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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들에게 사죄를 구합니다. - 어느 한국교회목사의 고백 -

인문학/황혼과 여명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6. 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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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들에게 사죄를 구합니다.

- 어느 한국교회목사의 고백 -

 

 

  이 나라가 길 잃고 방향타 없이 외부세력에 의해서 전적으로 조정되는 상황에 이른 사태의 중요한 책임은 한국교회에 있기에, 한국교회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국민들과 사회에 다음과 같이 사죄를 구합니다. 

 

  먼저 19세기 말 선교사들이 이 땅에 도래했을 때입니다. 이 때에 언더우드나 아펜젤러와 같이 우리가 존경하는 선교사들이 와서 의료나 교육으로 이 땅을 일깨웠고 그 결과가 지금까지 이 나라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깨닫고 아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이렇게 의료나 교육으로만 되는 것이 아닌 삶과 역사의 총체 속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교사들이 이 땅에 오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본국들이 세계제국을 형성하기 위해 판도를 넓히려 무력으로 세계를 점령해 나가는 일을 막는 것이었습니다. 즉 복음이 정치와 외교 속에도 나타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구교회 자체는 이렇게 하나님 나라의 복음과 정치적 팽창이 서로 충돌한다는 사실을 예수 복음의 본질로 받아들이고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국주의와 선교사가 나란히 세상으로 나가 결국 20세기 이후에 다른 세계 사람들이 서구와 함께 기독교를 배척하는 경향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 땅에 온 선교사들은 본국에서 총체적인 복음을 실현하지 못한 가운데 우리에게 정상적인 정치가 이루어지고 이어 다른 나라의 침입을 받는 것을 막을 자주적인 정치능력을 배양하는 법을 가르칠 수 없었고 다만 교육과 의료만 치중할 뿐이었습니다. 이광수와 같은 선각자들이 청년시절 기독교에 이 땅을 변화시킬 소망이 있는 줄 알고 교회에 기웃거리다가, 기독교는 마음에만 머물고 기껏해야 의료와 교육에만 몰입해 몸을 낫게 하고 교육을 잘 받게할 뿐, 더 큰 문제인 정치적 행위에 있어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가르치지 못한 것을 알고 교회를 떠난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이 일본에게 당한, 그리고 그 이후의 한반도가 두 동강으로 나누어진 가운데 일어난 한국동란은 먼저 한국민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이기도 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총체적인 복음을 전하는 자로서 선교사들의 무능, 혹은 무책임 때문이기도 하기에 그들을 대신해서 한국 국민들에게 진정한 사죄를 구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일제 36년 동안 한국교회에 백만의 성도들이 생기도록 노력하면서 외형적으로 교회는 커져갔습니다. 그렇지만 일제 말기에 일어난 대규모 핍박 속에서 한국민족과 함께 한국교회도 수난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고통당하는 이 땅의 백성들에게 진정한 등불이 되어야 할 한국교회는 하나님께 예배드리기 전에 일본의 천조대신에게 신사참배하기로 장로교의 평양총회에서 전격적으로 가결하는, 2천년 교회 역사상 어느 민족과 어느 역사에도 결코 없었던 극단적인 범죄를 자행하고 말았습니다. 신사참배를 거부하여 순교당한 주기철 목사님과 같은 위대한 분들도 계시지만, 거의 대부분의 교단과 교회와 목사와 지도자들이 사실상 다 신사참배에 동참한 것입니다. 이들이 신사참배를 하며 일제에 무릎 꿇기로 한 결정적 이유가 무엇이었겠습니까? 신사참배를 정말 옳다고 생각했으면 일제가 망할 때에 이들도 자결해야 하든지 아니면 일본으로 가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이렇게 배은망덕하게 행한 것은 다 이 세상에서 자기와 자기 가족이 먹고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먹고 마시는 문제에 굴복한 한국교회의 모습은 사실상 선교사들의 모습을 원리적인 면에서 빼어 닮았습니다. 즉 선교사들은 하나님 나라의 총체적 복음이 아닌 부분적 복음을 전했기 때문에 복음은 마음으로만 믿고 천국 가면 되는 것이고, 외형적으로 어떤 삶과 행위를 하던 상관없이 천국 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전환된 것이지요. 이런 종교적 위선의 결과로 신사참배를 행한 한국교회의 과거에 대해서 한국민족의 사죄를 구합니다.

