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안 써져 미치겠어
[김단혜 에세이] 글이 안 써질 때 밖으로 나간다. 나는 정처 없다. 산이거나 들이거나 집이 아닌 곳을 쏘다닌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신경숙은 자전적 소설「외딴방」에서 글을 쓰려면 밖에 있다가도 집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나는 내 속을 뚫고 올라오는 문장을 만나기 위해 습관처럼 밖으로 나온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이 좌판에 오늘 팔 물건을 꺼내는 시간이다. 나는 오늘 하루 얼마나 꺼내 놓을 수 있을까? 오른쪽 어깨에 멘 등판만한 가방에 「밥하기보다 쉬운 글쓰기」와 스프링노트가 들어있다. 빈 노트를 다 채우기 전에는 들어오지 말아야지. 밥하기도, 글쓰기도 만만하지 않아 주방에서 거실로 다시 서재로 들고 다니는 책이다. 글을 쓰려면 유연해지자. 가장 잘 쓸 수 있는 글감을 찾자. 반드시 쓰고 넘어..
2018년 8월호(제106호)
2018. 8. 12. 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