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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를 둘러싼 기축통화 패권경쟁 준비

2023년 5월호(16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1. 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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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에너지와 환경 11]

수소를 둘러싼 기축통화 패권경쟁 준비

 

페트로 달러
2차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협정은 미국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드는 주요한 협정이었습니다. 브레튼우즈협정 이전의 국제 결제수단은 금이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는 금태환 조항(金兌換, Gold Convertibility Clause)에 따라 국제적 금 거래량과 무관하게 금 1온스(28.34g)가 35달러와 교환 될 수 있도록 의무적 보증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무한하게 찍어내는 달러에 비해, 그에 해당하는 금을 다 가지고 있을 수 없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971년 금본위(금태환) 제도를 폐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미국은 전 세계 금의 70%를 가지고 기축 통화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만, 달러 발행만큼의 금을 물리적으로 계속 가지고 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금본위의 폐지는 달러의 기축통화의 지위를 무너뜨릴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쉽게 기축통화의 지위를 내어줄 미국은 아니었습니다. 복안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죠. 바로 페트로 달러였습니다. 1970년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맺은 비공식계약은 미국이 사우디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오로지 석유의 결제는 달러로만 한다는 약속을 받은 것입니다. 따라서 산업의 피와 같은 석유가 금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고, 결국 달러는 기축통화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기축통화지위와 국제정세 
2차대전 후, 60~70년대 자동차의 증가와 난방 및 전기사용을 위한 발전 등의 증가는 석유 사용을 급격하게 증가시켰으며, 이에 따른 원유생산국들의 동맹인, 아랍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원유 가격인상과 원유생산 제한으로 전 세계는 두 번이나 석유파동을 겪습니다. (1차:1973~1974, 2차:1978~1980) 석유파동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1973년 이슬람과 이스라엘 사이의 4차 중동전쟁을 빌미로 서방국가, 특히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을 압박하며 전 세계적인 문제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석유에 중독된 국제사회는 중동정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에 따른 미국의 중동 개입은 석유의 안전한 확보도 중요하였지만, 석유를 결제하는 달러 패권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길이었습니다. 미국의 페트로 달러 패권은 냉전체제로 미국이 초강대국이 되며 더욱 확고히 되어갔으며, 1991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에도 석유를 둘러싼 중동 개입은 걸프전과 이라크전으로 나타났습니다.

석유와 석유수출국의 입지축소
하지만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는 세계를 심각한 고민으로 빠져들게 했고, 이걸 포기한다면 지금까지의 석유로 쌓아온 문명의 붕괴를 의미했습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1992년 리우환경정상회담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1997년 교토의정서를 발효하게 됩니다. 이에 전 세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계속했고, 이후부터는 석유와 화석연료에 대한 입지는 서서히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셰일혁명은 미국을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만들었으며, 이에 따른 중동 및 산유국들의 지위는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달러와 석유를 동시에 가지는 막강한 파워를 손아귀에 쥐게 되었고, 중동의 지정학적 가치는 점점 떨어졌으며, 미국이 중동문제에 관여하지 않고 더욱 고립주의로 가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다른 세계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호가호위(狐假虎威) 
하지만 중동에서 힘의 부재 속에 여우가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중국입니다. 최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사우디에 국빈으로 초청되어 온갖 예우를 받으며, 석유를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게다가 중국산 훈련기까지 수출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중국은 현재 중동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남미,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자국의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자국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달러 기축통화의 권리를 가져오는 것인데, 아직 위안화가 국제시장에서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지 않다보니, 중동의 맹주이고 이슬람의 본산인 사우디를 대상으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드는 첫 단추를 끼우고 싶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달러의 파워는 살아있고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달러를 사용하는 마당에, 그저 결제 방식이 하나가 더 추가되는 것에 불과하게 되었습니다.

출처-The Scientist


새 술은 새 부대에?
따라서 석유 사용을 줄여가는 시대에 중국의 위안화가 페트로 달러와 같은 역할을 하려면, 이전 시대의 금과 같고, 지금의 석유와도 같은 ‘교환의 근본’이 되는 중요한 매개체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 준비된 것은 전기차 주도 시대에 희토류를 무기로 하며 만들어낸 배터리가 될 것이며, 다음은 수소가 될 것입니다. 물론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게도 에너지 패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열려있습니다. 2030년 정도 되면 수소산업은 현재의 기술발전 수준으로 안정기에 접어들 것입니다. 현재는 기체를 통한 저장방식을 사용하나, 수소의 액화기술이 일반화되면 현재의 LNG처럼 액화하여 압축된 고용량의 수소를 운반하거나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일반화될 것입니다. 따라서 수소를 천연가스처럼 저장하고 운반하며 다시 기화시켜 사용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들게 된다면, 제2의 석유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 이런 수소를 거래하고 이것을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져가게 된다면, 바로 석유와 같은 에너지 패권을 가져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이런 과도기적 상황에 석유에너지에 함몰되어 새로운 에너지 지배구조를 개편하지 않는다면 패권은 다음 패권국으로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왜 수소인가?
그렇다면 왜 수소가 새로운 에너지 패권의 중심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수소는 친환경적이며, 에너지밀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현재 수소는 지난호에서 언급한대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에 따라 그린수소, 블루수소, 그레이수소 등으로 나뉩니다. 수소 생산 시 얼마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느냐로 구분됩니다. 그래서 그린수소, 즉 정말 친환경 에너지가 되기 위해서는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발전으로 수소를 만드는 것이며 물과 전기로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지금 지구상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넘쳐나는 지역이 있지만 전기생산은 송전선로를 통해 사용처로 보내지 않는다면 그냥 없어져 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없어지는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 수소이며, 장기간 보관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수소입니다. 송전선로와 같은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나, 사막과 같이 너무 방대하여 송전선로를 만들 수 없는 지역에서는 수소를 저장하였다가 다시 전기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수소는 에너지 밀도가 높습니다. 수소의 질량당 에너지 밀도는 142kJ/g으로 다른 화석연료와 비교했을 때 천연가스의 3배, 휘발유의 4배나 되고,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 발전효율도 47%이며 이는 화력 35%, 태양광 17%보다 높습니다. 따라서 수소야말로 최고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습니다. 
 
《수소혁명》의 저자 제레미리프킨이 한국에 와서 한 얘기는“한국은 세계의 전환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이 많은데, 에너지기업은 매우 뒤처져 있고, 여전히 구식 에너지 체제에 묶여 있다. 한국도 화석연료에 많이 의존하는 나라”라고 우려를 전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중국은 패권의 전환시대에 미래를 먼저 보고 패권을 쟁탈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제 글이 갑자기 우리나라에게도 패권국이 될 수 있다는 힌트를 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주)그린휠 최승호
ceo@greenwheel.kr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3>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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