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일, 쉼, 놀이는 건강한 우리의 삶을 위한 삼위일체 ‘생활여가연구소’ 옥성삼 소장

2022년 3월호(149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2. 3. 14. 17:42

본문

[편집장 김미경이 만난 사람]

 

일, 쉼, 놀이는 건강한 우리의 삶을 위한 삼위일체
 ‘생활여가연구소’  옥성삼 소장

 

 

“사람들이 일하고, 쉬고, 놀이하는 것은 각각 독립되어 있는 것 같지만, 우리의 삶은 어느 한가지만으로 이뤄지거나, 한 가지가 없어도 지속 가능하게 계속 유지 될 수 없어요. 일, 쉼, 놀이는 우리의 실제 삶을 이루는 기본요소로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합니다. ”

 

중2,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지다
돌이켜보면, 제겐 중2때 세상을 바라보는 뼈대가 거의 만들어진 것 같아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인생을 도덕적으로만 살아야하나? 하나님은 세상을 왜 만드셨지? 무엇을 하며 사는 게 재밌고 바람직할까?… 삶의 근본적인 고민들을 이때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중3때 뇌종양으로 쓰러져 7년을 누워계시다 소천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하나님께 “이럴 수가 있느냐”며 막 따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고민들이 제가 신학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하여튼 그렇게 신학교를 갔지만, 그곳에서의 저의 모습은 한마디로 자유로운 영혼이었죠. 3년 정도 하나님께 기도하며 제가 목사가 될 확실한 증표를 달라했습니다. 묵묵부답 이시길래 ‘아~ 이 길이 아니구나’하며 포기했어요.(웃음)    

이랜드에 입사, 일중독에 빠지다!
저는 문화 분야로 관심을 돌려 방송사 PD가 되고자 했습니다. 새로운 것들을 창작하고, 원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무엇보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 할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으로 보였거든요. 1년 반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최종에 가서 다 안 되더군요. 그 후, 이랜드에 입사해 3년 반을 완전 몰입해 거의 일중독 수준으로 살았죠. 매일같이 이른 아침에 출근해 늦은 밤까지 일했던 것 같아요. 일뿐 아니라 청소도 어찌나 열심히 했는지, 한 번은 열정이 지나쳐 복도에 왁스를 뿌린다는 게 석유를 뿌리고 청소를 했습니다. 분명히 냄새가 났을 텐데 그것도 몰랐죠. 다른 직원이 이게 뭐냐며 큰일 날 뻔 했다고 해서야 깨달았습니다. ‘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디어 분야에 입문, “I can do it!”  
아는 교수님께서 모 대학과 KBS가 장애인방송(제3라디오)을 개국하는데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가 필요하다며 저에게 제안을 해 오셨습니다. 100여 명의 전문 자원봉사자로 운영되는 곳에서 편성제작, 스텝 관리 및 스튜디오 운용 등 여러 가지일을 하며 4년간 참 열심히 보냈습니다. 경영진 갈등으로 라디오방송을 그만 둔 후, 인터넷 방송, 케이블 방송, DMB, IPTV 등 새로이 등장하는 뉴미디어 분야에서 거의 20년 동안 밤낮없이 일했죠. 사실 저는 원래 좀 느리고 게으르며 멀티 플레이어는 더더욱 아니었는데, 그나마 이랜드에서 고생하며 훈련했던 야성, ‘I can do it!’ 덕분인 것 같았죠. 
미디어 전환기를 거치며 뉴미디어 플랫폼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를 만났습니다. 사업계획서 작성에서 자금 펀딩과 스튜디오 세팅, 스텝 구성 및 교육, 마케팅과 방송운용 등 폭넓은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삶의 균형이 무너지다
2010년 위암 수술은 다시 한 번 제 삶을 성찰하는 계기였습니다. 세브란스 병원 18층에서 8일 정도 입원해 있는 동안 복도를 계속 걸었습니다. 이때 깨달은 게 있었어요. 
먼저는 주위 사람들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당시 호의를 베푼 친구가 저를 철저하게 이용만 한 일도 있고. 뉴미디어를 하다 보니 이 분야의 사업가, 크리스천들을 만나 일을 하면서 원망과 미워하는 맘을 많이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죽음에 대해서도 조금은 자유로워지며 담담하게 받아들여졌죠. 건강과 직장을 잃은 후, 개인사업을 시도 했지만 실패하고 되레 큰 빚을 떠안게 되었어요.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더 큰 빚을 지게 되었죠. 빚을 갚지 못해 재판정에 여러 번 서면서 참으로 ‘내가 죄인이구나’를 피부로 깨달은 절박한 시간이었습니다. 인생의 터널을 통과하며 삶의 균형이 무너져 있었음을 알게 되었죠.  

