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그 릇
밥 그 릇 - 정호승 -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 번 핥다가 그만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 번은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보았나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보았나 개는 내가 먹다 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있게 먹어보았나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같이 음미해 볼까요? *진한 글씨체는 이해를 돕기 위해 표시했을 뿐입니다 2021년을 시작하는 시간에 이런 시는 껄끄럽고 너무 과격한 것이라고 여겨지나요? 오히려 치열하기도 하고, 새해도 그 고통을 이어가야 할 우한폐..
2021년 1월호(135호)
2021. 2. 3. 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