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달 새
종 달 새 - 권 오 훈 하늘 높이 높이에서 까불대는 종달새 한 마리. 찬바람에 날리듯 빛으로 반짝, 나타났다가 하늘빛 속으로 숨어들고 이내 또 빛을 감고 수/ 직/ 으/ 로/ 떨어져서는 콕! 보리밭에 박힌다. 쪼로롱! 종달새소리가 까무러친다. 보리싹이 파래진다. 같이 음미해 볼까요? 코로나19로 힘든 우리를 위로하려듯이 2021년 봄은 약간 일찍 찾아왔습니다. 이 봄의 전령에는 일찍 피는 소박한 봄꽃들도 있지만 종달새도 있답니다. 함초롬히 앉아서 보아주기를 기다리는 꽃은 우리가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이리저리 자세히 들여다보고 기뻐하는 것을 조용히 즐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종달새는 하늘과 땅이 자기 세상인양 온갖 곡예를 부리며 까붑니다. 우리를 완전히 수동화시키며, 그 어떤 사념도 버린 상태로 무장해제..
2021년 4월호(138호)
2021. 4. 24.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