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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대만 살이! (2) 직장생활에서 개인사업을 꿈꾸다 

2023년 6월호(16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3. 1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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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인]

 나만의 대만 살이! (2)
직장생활에서 개인사업을 꿈꾸다 

 

 22년 전,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던 한국 회사에서 대만 신주(新竹)지사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타이완에서 시작하기 전에는 주로 배낭여행이 전부였답니다. 대만에서도 IT산업과 전자산업의 메카인 신주(新竹)는 대만의 경제 부흥의 1번지였지요. 타이완 모든 지역에 지진이 나더라도 신주(新竹)만큼은 나면 안 된다는 곳일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기술이 전부였거든요. 간혹 한 두 업체 정도 Made in Korea를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아니, 찾아봐야 했어요. 왜냐면, 제가 거주한 신주(新竹)는 한국으로 치면 경기도 수원 또는 화성이었거든요. 생산지였지만 소비지가 아니였던 만큼, 타이페이(수도)로 나오지 않으면 거의 없었지요. 

“Who are you?”, “Which company?”  
5년간의 대만지사 근무를 마치고, 한국 본사로 복귀하지 않고 운 좋게 TFT-LCD 회사의 대만지사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반도체 장비와 LCD 장비 회사에 7~8년간 근무를 하면서 서서히 개인사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지요. 글로벌 전자산업의 중심 중 하나인 대만에서 IT산업에 종사하면서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은 한국인은 근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던 어느 날, 대만에서 지진이 났습니다. 물론, 지진이 제법 컸던 터라 대만 반도체 회사에서도 정전이 되었고, 다들 반도체 공장에서 나가야만 했어요. 세계 유명 글로벌 기업들의 장비가 거의 전부였던 대만 반도체 공장. 저는 우리 장비가 정전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플래쉬를 들고 불 꺼진 반도체 공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공장 안, 저 멀리 공장 끝에서 누군가 플래쉬를 들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었어요. ‘누굴까?’라고 생각에 잠겼을 때, 상대편에 걸어오는 한 사람이“Who are you?”, “Which company?”이렇게 나에게 물었습니다. 이름과 회사명을 말하자, 안심한 듯 다시 저쪽으로 나갔지요. 며칠 후 회사로 전화가 왔습니다. 고객사에서 감사장을 보내왔어요. 그 당시 말을 건넸던 사람은 고객사의 공장장이었습니다. 그 분이 훗날 저에게 말하길, 정전이 되어 모든 사람이 Fab(반도체 공장)에서 나갔지만 유일하게 우리의 Fab를 당신이 지켜주었다며 고맙다는 뜻을 밝혔지요. 그리고 신규 장비 발주가 이어졌습니다. 그 일은 나에게는 인생의 교훈이 되었습니다. 남들이 하기 싫은 일도 나에게 소중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무모하게 개인사업에 뛰어 들다
그 후 몇 년 뒤, 본사는 몇 번의 타 회사와 기술 제휴, 합병을 통해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결국 대만 지사를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LCD 회사로 옮겨 새로운 사업을 맡게 되었지만 이것 역시 3년 뒤 그만두게 되었답니다. 직장 생활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개인사업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신주(新竹)에서 처음 개인사업을 시작하게 된 저는 설립 자본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회사 설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모한 시작이었던 같아요. 무엇을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시작한 것이었죠. 특히 한인사회가 크지 않은 곳에서 잦은 실수와 무모한 도전의 연속이었답니다. 
  
대만과 한국, 직장문화 차이
대만의 직장 생활은 한국의 직장 생활과 다른 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직장 상사에 대해서 편하게 말하고 생활하는 것이었어요. 한국 회사에 근무할 때는 식당 말고는 먹는 것을 거의 먹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못 먹게 했었습니다. 마시는 음료조차도 자판기와 휴게실에서 허용했고 사무실에서는 전혀 엄두도 못 내었죠. 그러나 대만 회사는 회의실에서 미팅하기 전에 음료수를 서로 나누어 주고 자유롭게 마시고 이야기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특히, 친근하게 다가와서 상사의 어깨를 치기도 했지요. 한국회사는 금지였습니다. 어른이나 직장 상사의 어깨는 커녕 눈빛도 마주치기 어려웠거든요. 이런 자유로운 대만 생활이 어느덧 나에게 적응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회사는 대부분은 Top-Down 방식으로 사장이나 직장 상사가 지시하는 것을 따라야 했습니다. 하지만 대만은 Bottom-Up 방식으로 회의나 토론에 의해 여러 가지 형태의 내용이 직장 상사에게 올라가면 그 중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요. 물론, 이 부분은 회사마다 직장 상사마다 다르기에 결론을 짓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대만 회사는 한국처럼 직장 내 정(情)은 좀 없는 듯 했습니다. 

문득, 바다 한가운데 배를 타고 가는데, 큰 배 하나를 타고 갈 것인가 아니면 작은 배를 나누어 타고 갈 것인가 중에서 어느 것이 좋은지 물어본다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 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물론 바다에 파도가 큰지 아닌지 또한 빨리 가야하는지 아니면 무사히 사람들이 안전하게 도착지까지 가야 하는지 등 이런 변수에 좌우될 것입니다. 저 또한 이런 질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겠지요.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반드시 떠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JNT technology 대표 김규일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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