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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ㅏ춘ㄱㅣ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2020년 3월호(12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0. 4. 1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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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뇌 이야기1]

 

ㅅㅏ춘ㄱㅣ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출처: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북한이 남한을 쉽사리 쳐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를 아시나요?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바로 다름 아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은 존재들, 사춘기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이랍니다. 왜인지는 굳이 설명 드리지 않아도 짐작하실 테지요. 사실 저도 사춘기에 속하는지라 가끔은 이런 궁금증을 가졌답니다. 이 시기 청소년들은 왜 그리 감정에 쉬 휩쓸려 자기를 잃어버릴까? 단지 어른만큼 인내심이 부족해서일까? 어른들의 옳은 조언에 머리 끄덕이며 동의하고 싶지만, 내 몸은 이미 보아뱀처럼 베베 꼬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이런 반응들이 분명 청소년기의 뇌와 관련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깊이 알고 싶은 마음에 청소년기의 뇌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단순 호기심이었지만, 알아가면 갈수록 이 시기가 한 명의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게 된 중요한 사실들을 [청소년의 뇌 이야기] 코너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사춘기는 기형적 과도기
청소년기는 생물학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대략 13세부터 22~25세까지로 분류합니다.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다들 아는 것처럼 성징이 발달하고, 어른처럼 외형적인 성장이 두드러진 것이겠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특징은 정신적인 성장인데,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사회적 관계 속에 어떤 위치에 있는가라는 자기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를 인지하는 사회적인 존재로의 성장입니다. 또한 뇌의 발달 관점에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우리 뇌는 태어나면서부터 청소년기가 되기까지 폭풍 성장을 합니다. 몸의 거의 모든 에너지를 뇌의 성장을 위해 사용하지요. 뇌가 성장한다는 말은 뇌를 구성하고 있는 뇌세포 즉, 뉴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과 뉴런과 뉴런간의 연결이 하늘의 별만큼이나 셀 수 없을 정도의 복잡한 네트워크로의 형성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이런 양적 성장은 정지하고, 새로운 질적 성장의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일명 가지치기라는 건데요. 나무들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잔가지를 쳐주는 것처럼, 복잡하게 형성된 뉴런의 네트워크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많이 사용되는 뉴런간의 연결은 더 강화되고, 잘 사용되지 않는 불필요한 뉴런의 연결은 잘려져 나가는 식이지요. 쉬운 예로, 어떤 사실을 반복적으로 기억하면 뉴런간의 연결이 강화되어 그 기억이 오래가는 것이 바로 이런 원리입니다. 그리고 이런 가지치기는 나 중심으로 형성된 세계관에서 나를 초월한 세계관으로의 정신적인 전환기와도 관련성을 가집니다. 뇌는 과거 지향적이며, 경로 의존적입니다. 즉, 뉴런의 네트워크들은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면 이전 경험으로 형성된 경로를 따라 반응하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습관이나 가치관을 바꾸는게 그토록 어렵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의 뇌과학적 이유도 이런 점과 연결됩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외형적으로 너무 빨리 성장해서 마치 성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느끼고, 반응하고,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고, 책임지는 수준은 어른들에 한참 못 미치는 기형적 과도기 상태입니다. 이제껏 부모님들이 결정해주던 것을 경험과 지식 등이 부족한 가운데 스스로 결정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갈팡질팡하거나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규범과 규칙 등에 저항하고, 비행적인 행동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런 스트레스 때문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어른들이 외형적인 성장만 보고, 내적 정신적 성장은 간과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아이들만 이럴까요?
