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대오서점 이야기
[김단혜 에세이] 서촌 대오서점 이야기 햇살을 벗삼아 서촌을 걷습니다. 서촌은 경복궁의 서쪽입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골목에 들어서면 아주 작은 것들이 말을 걸어옵니다. 무심코 내놓은 화분에서는 오래된 시간의 향기가 납니다. 어릴 적 어른들의 신을 거꾸로 신은 어린아이가 되어 신발을 끌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니 뒷걸음으로 걷는 것 같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과의 약속이 있는 오후처럼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기다리듯 천천히 걸을수록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곳입니다. 상점들은 도도하리만치 사람을 유혹하지 않습니다. 물건을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마치 구경만 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양파 파는 인디언 노인이 생각납니다. 망에 걸린 양파 자루를 몽땅 사겠다고 하자 그렇게 팔 수 없다며 양파를..
2018년 10월호(제108호)
2018. 10. 7.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