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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훈장 1등급은 누가 받아야 할까요?

2019년 4월호 (114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6. 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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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철의 역사칼럼 12]

독립운동 훈장 1등급은 누가 받아야 할까요?

독립운동 3등급(건국훈장 독립장)이었던 류관순 열사가 이번 3.1절 100주년에 1등급(건국훈장 대한민국장)으로 격상되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찬반이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류관순 열사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에 비하여 등급이 낮으니, 최고 등급인 1등급으로 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합니다. 일제에 항거한 인물로 김구나 안중근처럼 널리 알려진 류관순 열사가 3등급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친일파의 등급을 올리자는 게 아니라, 독립운동가의 등급을 올리는 것이니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등급을 나눈 것이지 모두가 1등급 독립 운동가들이 아닙니까?
 
반대라기보다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등급을 나눴다면 그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널리 알려진 인물이 기준이라면 류관순 열사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는지 검토가 필요하지요. 일제저항기 류관순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해방 이후 친일을 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친일을 희석시키기 위하여 자신들과 학연. 교연(종교 인연) 등으로 연결된 류관순 열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요. 아마 이런 식으로 널리 알려지기를 류관순 열사도 바라진 않았을 것입니다.
 
저도 류관순 열사의 독립운동 1등급을 반대하진 않습니다. 다만 오랜 검토를 통해서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 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전 친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위해 류관순을 띄웠듯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그 행사의 일환으로 급하게 1등급으로 상향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류관순 열사가 바라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류관순 열사의 입장에서는 본인보다 독립운동을 더 열심히 한 사람도 있는데, 혹시 그 분들이 본인보다 등급이 낮다면 그들의 등급을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할지도 모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류관순 열사의 훈장 1등급이 너무 늦은 조치가 아니었던가 생각합니다. 오히려 류관순이 일제저항기 만세를 불렀던 이름 모를 한 소녀였기에 더더욱 1등급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은 소녀들이 만세를 불렀던가요? 빼앗긴 나라는 김구도 아니요, 안중근도 아니요,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의 만세로 되찾은 건 아닐까요? 그 만세 소리에 대한민국임시정부도 탄생하게 되었으니까요.
 
류관순 열사의 독립운동 훈장 1등급 추서는 류관순 열사를 포함한 이름 모를 수많은 소녀열사들을 대표하여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류관순 열사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대한독립만세를 목 놓아 불렀던 그들이 진정한 독립운동 1등급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입니다.

 

 

명협 조경철, 연세대학교 사학과 외래교수
나라이름역사연구소 소장
naraname2014@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4>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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