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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따이한 사랑

2022년 3월호(14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3. 2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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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1]

라이따이한 사랑

 

‘라이따이한’은 대한민국이 1964년부터 참전한 베트남 전쟁에서 대한민국 국군 병사와 현지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뜻합니다. 한국군의 철수와 그 후의 남베트남 정부의 붕괴 속에서 라이따이한은 ‘적군의 아이’로 차별받았습니다. 단어 ‘라이따이한’에서 ‘라이’는 베트남에서 경멸의 의미를 포함한 ‘잡종’을 뜻하며, ‘따이한’은 ‘대한’을 베트남어식으로 읽은 것입니다. 전쟁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인간에 대한 절망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간혹 그 속에서 진정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탄생시키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전쟁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다문화 사랑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출처-MBC 뉴스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중도입국청소년들이 다니는 토요학교에 한 베트남 여성이 13살 된 딸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딸아이는 베트남에서 초등학교 6학년을 마치고 입국하여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적응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적응을 위한 시간을 갖고자 학교는 6학년이 아닌 5학년으로 하향편입을 했습니다. 곧 중학교에 들어갈 준비도 해야 했기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집중적으로 학습하기 위해 센터를 찾은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2000년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당시 산업연수생으로 왔던 베트남 남자친구와의 사이에 아이가 생겨 2002년에 이 딸을 낳게 되었습니다. 아이 아빠는 체류기간이 끝나자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귀국해 버렸습니다. 갓난아이를 혼자 돌보며 하는 일은 기껏해야 아르바이트 수준이어서 매일의 생계가 고단했고 그저 버티는 삶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딸아이가 돌이 되었을 무렵 베트남의 친정어머니께 딸아이를 보냈습니다. 아이는 외할머니와 함께 십이삼 년을 사는 동안 한국에 있는 엄마와는 통화만 하고 한 번도 직접 만나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미등록노동자였기에 출입국의 제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아이를 돌보던 친정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자 홀로 남은 딸아이는 다시 한국의 엄마에게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아이의 엄마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현재의 베트남 남편을 만나 다시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고 그 아이는 3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베트남 남편이 어떻게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궁금하여 좀 더 물어보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현 남편의 아버지는 한국분이고, 어머니는 베트남 분이라고 합니다. 이 두 분은 1968년 베트남 전쟁(1960~1973)에서 만났고 아들 하나를 낳게 되었습니다. 전쟁 가운데서 맺어진 사랑이며 결실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이 아버지는 다시 부인과 아들을 만나기 위해 베트남에 들어갔으나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30년 동안 새로운 가정을 꾸리지도 않은 채 베트남을 오가다 마침내 부인과 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난 1998년, 드디어 부인과 아들이 한국에 들어왔고, 3만5천 명 정도로 알려진 라이따이한의 한 가정이 이렇게 회복되었습니다.
  
그들의 아들은 여느 베트남 노동자들처럼 공장에서 일을 하던 중, 같은 노동자로 일하고 있던 이 여성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인 시아버지와 베트남계 시어머니는 서울 왕십리 주변에서 살고 있고, 이들은 센터에서 가까운 곳(군포)에서 베트남 식당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꿈길에도 헤맸었지 아버지 사는 나라
 뭇 눈총에 찔리며 아프게 걸어 온 세월
 한 많은 라이따이한 그 이름에 어렸다 
                              -조찬섭 시 중에서


수많은 아픔을 남겼던 베트남 전쟁, 그 비인간성을 넘어 30년의 사랑을 이루었지만, 라이따이한으로 30년 이상 살아오던 그 아들은 다시 한국에서 다문화가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그 자녀들을 도와주어야 할 때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에게 위안부 과제가 있듯이 한국에게는 1만 이상의 라이따이한 과제가 있다. 위안부가 우리의 역사이듯이 라이따이한도 우리가 안아야 할 역사다” 
이제 우리가 더 큰 역사의 반성과 배상을 요구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아직 기회가 있을 때 화해의 길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며, 우리 사회 안에 들어 온 이들을 향한 사랑의 실천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김강남 사무국장
군포이주와 다문화센터
경기도 군포시 산본천로 188-1 2,3층
070-4155-797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9>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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