 반을 지낸 적이 있다. 그때도 나에게 길을 묻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내 외모가 일본 본토 사람처럼 보였던 것인지 의심하지 않고 묻길래 당황을 했다. “저는 일본 사람이 아니어서 길을 잘 모릅니다”라고 말하며 뒤로 물러서곤 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끔 일본 사람으로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일본 사람인데 한국말을 잘해요?”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나의 한국말 발음이 서툰 것인지? 진짜로 외모가 일본 사람처럼 생겼는지 모를 일이지만, 그런저런 연유로 일본 사람하고는 친하게 지내야 하는 이유가 많았다. 일본에서 잠시 살았던 인연으로 일본 사람을 만나면 괜히 반가워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더 친절을 베풀고 싶어지기도 한다. 

작년 외교부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2022 ‘한일 나의 친구, 나의 이웃을 소개합니다.’ 공모전에 응모를 했는데 상을 받게 되었다. 공모전 소식을 듣고, 떠오르는 일본 친구들이 많았다. 서울 종로에서 10여 년간 한옥게스트하우스인 유진하우스를 운영해 왔기 때문에, 해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일본 사람들이 먼저 손에 꼽힌다. 그동안 세계에서 유진하우스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나는 혜화동 한옥에서 세계여행 한다》를 출간했는데, 일본 사람들의 이야기는 넘쳐서 고르느라고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다음에는 일본 사람들만의 이야기를 모아서 또 다시 책을 쓰라는 권유를 받고 나서야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작년 공모전에서도 어느 분을 소개할까를 한참이나 생각했다. 고민 끝에 한일역사 문제를 위해 10여 년간 사비를 들여가면서까지 애를 써 오신 오오까후미요(相可文代) 선생님을 소개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중학교에서 사회역사 과목을 가르치다가 은퇴를 하셨는데, 은퇴 후에는 한일 양국을 오가면서 그 문제 많은 ‘한일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온갖 일을 다 해 오셨다. 그러한 수고를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 ‘우리나라 정부에서 꼭 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 왔다. 그런데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서 ‘우리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지’라는 마음으로 지내오다 보니, 아주 친한 사이가 되었다. 마치 친한 친척처럼 여겨져 서로의 어려움까지도 스스럼없이 나누는 관계다. 공모전에 응모한 사람이 100여 명이었다고 하는데 10명만 뽑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10명 안에 들 수 있었나? 싶어 조금은 놀랐다. 아마도 선생님의 행적이 귀한 일이라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받는 상은 내 상이라기보다는 선생님의 상이라 여겨져 선생님께 가장 먼저 연락을 드렸다. “일본 정부에서는 상을 한 번도 받지 못했는데, 한국 정부로부터 상을 받는거냐”고 하면서 한층 더 기뻐하셨다. 

상을 받는 날 외교부에 갔더니,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들이 수상자였다. 수상소감을 짧게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이 한일 양국 간에 다리가 되어 엄청난 일들을 해 온 분들이었다. 어릴 적에는 자주 상을 받는 일이 더러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상을 받는 일이 드문 일이 되었다. 오랜만에 상을 받아서 주변에 자랑을 했더니, 마치 자기들이 받은 것처럼 기뻐해 주고 축하를 해 주었다. 한일 간에 좋은 일을 만드는 일에 대해서는 모두가 두 손 들어 반겨 주었다.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는 일본에 대해 쉽게 잊을 수 없는 깊은 앙금이 남아 있지만, 누구든 나서서 조금이라도 물꼬를 트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야 하지 않는가? 정치가들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민간인들끼리라도 서로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면 거창한 일들까지도 저절로 해결되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작은 일들이 모이고 모이면, 할 수 없다고 여겼던 일들도 거뜬히 풀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올해 2023년, 위드 코로나의 삶이 지속되긴 하겠지만 한일 간의 역사적 화해의 작은 출발점이 놓이길 기대해 본다.  

 

서울 혜화동 유진하우스 김영연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9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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