 

자하문 밖 골목길 순례


‘생활여가연구소’ 탄생
그 와중에도 늦은 나이지만 공부를 했어요. 석사로 여가학(해양레저 비즈니스)을 전공하고, 박사과정으로는 레저 매니지먼트(여가경영)를 전공했죠. ‘여가학’은 그저 놀고먹는 위락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삶을 성찰하며, 삶의 본질적 의미를 가지고 행복하게 살 것인가를 공부하는 것인데, 하면 할수록 힘들어요. 특히 저는 전통 여가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여가경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죠. 그래서 일상에 여가를 어떻게 자리 잡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2012년에 ‘생활여가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수입이 되지 않아,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뉴미디어 연구소인 ‘크로스미디어랩’을 설립해 현재는 두 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일 즐겨하는 것 ‘걷기’
제가 즐겨하는 여가활동은 ‘걷기’입니다. 2008년 제주도 올레길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도 걷기에 대한 바람이 불었죠. 현재는 자전거길, 물레길 등 둘레길만 600개 이상이 되고, 지자체들이 온갖 길들을 다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을 제2의 걷기 르네상스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여가학자들은 변화가 일상화된 세계화(Globalization)가 금세기의 걷기 르네상스를 가져왔다고 주장합니다. 세계화가 가져온 경쟁의 심화, 성공한 1%와 실패한 99%의 양극화 사회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사람들은 걷기에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꼭 관광지나 먼 곳이 아니라도, 주변의 동네골목길을 뚜벅뚜벅 걸으면서 건강도 챙기고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거지요.

골목길 걷기에 대한 해석
걷기는 돈이 들지 않아요. 혼자 걸을 수도, 어울려 걸을 수도 있어 굉장히 유연하죠. 현대 여가의 가장 큰 문제는 상업화된 여가입니다. 놀이공원을 가든, 카페에 가든, 무엇을 하든, 심지어 인터넷 게임도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못하니까요. 하지만 걷기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거든요. 지금은 걷기에 있어서도 동네 골목길과 온라인 골목길이 존재하죠. 우리는 오프라인 골목길을 걸으면서 해설사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 가지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VR, AR의 가상현실 속에서 걸을 수도 있어요. 어떻게 하면 이 두 가지 걷기의 좋은 점을 접목해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골목길 순례를 만들 것인가가 저의 고민입니다. 왜냐하면 실제 현장과 관련해서 ‘발트 베냐민’의 아우라 이론을 무시 할 수 없거든요. 그 공간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기운이 ‘아우라’입니다. ‘터무니’를 찾아 가야하는 이유이죠.(네? 터무니요?) 터에 남아 있는 무늬, 자취, 흔적 말이죠. 그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보통 우리가 터무니없다는 말을 쓰는데 비합리적일 때 쓰지 않습니까? ‘터무니없는 놈들’하면 과거를 잊고, 정체성이 없고, 자기 흔적을 모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죠. 역사는 좋든, 실수를 하든, 부끄러운 흔적이든 그대로 남아있어야 하는 거죠. 승효상 건축가는 ‘터무니’를 지문(地文, 땅의 메시지)이라고도 합니다. 발트 베냐민이 이야기하는 아우라와 통합니다. 이 아우라는 현장 속 그 시점에서 오감, 생각, 상상, 이야기 등을 통해 발현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마냥 앉아서 VR, AR, 메타버스로 걷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는 것이죠.

무한경쟁시대, 생존도 힘든데 쉬고 노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
제가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사실 먹고살기 위해 일하기도 바쁜데… 이게 현실이고 고민이죠. 당연히 맞습니다. 인정해야죠. 그러면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한명철 교수가 말한《피로사회》는 서구자본주의 관점에서 일 중독사회를 분석하며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신자유자본주의 시대는 무한 경쟁을 전제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구조로 볼 때 우리나라 현실은 더욱 좋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130여 년 압축 근대화와 압축성장을 했습니다. 압축 근대화 과정에서 성과와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에너지를 ‘일 중심’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고 이런 사회구조가 자리를 잡았죠. 학교, 직장, 사회, 사람들의 모든 일상생활 속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생산성 중심이 되었으니까요. 이렇게 살다 은퇴하면 할 일 없어 골골하다 병 걸려 사망하는 게 우리나라 20세기 사회문화이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자 생애주기였죠. 간단하게 말하면 이제는 쉼과 놀이, 일 이 세 가지를 균형 있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도 않고, 경험도 하지 않는다면 계속 이렇게 살다 죽을 것입니다. 

