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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이제는 입지 말고, 내가 명품이 되자

2023년 6월호(16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3. 2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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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명 디자인 이야기 2]

 

명품 브랜드? 
이제는 입지 말고, 내가 명품이 되자

 

며칠 전 경복궁에서 열린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패션쇼 이후 인근 건물에서 늦은 밤까지 음악 소음과 현란한 조명을 외부로 쏘아대는 파티를 열어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인근 주택가의 주민들이 잠을 자지 못하여 신고한 건수가 무려 52건이나 접수되고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브랜드는 명품일지 몰라도 자기들만의 파티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독단적이고 오만한 태도는 너무나 저급이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루이비통이 서울 잠수교 밑에서 패션쇼를 열며 24시간 차량과 자전거, 도보이용을 통제하여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이렇게 작은 나라인 한국에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앞 다투어 들어와 패션쇼를 열며, 최근 들어 열렬히 한국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을까요? 이유는 최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K팝, K컬처 등 한류의 영향이 아시아권을 넘어 글로벌 전역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K컬처와 패션쇼를 어떻게든 연관시키려고 애쓰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연예인들을 동원해 브랜드를 홍보하고, SNS를 통해 사람들의 과시욕을 부추기며 말입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세계에서 명품 소비를 가장 많이 한 나라 1위로 뽑혔습니다.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가 325달러로 미국(280달러)과 중국(55달러)를 크게 앞서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부유층 뿐 아니라 서민층도 명품 구매에 열광한다는 기사는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매우 씁쓸했습니다. 


원래 브랜드의(Brand)란, 문맹률이 높았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에 상점 주인들이 팔고 있는 물건들의 그림이나 표시였습니다. 20세기 초부터 2차 산업과 3차 산업이 크게 발달하기 시작해 기업들이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쟁 기업들과 구분하는데 쓰이는 명칭이나 기호, 디자인 등을 일컫는 말입니다. ‘불에 달구어 지진다’, ‘화인(火印)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된 노르웨이 고어 ‘brandr’에서 유래되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세계 고객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준 브랜드 ‘파타고니아’
브랜드를 만드는 것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용자 중심 사고입니다. 고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고객의 필요를 채우고 더 나아가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켜나갈 때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로 남을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3가지 종류의 브랜드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1) 오리진 스토리 : 브랜드가 만들어진 역사와 브랜드의 사명
2) 브랜드 정체성 : 브랜드 이름, 로고, 심볼 마크, 캐릭터, 슬로건, 패키지, 컬러 등의 구체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그 제품이나 서비스의 본질, 그 기업의 철학 등
3) 고객 스토리 : 고객이 브랜드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으로, 브랜드가 고객의 삶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전달하여 공감을 주는 이야기
이번 2023년 한국에서 명품이나 민폐 브랜드로 인식된 두 브랜드(구찌, 루이비통)와는 다르게 전 세계 고객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준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파타고니아’입니다. 브랜드의 언행일치로 가장 좋은 본을 보인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창업가 자신이 암벽등반가였던 이본 쉬나드가 2022년 9월 회사 지분 전 재산 4조원을 지구 환경을 위해 환경 단체와 비영리 재단에 기부한 것이죠. 본인이 암벽등반가였던 이본 쉬나드 회장은 암벽등반 장비 피톤을 직접 만들어 팔며 사업을 하였으나, 자신이 만든 견고한 피톤으로 암벽들이 훼손되는 것을 보고, 바위에 피해를 주지 않는 초크를 만들기 시작하며 사업의 전환점을 가집니다. 점차 등산 장비 외에 의류로 확대하며 대량 생산을 위해 화학살충제를 쓸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자 생산품 전체를 유기농 면으로 대체하였습니다. 또한 무분별한 생산과 구매를 막기 위해 ‘DON’T BUY THIS JACKET(이 잠바를 사지 마세요)’ 캠페인을 펼친 것은 그들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큰 이슈가 되어 더욱 판매가 증가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지구만이 유일한 주주’라는 선언과 함께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한 이본 쉬나드 회장의 행보는 더욱 충성고객들을 만들고, 전 세계 사람들을 팬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유독 유행에 민감하고, 명품 브랜드에 대해 로망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으로서는 이런 기사들을 볼 때 또 사람들이 그대로 흡수하여 맹목적인 충성심과 동경을 가지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한국은 왜 유독 물질과 명품에 집착하게 되었을까요? 
1) 철저한 유교 사회
중국보다 더 철저히 유교를 지키는 한국, 내세보다 현실을 중시하여 현재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관계 속에서도 부드럽게 예를 다하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체면의 나라입니다. 심지어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옳은 것을 추구하는 마음, 영원세계를 향한 정신, 변하지 않는 가치를 쫓는 정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적이고 영적인 것을 채우지 않고 물질로만 채우려다 보니 눈에 보이는 좋은 것들(명품)을 사용하며 마음의 공허를 채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질의 풍요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더 중요시 여기는 서구문화와는 많이 대조되는 현상입니다. 
 2) 눈치문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양인들에 비해 유독 공동체 의식이 강한 동양에서도 특히 한국은 남들보다 튀거나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격려 받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을 따라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기보다 연예인이나 앰버서더(브랜드를 맡아서 홍보하는 사람)들을 동경하고 모방하느라 유행에 아주 민감하고, SNS 사회관계망을 중시 여기며, 자신을 드러내거나 다른 사람들의 일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내적 실력과 성장보다 겉으로 보이는 것들에 관심이 많고 에너지를 쏟습니다. 


이제는 ‘나 브랜드 시대’
오랜 팬데믹의 시간이 끝나고 이제는 ChatGPT의 등장으로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없어질 직업들 수십, 수백 개가 열거되는 뉴스들을 볼 때마다 과연 미래에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 고민이 되어 불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대체되지 않는 나만의 무기를 가지기 위해서 나는 어떤 차별점을 가질 것인가? 어디에 속한 내가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서의 나만의 가치, 스토리,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제는 유명 명품 브랜드의 옷이 아닌‘나’란 브랜드의 새로운 옷을 만들어 입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편집 디자이너 고경명
joyfuloil@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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