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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신입’의 좌충우돌 직장적응 필살기

2023년 8월호(166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4. 6. 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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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신입’의 좌충우돌 직장적응 필살기



얼마 전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에 ‘취업 필살기’를 썼었는데, 지금은 그런 때가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직장에서 좌충우돌하며 4개월째 ‘직장적응 필살기’를 하고 있습니다. 전에 하던 중국어 교육, 중국어 통번역과 전혀 다른 성격의 무역회사에서 44세의 나이로 취업을 하여 직장초년생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변 지인들은 저를 ‘신삥’이라고 부른답니다. 이곳에서 30대 직장 동료에게 “시간 날 때 엑셀 좀 배우세요.”라는 말을 듣지만, 서러워 할 시간도 여유도 없습니다. 무조건 해내야 합니다. 면접을 볼 때, 비록 무역의 실무 경험은 없지만, 통번역을 하며, 새로운 영역의 내용을 빠르게 익히는 것을 훈련했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치고 당당히 입사를 했습니다. 

‘내 이름은 올드 신삥’
큰소리는 쳤지만 신삥은 신삥이었답니다. 통역을 하며 무역용어를 띄엄띄엄 접하긴 했지만, 실무는 해본 적이 없어, 수입절차, 예를 들면 여러 검역절차, 세관절차, 각 국가의 선박해운마다 조금씩 다른 절차 등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번 들었던 내용을 다시 물어보게 될까 노트에 절차를 하나하나 자세히 적어가며 익혔습니다. 한 달 정도 되니, 노트 하나가 빼곡하게 채워졌습니다.  

드디어 난관에 봉착!
그런데 의외의 난관이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숫자에 대한 감각이 많이 떨어지는 제가 처음으로 원가계산, 외화송금, 품목마다 다른 관세계산 등을 접해야 했습니다. 식은땀에, 불안한 맘을 진정시키려 화장실을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하며 익혀야만 했지요. 제가 젊은 나이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인수인계 해주는 분이 한 번 말하면, 빨리 적었다가 그 다음날부터는 바로 그 일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외화송금은 일주일에 한두 번, 혹은 두세 번을, 한 번에 6~7천만 원 정도 합니다. 한 5년 전쯤, 한중문화협회에서 5개월 정도 재무를 잠시 맡아 한 달에 2천여만 원을 송금한 적이 있는데, 당시 너무 큰돈이라 생각해 잘못 보내면 어쩔까하며 아주 떨려 2주 정도 설사를 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걱정할 시간도, 떨고 있을 여유도 없습니다. 옆에서 아직도 안했냐는 핀잔 섞인 소리를 듣기도 하고, 오래 걸릴 것 같으면 전날 퇴근 전에 미리 계산을 모두 해 놓습니다. 어떻게든 주어진 시간 안에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두 달여 시간을 보내고, 셋째 달이 되어서야 능숙하지는 않아도 제가 맡은 업무는 모두 해 내었던 것 같습니다. 면접 때 큰소리 친 것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늦은 나이에 시작한 회사생활이지만 나중에 제가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몸으로 부딪히며 해내야겠다는 의지를 발동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중국어 통역과는 또 다른 성취감
지금 제가 다니는 회사는 코로나 이전 연매출 180억 정도로 중식 자재를 수입하는 무역회사입니다. 아주 큰 회사는 아니지만, 물동량이 적지는 않습니다. 거의 매일 한 컨테이너씩 수입을 하고 있거든요. 이제 기본적인 무역업무가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환율을 운용하는 것, 그리고 환율의 손익을 파악해 회사 전체 재정의 운용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감각을 익히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식품을 취급하다 보니, 저희 회사에서 취급하는 품목에도 포함되어 있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대체 할 천연감미료를 찾는 일부터, 해외식품 제조공장의 위생 검사 준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여러 식품 인증기준 적용 등 아직 공부해서 적용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 대량 식자재의 사용 편의를 위한 식자재 포장 변경을 위한 아이디어 등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하나하나 도전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전에 했던 교육이나 통역을 할 때 보람을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성취감과 에너지를 얻습니다. 

곧 있을 좌충우돌 인생기도 기대하시라~
 40대 중반에 새로운 직장에서 신삥으로 좌충우돌 하며, 아직은 눈앞의 일들을 해결하기 바쁘지만, 그래도 50대, 60대를 생각하며 해야 할 일들을 함께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회사에서 수입식품을 취급하지만, 제가 회사를 만든다면 한국의 식품을 수출하는 기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때론 이런 생각을 할 때 막막함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그런 경험들을 다음 세대에게 나누어 주는 꿈도 같이 꾸어 본답니다. 곧 있을 좌충우돌 인생기도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시 송파구 김송희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6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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