 

  또 이렇게 십계명의 제1계명(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과 제2계명(우상을 만들어 절하지 말라)을 정식으로 깨트려버린 이런 극악무도한 죄악을 회개할 기회를 하나님이 해방(1945년) 이후에 5년간 주셨지만 결코 제대로 회개하지 못했으며 과거를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즉 우리 민족의 일제잔재청산 과제에 앞장 설 수 있는 기회를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주셨지만, 한국교회는 그 명령에 순종하지 않고 침묵과 변명에 재빨랐고 서로 싸우는 가운데 한국사회도 총체적인 과거 청산 작업을 지금까지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제1, 2계명을 어길 때에는 하나님이 진노 가운데 역사적 심판을 내릴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바로 이 좁은 땅에서 3백만 명이나 되는 엄청난 사상자를 낸, 가족 중에서 전쟁의 상흔을 가지지 않은 가족이 하나도 없을 정도의 극심한 고통을 겪은 한국동란인 것입니다. 한국동란은 국제정치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더 크고 중대한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한국교회의 범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저는 이 점에 대해 한국국민들에게 사죄를 구하고 싶습니다. 또 북한에 기독교를 가장 왜곡한 이단적, 종교적 정치집단이 평양에 우뚝 세워져서 그 때 이후 지금까지 지배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거의 3천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 아래 지금까지 고통하고 있는 것도 모두 신사참배라는 하나님이 제일 미워하시는 종교적 가결을 한 장소가 바로 평양이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북한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우리 민족들과 탈북해서 남한에 오신 분들에게도 사죄를 구합니다.

 

  한국동란 정전(1953년) 이후, 지금까지 하나님은 역사상 불가능할 것 같은 전무후무한 평화의 시간을 이 땅에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이 땅의 기독교가 계속해서 부분적 복음을 받아들인 종교가 되었기 때문에 이 땅의 총체적 삶에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고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개인주의적이고 기복적인 종교가 되었다는 것을 이제는 어린아이들도 알고 개나 소도 알고 비웃을 정도가 될 지경입니다. 그러니 사회적 삶에서나, 경영이나 경제에서나, 사회와 정치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교와 군사에 있어서도 예수의 복음을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교회 속에 임한 하나님 나라가 적용되는 시간은 주일 딱 하루 밖에 없는 무기력한 종교가 되고 말았습니다. 나머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세상에서의 삶 속에서 진짜 예수쟁이들이 먼저 진정으로 희생하고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정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며 용서하고 자비를 베푸는 삶을 구현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청(소)년기에 집회에 참석해 거기서 받은 내적 은혜로 만족하는 집회위주의 신앙으로 철저히 후퇴하여,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천국 간다고 자위하며 세상에서는 비겁하게 자신을 숨기고 세속적인 사람들과 똑같이 행하며, 사업을 성경적으로 윤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모습을 보인 기업을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일제 신사참배 때 나와 내 가족을 먹이고 살아남기 위해 참 신앙을 배신한 선배들을 그대로 빼닮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진정한 내세를 미리 하나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음이 아닌가요!- 현재 어둡고 타락한 세상을 바꾸며 의롭게 살다가 굶어 죽거나 핍박받아서 죽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삶을 반드시 살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믿는 자들을 세상에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남겨두신 이유는 그들이 세상을 바꾸는 빛과 소금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실제로 이 세상에 살면서 어둡고 타락한 세상을 지금 바꾸어가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역사의 길바닥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히게 될 것이라고 직접 경고하셨지요. 예수님 당신이 그렇게 사시다가 죽음을 당하셨고 또 그것을 통해서만 부활을 경험하셨다면, 진정한 예수의 제자는 그와 똑같이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살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하신 이 땅의 한국국민들에게 사죄를 구합니다.

 

  이제 21세기가 되었고 동아시아가 전쟁의 소용돌이로 휘몰아쳐 가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며 같이 살고 있는 민족에게 사죄를 구하는 것이라 여겨 이 고백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1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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