청소년기 뇌와 행동 연구의 대가인 영국 UCL 사라 제인 블랙모어 (Sarah-Jayne Blakemore) 교수님은 자신의 저서 에서 청소년기를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먼저는, 대조군 실험을 통해 사춘기 청소년들이 일반적으로 위험을 감수한 과감한 행동(risk-taking)이 많고, 공동체 속에서의 자기를 의식하며 또래와의 관계에서 받는 영향이 크다는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인간과 유사한 포유동물 실험을 통해서 보다 명확한 생물학적 발전의 시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사춘기 시기에 있는 쥐가 일반 성인 쥐보다 위험감수가 크고 틀에 매이지 않고 새로운 환경을 찾아다니며, 또래와 함께 있을 때 더 과감해지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즉, 전형적인 사춘기적 행위가 인간뿐만 아니라 포유동물에게도 나타나는 것을 확인한 것이지요. 세 번째로는 과거의 역사 속에서도 사춘기에 대해 동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청소년은 보이는 것에 대한 사치를 좋아하고, 권위에 대한 경멸과 어른들에게 무례하며, 운동 대신에 수다스러운 것을 사랑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아리스토텔레스는 젊은이들은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끊임없이 욕구를 추구한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어떤가요? 지금 우리나라 청소년들과 많이 다른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뿐 아니라 고대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도 사춘기는 있었고, 이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인종, 문화와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의 퇴행 탈출기
저의 사춘기는 외향적이라기보다 내향적인 모습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덩치는 크지만 간이 콩알만 해서 가출 한 번 안 해봤고, 반항할 만큼 용기도 없어서, 속으로만 생각과 고민을 산더미처럼 하는 편입니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생각과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아이로 계속 살고 싶어서 내가 결정하고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미소와 침묵으로 일관해왔습니다. 침묵하면 반은 가니까요. 그러다보니 주변 어른들에게는 크게 사고 안치고, 순종적이고, 반항하지 않는 착한 아이가 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이런 습관을 벗어나려 해도 족쇄처럼 나를 묶고 있습니다. 솔직한 속내를 들킬까 속마음을 표현하기를 주저하고, 혹시나 나쁜 아이로 보일까 싶어 헝크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혼잣말 하는데 익숙하고, 사람들과 대화할 때에는 여지없지 꿔다 놓은 보리자루로 변합니다. 하지만,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저의 이런 어린아이의 퇴행적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성스럽게 보이려 일부러 말꼬리를 올리지 않기. 여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 대화하기. 선명하게 빠르게, 그리고 단답식이 아닌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표현하기 등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른들의 조언을 들을 때 불쑥 불쑥 치밀어 오르는 억울한 감정을 잘 다독이며 조언을 주시는 분의 마음을 헤아리고, 또 조언의 내용에 집중하면서 감정을 통제하는 것과 경청하는 법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사춘기(思春期)의 단어 뜻을 풀어보면, 생각(사) 봄(춘) 기약할(기), ‘생각이 아직 봄처럼 어린 시기’ 혹은 ‘봄(이성)을 생각하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청년기의 한 단면만 보고 이렇게 부르기엔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주로 이런 용어는 어른들이 사용하는데, 이 단어의 의미처럼 청소년을 단지 생각이 어리거나, 이성만 찾는 시기라는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가지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춘기라는 말 대신 ‘성장기’로 바꾸어 표현하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예전의 상태에서 새로운 상태로 성장해가는 시기’라는 뜻이기에 청소년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춘기=질풍노도’라는 등식도 버립시다. 우리는 한 개인을 판단할 때 보여지는 모습만 가지고 쉽게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청소년기는 한 개인이 사회적인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성장해가는 매우 중요한 단계입니다. 나무가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건강하게 자라듯이 청소년기도 뇌의 가지치기를 통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가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여지는 충동적 행위만으로 쉽게 판단해버리기 보다는 청소년 스스로 깨닫고 변화해가는 것을 돕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변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지고, 경험을 강요하기보다는 선택할 수 있게 시간을 주고 조금 더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려 준다면 훨씬 더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처럼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은 비행이나 일탈을 정당화하기보다 마음의 빗장을 풀고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대화를 시도해 봅시다. 그래서 다음 세대의 주인으로 잘 성장해가는 시기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기 뇌에 관심이 많은 고3 한수정
hansujeong0112@gmail.com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5>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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