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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없이 물건사기 = 혼 빼놓고 물건팔기

2020년 3월호(12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4. 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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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비)심리 한 번 들여다볼까요? 10]

자아 없이 물건사기 = 혼 빼놓고 물건팔기

 

자아 없이, 즉 무의식중에 물건을 사서는 되겠습니까? ‘자아 없이 물건사기’는 사용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표현한 말입니다. 그러면 공급자,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혼(을) 빼놓고 물건팔기일 겁니다. 어떻게 하든지 물건을 팔아먹겠다는 심보를 표현한 말이지요. 이전에는 이런 못된 작전을 판매자 혼자서 교묘하게 계획해서 실행했습니다. 대동강을 팔아먹었다는 옛날의 누구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21세기는 대기업들, 특히 거대한 유통업체들은 이런 ‘혼 빼놓고 물건팔기’를 아주 조직적, 계획적으로 하려고 판매, 유통이라는 중립적 이름으로 아예 학문적 연구까지 하는 실정입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21세기의 최신 학문인 뇌과학까지 사용하여 판매실적을 올리려고 한다는 겁니다. 뇌과학은 구체적으로는 신경학, 신경생물학, 신경생리학, 신경내분비학(호르몬)으로 점점 세분화되었습니다. 심지어는 몸의 치료에 흔히 쓰이는 기능적 자기 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 실험을 하면서까지 어떻게든 팔려는 작전이 중역회의 속에서 비밀리에 논의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기법들은, 뿌리 없이 삶을 사는 유일무이한 나라인 미국에서 선도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누구나 들어와서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하는, 어느 누구의 땅도 아닌(Nobody’s Land) 미국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팔아 생존하려는 발버둥 가운데 나온 저질적인 문화현상일 뿐입니다. 이렇게 했을 때 궁극적으로는 개별민족공동체뿐 아니라, (지구)공동체 전체가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환경문제와 같은 것으로 지구가 붕괴될 위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든지 ‘혼 빼놓고 물건팔기’ 전략을 쓰는 기업들을 오히려 연구하고 그 (악한) 작전을 붕괴시키는 전략을 개발해야 하는 겁니다. 즉 자아 없이는 물건을 사지 않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개인적, 공동체적, 역사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할 때입니다. 적어도 20세기 중엽에 장 보드리야르의 지혜(3단계의 소비행태)에서 출발하면서 말입니다: 
필요에 의한 소비 -> 편리를 위한 소비 -> 과시를 위한 소비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에 주목하는 동안, 저는 한 지혜로운 여배우에게 더 관심이 갔습니다. 그녀는 이제부터는 새 옷을 사지 않겠다면서, 이번 시상식에 몇 년 전에 입었던 옷을 다시 입고 나온 겁니다. 소비의 첫 단계에 머물겠다고 결심하는 지혜로운 여인을 저는 본 것입니다.

 

현재 21세기를 살아가면서 ‘자아 없이 물건사지 않기’를 위해 다음의 프로세스를 각자가 명확하게 이해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겁니다 : 
자아 -> 뇌 -> 호르몬 -> 심리(감정) -> 물건사기
자아는 가장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우선 뇌를 봅시다. 예를 들면, 뇌중에서 가장 깊은 곳에 숨어있고 빠르게 판단하며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과정을 주관하는 변연계가 있습니다. 불이 났을 때 순간적으로 피하게 만드는데 꼭 필요한 부위이지요, 하지만 이것이 인간의 매우 다양하고 깊어야 할 모든 행동을 관장하게 한다면, 우리는 뱀과 같은 파충류의 삶을 살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라면 누구나 불을 피해 도망쳐 나온 바로 그 방에 소중한 아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다시 들어갑니다. 이런 희생적 행동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는 전두엽이며, 명령하는 것은 인간에게 정말 고귀한 ‘자아’입니다. 물건 값을 빨간색으로 표기해놓으면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을 아는 유통업자들은 이 빨간색이 주는 자극을 변연계가 순간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뇌과학적 지식을 알고 행합니다. 이것을 저항해야 하지 않을까요?


호르몬은 뇌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신경전달물질’로 이것 때문에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PEA(페닐에틸아민)는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사랑의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행복한 감정을 가지게 만드는 호르몬입니다. 그 시간을 지나서까지 두 사람이 구름 위에 둥둥 떠다니면서 북한강의 커피숍이나 돌아다닌다면 현실을 놓치고 실패한 인생을 살 것입니다. 그러므로 딱 3년만 유효하다고 알려진 이 호르몬은 매우 지혜로운 섭리로 젊은이들에게 준 선물과 같은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을 매년 자극하기 위하여 발렌타인데이, 빼빼로데이를 선전하면서 많이 팔아먹기 전략을 세우는 기업들에게, ‘너희들 호르몬으로 장난치지 마’라고 외치는 것 외에 다른 대응을 할 수는 없을까요? 


마지막으로 자아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아가 우리의 몸을 통제하여 제대로 돈을 주고 물건을 사게 할까요? 뇌과학의 초기 단계에서 물질주의자들은 인간의 자아란 없으며 뇌가 만들어낸 속임수와 허상을 단지 자아라고 지각할 뿐이라고 주장하였지요. 그렇지만 점점 많은 증거들이 나타나서, 자아는 뇌와 별개로 존재한다는 것을, 매우 교만한 서양문명도 이제는 어느 정도 시인해가고 있습니다. 이점에서는 동양의학(동의보감)이 물질주의적이고 분리적인 서양의학보다는 훨씬 지혜롭습니다. 즉 눈에 보이는 오장육부를 말하면서도 ‘삼초’(三焦)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인간이 행동하는 모든 에너지와 힘이 나오는 부위를 여기서 설정합니다. 서양의학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자아가 바로 동양의학이 가정한 삼초와의 관련성을 찾아보는 것이 극단적인 싸움을 벌이는 양쪽이 각각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각각의 한계들을 돌파하는 길일 것입니다. 바로 이 자아는 한 인생을 총체적으로 역사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입니다. 또 이 자아는 혼자만이 아니라 작고 큰 공동체와 지구 전체까지 배려하며 심지어 희생까지 하게 하는 존재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자아는 내가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는 영원한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는 존재입니다. 
바로 여기서 인간은 비로소 종교적 존재로 자기가치를 확인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작은 물건 하나를 사도 이런 승화된 자아의 관점에서 살 뿐 아니라, 그것을 내가 소유하고 사용해 버리기보다는 나누어주기 좋아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경기도 군포시 윤기석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5>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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