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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커피 한잔’ 나의 커피 스승이 되다!

2018년 10월호(제10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10. 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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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스토리]



  ‘좋은 커피 한잔’ 나의 커피 스승이 되다!





 


 제 인생에 처음으로 좋은 커피를 만난 것은 1986년 2월, 남반구의 가을이 시작되는 ‘칠레의 산티아고’였습니다.

 산티아고의 ‘에스따시온 센트랄’(Estacion Central)역에서 ‘프라야 델 아르마’(Playa del Arma)로 가는 길목에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손님을 기다리는 칠레식 카페가 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서 풍기는 커피 냄새가 너무 좋아 안으로 들어가니 미니스커트를 입은 예쁜 여성들 앞에 많은 남자들이 서서, 작은 잔에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도 커피 한잔을 시켰지요. 향기를 맡아보니 커피향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라 한 모금 살짝 마셨는데, 커피 맛이 너무 써서 아무도 모르게 살짝 버리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한 30분정도 걸었을까요? 커피향이 입속에 향긋하게 계속 남아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너무 신기해 다음날, 그 카페를 찾아가 다시 커피 한잔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커피를 마시나 보니, 각설탕을 넣어 먹거나, 우유를 약간 부어서 마시거나, 물 한잔과 함께 먹더군요. 저도 따라 각설탕을 넣고 커피와 함께 먹어보았죠. 커피가 초콜렛 맛처럼 참 좋았습니다. 그 후, 여러 차례 카페를 방문해 커피를 즐기게 되었지요.


 칠레 최초 카페는 1970년 이태리인에 의해 문을 연 이태리 스타일의 로스터리 카페 ‘카페 아이띠’입니다. ‘카페 아이띠’가 1982년경부터 남성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착용한 종업원을 내세우고, 스탠드식의 카페운영을 시작해 현재도 이런 스타일로 ‘카페 아이띠’외 몇몇 업체가 프랜차이즈 영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당시 한국의 커피는 다방레지와 함께하는 문화였지만, 칠레는 에스프레소 커피 맛을 강조한, 한 단계 높은 커피문화였지요. 여기서 처음 만났던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의 좋은 추억이 나의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어느 날, 칠레의 부유한 마을인 ‘라스 꼰데스’(Las Condes)를 방문해 잘 정비된 길 거리 구경을 하고 있었죠. 가을낙엽이 떨어지는 거리공원 옆에 작은 커피숍이 하나 있어서 들어가 보니 커피와 빵을 구워서 파는 곳이었습니다. 인상이 좋은 독일 사람이 각종 예쁜 동물모양의 초콜렛과 빵, 케익과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더군요. 제가 먼저 주인에게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했죠. 어느 나라 사람이냐 해서 한국인이라 하니 “오케이”했습니다. 이때 사용된 에스프레소 머신은 1그룹짜리로서 그 이름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성능이 좋았습니다. 이 가게에서는 에스프레소, 모카포트 그리고 프렌치 프레스로 내린 커피를 팔았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빵 반죽기와 커피잔 등을 설거지하면서, 커피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당시 처음으로 만났던 커피가 바로 ‘과떼말라 안띠구아’(Guatemala Antigua)커피였습니다. 로스팅(Roasting)을 어디서 했는지, 안띠구아 커피 자체가 이런 맛인지 잘 몰랐지만, 신맛과 단맛, 스모키한 향이 일품이었습니다. 특히 스모키한 냄새는 시골집에서 장작불을 지펴 나오는 연기 향과 같아 어릴 적 추억을 생각나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게 저의 커피에 대한 열정이 피어나게 만든 동기와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저의 첫 커피인 ‘과떼말라 안띠구아’만 생각하면 첫 키스처럼 가슴이 뜁니다. 생두를 구입하고, 로스팅해서 커피 한잔을 내릴 때마다 늘 첫 커피를 생각하며 내립니다. 이 때 구입한 모카포트와 칠레의 여러 구리로 만든 제품이 아직도 대만에 있는 저의 카페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에도 훌륭한 커피 스승이 있었지만, 인연이 되지 않아 만나지 못한 경우도 많았죠. 하지만, 저에게는 1986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처음 만났던 ‘좋은 커피의 향과 맛’이 바로 저의 커피 스승이었습니다. 그 이후 한국에 있는 ‘하이텔 커피동호회’를 통해 여러 커피에 대한 자료를 함께 나누며 커피의 안목을 넓혔고, 특히 대전에서 오프라인으로 만난 분들과 커피추출 방법을 고민한 것은 더욱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제 생각은 모든 분들의 커피스승은 그 누구도 아닌 ‘좋은 커피 한 잔’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좋은 커피 한 잔’을 시작으로 타이완에서 ‘린코우 카페55'오픈을 하고 베트남에서 ‘커피 볶는 기계’를 제작해서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손님을 위해 추출(브로잉 Brewing)할 때나, 제가 마실 때에도, 첫 커피를 생각하면 하나의 과정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르친 사람이 커피를 다룰 때 정성을 다 하지 않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커피를 모욕하는 듯해서 화가 나기도 하지요. ‘커피는 최고의 정성으로 내린다’가 저의 철학입니다. 정성으로 내린 커피한잔과 설렁설렁 내린 커피한잔은 분명 맛의 차이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현재 타이완의 커피 수준은 한국의 수준보다도 높습니다. 세계바리스타 챔피언이 한국보다 타이완에서 더 많이 배출되고 있고, 오랫동안 차를 마시는 문화로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한 안목이 한국에 비해 높습니다. 대만의 카페는 특별하고, 독립적인 맛과 향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그래서 ‘좋은 한 잔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를 지키는 것은 기본입니다. 1. 좋은 생두의 선택, 2. 좋은 커피 로스팅의 방법, 3. 좋은 커피 추출방법이죠. 무엇보다 타이완에서 제게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카페 오픈 외에 ‘커피 로스팅 머신의 제작’이었습니다. 로스팅 머신을 만들기 위해 한국에 1kg 로스팅 기계를 만들던 먼 친척의 공장에도 자주 방문하였지만, 한국 내에서의 커피 로스팅 기계 제작이 제 생각처럼 용이하지 않아 터키, 중국, 대만, 베트남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중국, 대만, 베트남의 커피 로스팅 머신을 제작하는 공장도 여러 곳을 방문해 보고, 머신의 완성 상태를 체크하면서 한편으론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 한 곳인 지금의 커피 로스팅 머신 제작업체인 베트남의 ‘스타인벡 커피로스터기’와 함께 협력하여 생산중입니다. 베트남인들의 손기술은 한국 다음이라고 할 정도로 좋고, 제가 제안하는 대로 머신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으며, 동시에 가격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젊은 나이의 해외 여행 경험이 한국에서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칠레에서 1년의 시간을 보내고 그 후, 타이완에서 카페를 오픈하고, 베트남에서는 베트남인들과 커피 볶는 기계를 생산하여 커피로스터기를 전 세계에 수출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주로 살아가지만, 뛰어난 기술력과 한국인만의 독특한 능력을 해외에서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필진]






대만 린코우 카페55 대표 Eric Nam
Steinbeck coffee roasters
cavinuno@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08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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