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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후 맛 본 울릉도의 아름다움

2019년 4월호 (11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6. 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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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여행기]

 실패 후 맛 본 울릉도의 아름다움

울렁울렁 3시간
운!항!통!제! 
맙소사! 혼자서 포항까지 왔는데... 울릉도에 들어가기 위해 꼭 타야 되는 배를 날씨 때문에 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괜찮아요! 다시 가면 되지요! 혼자 하는 여행을 위해 두려움을 이겨내며, 스스로 계획을 짜고 준비하며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일주일후, 더 꼼꼼한 준비를 마치고 저는 무사히 울릉도로 향하는 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배를 오래 타보지 않았던 저는 뱃멀미를 하는 줄 몰랐거든요. 여러분, 3시간 내내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울렁거림을 아시나요? 또 출렁거리는 배 위에서 걷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을 겁니다. 결국 속이 좋지 않아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섰는데, 출렁거리는 배에 비틀비틀. 정말 죄송하게도 주변에 계신 분들에게 사정없이 부딪히며, 뭐라도 붙잡아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습니다. 간신히 도착한 화장실 역시 배 안이었기에 저는 바닥에 그냥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힘이 다 빠져 일어날 수 없고, 시간은 정말 느리게 가서 차라리 바다에 뛰어 내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며 그렇게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3시간을 보냈습니다. 거기다 돌아올 때를 생각하니 끔찍하더라고요. 아무튼 생고생을 하며 밤늦게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지친 몸을 움직이기 싫었지만 일출이 보고 싶어 커튼을 열자, 촛대바위 위로 떠오르는 해가 울릉도에서의 저의 첫날을 반겨주었습니다. 

울릉도가 준 선물
겨울의 울릉도는 비수기라 주민들 대부분은 육지로 나가 있어, 박물관, 공원, 식당 어디를 가도 저 혼자였습니다. 버스도 저 혼자만 탈 때가 많았고요. 하지만 덕분에 자연의 아름다움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동이 틀 때면 해가 참 아름답고, 하늘 아래 진한 푸른빛 바다가 반겨주는 곳이 바로 울릉도입니다. 출렁이며 몰아치다 어느 순간 잔잔해 지는 바다, 저마다 다른 모습을 가진 개성 있는 바위들에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관광지가 아니라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비록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지도가 다 찢어지고, 사람소리는 안 들리고 파도소리만 들리니 잠깐 어색하기도 했지만, 바람과 파도와 대화를 하며. 노래도 부르고 사진도 찍고, 그림도 그리며 나만의 알찬 여행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저 혼자서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정해서 다녀온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혼자서 하는 첫 여행인 만큼 설레는 마음은 컸지만 아는 것은 없었기 때문에 하나씩 차근히 준비해야 했습니다. 이런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은 정말 하기 쉽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특히 혼자 하는 여행은 더욱 그렇기에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여행을 위해 세운 목표들과 혼자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들도 가질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hannah0112@naver.com
고3 한수정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4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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