 

부암동 무계정사(터)로 넘어가는 좁은 골목길


‘일하고, 쉬고, 놀고’는 상호 연결
이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 중심으로만 굴러갈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 합니다. 사람들이 일하고, 쉬고, 놀이하는 것은 각각 독립되어 있는 것 같지만, 우리의 삶은 어느 한가지만으로 이뤄지거나, 한 가지가 없어도 지속 가능하게 계속 유지 될 수 없어요. 일, 쉼, 놀이는 우리의 실제 삶을 이루는 기본요소로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합니다. 일은 우리 생활의 필요를 해결해주지만, 쉼 없이는 계속 될 수 없고, 우리 삶의 회복력과 지속가능하게 하는 쉼에 즐거운 놀이가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기계적인 삶을 살아가겠습니까? 즐거운 놀이가 있는 쉼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이야기해도 각자 개인의 경험과 사회구조적인 원인으로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는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어요. 어렵지만 개인과 사회적인 노력이 함께 지속적으로 있어야합니다. 더불어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선생님, 친구 등을 통해 워라밸의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경험의 축적 위에서 나에게 맞는 것들을 발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리듬을 타라
‘일과 삶의 조화’를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이 놓치는 게 ‘삶의 리듬’입니다. 보통 일상생활의 패턴은 1주일 단위의 조화와 리듬이 있습니다. 하지만 1년 52주를 매주 같은 균형과 리듬의 생활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변호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는 동안은 100% 균형있게 이 세 가지를 할 수는 없습니다, 밤을 새서 공부 할 때도 있으니까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삶의 조화와 균형을 몇 달 혹은 년 단위로 잡을 필요도 있습니다. 
우리는 일과 쉼과 놀이가 역동적 구조로 가지 않으면 언젠가는 번 아웃 되거나 일탈을 하게 되거든요. 폭탄주가 나온 이유도 빨리 취해 해소하려 하는 것이죠. 여분의 시간이 나면 쉬거나 놀지라고 생각하면 항상 우선순위에 밀려 쉬지 못합니다. 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바로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쉼과 놀이 안에 삶의 행복과 본질이 들어가 있는데, 이걸 잘 발견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죠. 사람들은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여가를 누리지 못하고 쉬이 포기해 버립니다. 누가 이런 쉼과 놀이를 이야기 하면, “네가 지금 쉴 때냐? 공부해야지, 돈 벌어야지”하는 따가운 말들이 따라옵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내면의 생각입니다. 피로사회라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건강한 여가생활에 대한 경험이 없다보니 시간이 주어져도 잘 쉬고 잘 논다는 것은 매우 생소하고 불안한 그 무엇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리듬을 타기 위해 새해가 되면 여가 다이어리를 꼭 1월 달에 작성하는 게 좋습니다. 보통은 올해의 나의 버킷리스트, 나의 목표 등을 중심으로 적어 놓고 그 다음에 뭘 하지 날짜를 정해 놓잖아요? 그러지 말고 먼저 휴가를 언제 낼지, 우리 집 이벤트는 뭐가 있는지… 사실 이리 해놓아도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해놓으면 덜 밀리죠. 요즘 나온 온라인, 오프라인 다이어리가 모두 일 중심으로 되어있어요. 그래도 미리 여가를 적어 놓으면 일과 합의를 보게 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항상 일이 우선순위여서 삶의 리듬을 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옥성삼 소장님은?
저는 1주일에 적어도 하루 아니면 매일 한 두 시간 동네를 걷습니다. 제가 종로 평창동에 사는데 백사실에서 자하문까지 때론 인왕산 자락길로 수성동 계곡과 서촌까지, 아마 이 길은 수백 번도 넘게 걸었을 겁니다. 혼자서도 걷고, 집사람과 싸우면 화해하려고 걷기도 하죠. 때로는 몇 몇 사람들과 여러 골목길을 해설과 함께 순례할 때가 있는데, 의외로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 ‘아~ 이분들이 쉼과 여가를 경험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골목길 순례를 이야기하면 젊은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그다지 탐탁지 않게 생각합니다. 별로 좋아하지 않죠. 저도 여가학 박사과정을 하면서도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나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꼭 경험을 해봐야합니다.

지금까지 목표를 남들보다 더 빨리 경쟁력 있게 이루겠다는 생각으로 몰입했던 것이 우리의 DNA였다면, 이제는 삶의 삼위일체인 일, 쉼, 놀이의 균형 있는 삶으로 나를 위하고 남들도 위하는 개인과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옥성삼 소장님은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인터뷰어인 저도 물론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나와 가족들을 위해 여가 다이어리를 작성한다면 분명 작은 변화라도 경험할 것입니다. 옥성삼 소장님이“올해 공휴일이 며칠인지 아세요?”저에게 질문을 했는데 답을 못했어요. 찾아보니 67일이더군요. 저부터 1주일에 30분 걷기, 여가 다이어리 작성 등으로 저에게 맞는 일, 쉼, 놀이를 찾아야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돈이 들지 않는 걷기부터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9>에 실려 있습니다.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