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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언어! 한국어 입문 ~~

2021년 10월호(14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1. 10. 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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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언어! 한국어 입문 ~~

 

일본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저는 ‘나나에’라고 합니다. 요즘 엄마의 언어인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배웠으면 더 좋았겠죠. 엄마는 제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쳐질까봐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보다는 피아노와 영어를 가르쳤어요. 가끔 들리는 엄마의 한국어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중학교에 입학해서 영어에 더 집중하느라 한국어 공부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고등학교 입시에 반영하는 동아리 활동으로 한국어 공부를 할 엄두도 못 내었어요. 가끔 방학 때, 한국을 방문할 때면 외할아버지께서 “늘 한국어도 공부해야 한다”하셨는데 고1이 된 지금에서야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언어를 번역해 주는 프로그램들도 나왔지만, 한국어로 말하는 엄마의 ‘빨리’라는 뉘앙스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스무 살이 되면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데 한국으로 정하고 싶고, 앞으로 전공에 있어서도 국제교류관련 일을 해보고 싶어 더 늦기 전에 한국어를 배우려 합니다. 물론 지금도 학교생활 스케줄은 매우 빡빡합니다.


일본의 학교생활은 보통 새벽5시30분에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하고, 7시에는 전철을 타고 이동합니다. 오전9시 수업을 시작해 6시간의 수업이 모두 끝나면 동아리 활동을 해야 하죠. 여러 종류의 동아리가 있는데 저는 브라스밴드 팀에 가입했습니다.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공부 스트레스의 숨통을 틔우고, 자기 취미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되죠. 활동을 잘 하면 입시에도 반영되고요. 무엇보다 친구들과 함께 협동심도 키우고, 대회나 콩쿠르에 나가기 위해 날마다 연습하거나 새로운 우정, 성취감, 다른 학년과의 접촉도 자연스러워 좋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활동 일수가 너무 많아 주말까지 거의 휴일 없이 학교에 가기도 해요.(ㅜㅜ) 심지어 방학을 했을지라도 대회를 준비해야하기에 좀처럼 쉬는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학교가 끝난 방과 후, 공휴일은 동아리로 거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가족여행, 놀이, 자기만의 시간이 거의 없이 바쁘게 지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늦기 전에 시간을 쪼개어 한국어 공부, 운동, 그리고 피아노를 치고 있습니다. 저는 5살 때부터 약 10년간 음악을 접하며 다양한 유명한 곡들을 연주해왔습니다. 특히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꽃의 소리’곡은, 독일 피아니스트 구스타프 랭 Gustav Lange(1830~1889)의 작품「花の唄」입니다. 이 곡은 저의 마지막 피아노 발표회에서 연주한 곡이기도 해서 매우 추억이 깊습니다. 피아노를 치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집중이 되어 몇 시간 훌쩍 지나갔을 때도 있었어요. 정겨운 이곡을 칠 때면 마음이 기쁩니다. 그리고 틈틈이 공부한 한글로 한국 사람들을 많이 사귀어 제가 먼저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고 싶어요. 왜냐하면 일본학교 수업에서나 텔레비전에서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나 언동을 자주 듣기 때문입니다. 제 어머니가 한국인이라 마음 한구석에선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거든요. 실제 한국 사람들을 만나보면 매우 상냥하게 대해 주는데 말이죠. 일본에서도 한국을 비난하고 한국에서도 일본을 비난하는 상황 속에서, 역사를 제대로 알고 서로 사과하고 용서하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론 친구들에게 “일본과 한국 사이가 나쁘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일 뿐, 모두가 일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해요.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마음으로 사과하면 한국 측은 언제까지나 일본의 죄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로간의 이해가 깊어져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첫 걸음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지금까지 엄마와 일본어로 이야기 했다면, 요즘은 제가 조금씩 배우고 외운 한국어가 섞이기 시작하니 기쁩니다. 사실 한국어를 배우기 전부터 엄마는 평소에 저한테 한국어로 말한 적이 많이 있었어요. 그것을 제가 모르척하고 지나갔는데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엄마와 더 깊은 대화를 할 때 이제는 엄마의 모국어인 한국어로 말하고 싶어요. 또한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은 평소에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사용한 엄마 덕에 제 귀에 한국어가 좀 익숙해져 발음이 잘 들리고 쉽게 단어를 외울 수 있었어요. 이 또한 엄마 덕분인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엄마!

 

 

일본 도쿄에서
고1 오야나기 나나에
qeln2839@yahoo.co.jp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4>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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