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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신선함의 끝판 왕 ‘딸기’ 재배를 위해 

2022년 12월호(15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4. 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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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신선함의 끝판 왕
‘딸기’재배를 위해 

 올 한해 제가 속해있는 충남대학교 영농창업사업단에서는 국내외 현장실습을 참 많이 다녔습니다. 그 가운데 여름에는 교수님 두 분과 저를 포함한 교육생 12명이 3주 동안 해외 선도농가 견학을 목적으로 네덜란드를 방문했습니다. 네덜란드는 대표적인 농업선진국으로, 네덜란드의 프리바 스마트팜 복합 환경제어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어 친숙할 뿐 아니라, 수업시간과 스마트팜 교육시간에 매번 시설이 크고 배울 점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네덜란드에 딱 도착했을 때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에 비해 거의 국토 대부분이 평지인 네덜란드는 대규모 시설재배를 하기에도 적합하고, 농업인 비율이 인구의 30%나 되어 국가차원 뿐 아니라 유럽 전체 차원에서도 많은 지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한 가지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트에 판매되고 있는 과일과 채소들이 우리나라처럼 예쁘게 진열되어 있지 않고, 농가에서도 별다른 선별과정 없이 마트에 납품하기 때문에 적과나 적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것은 유럽 전반에 유기농에 대한 분위기가 확산되어 있어서 네덜란드의 일반 소비자들도 크고 예쁜 과일, 즉 모양이나 크기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농가도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받으려고 유기농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땅을 살린다는 마음으로 유기농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유럽은 일정기간 농사를 지은 후에 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1년간 휴작을 하거나 땅에 쌓여있는 염류를 빨아들이기 위해 한 해 풀을 키우고 그 풀을 갈아서 비료로 쓰는 방식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도 몇몇 유기농 농가에서 땅의 힘을 좋게 하기 위해 유럽처럼 하는 농가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제가 딸기와 산딸기 등 베리류를 재배하다 보니 네덜란드의 딸기 농장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현지 딸기 농장에 방문해서 먹어본 딸기들은 하나같이 다 맛이 없었습니다. 유럽이든, 동남아든 가보면 한국 딸기가 다 맛있다고 칭찬한다던데 정말 몸소 체험했지요. (웃음) 우리나라 딸기가 유럽보다 더 맛있는 이유는 우리나라 일교차가 크고 평균온도가 네덜란드보다 더 낮기 때문입니다. 딸기 같은 베리류의 과일들은 일정 온도가 축적되면 열매가 익고 수확을 하는데요. 예를 들면 딸기의 경우는 재배되는 동안 온도의 총합으로 600도 정도가 필요한데, 일평균온도가 낮으면 600도를 축적하는 시간, 날짜가 많이 필요하고, 일평균온도가 높으면 빨리 수확할 수 있는 대신 광합성 산물을 축적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기에 맛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교차가 클수록 과일은 맛있어지는데요. 생산기관인 잎에서 낮에 만들어진 동화산물들이 저녁시간이면 저장기관인 열매로 보내져야 하는데, 이 때 온도 차이에 의해 동화산물들이 이동합니다. 저녁에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면 수분함량이 적은 잎은 온도변화가 크고, 수분함량이 많은 열매는 온도변화가 작기에 온도가 낮은 잎에서 온도가 높은 열매로 동화산물이 빠르게 이동해 열매가 더 맛있어 지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네덜란드에서 당도가 중요한 과일들은 달다는 느낌을 많이 못 받았습니다. 대신 토마토 등의 야채는 유통과정이 확실히 짧기에 많이 신선해보였습니다. 네덜란드는 여러 농가가 협동조합을 형성해 유통을 함께 진행하면서 유통단계를 최소화 하는 것에 최적화 되어 있었거든요. 


네덜란드에는 세계 최대 생물학적 방제 회사로 천적 판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코퍼트’라는 회사도 있습니다. 교내 스마트팜 딸기 재배에서도 코퍼트의 천적을 활용하여 방제를 해보았는데, 직접 방문해서 설명도 같이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코퍼트에서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천적방제는 온실 내 해충의 밀도를 0(zero)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적정 밀도를 유지하면서 작물체가 보다 건강하게 크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화학적 살충제를 줄이기 위해 천적을 이용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이기에 완전히 해충을 없애지는 않고 낮은 밀도를 유지하여 작물의 내병성도 키우고 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죠. 유럽의 경우 천적이 필요할 때 바로바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천적 사용이 용이하지만, 한국은 천적을 주문하면 최소 일주일 정도 후에 배송이 오기 때문에 해충 밀도가 높아져 방제가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어요. 국내의 천적방제를 위해서는 천적을 유통하는 구조도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내 벤치마킹을 다니면서도 느꼈었지만 특히 이번에 해외를 다녀오면서 이제는 정말 작물생산만 해서는 경쟁력이 부족한 시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농업을 할 것인가? 제가 딸기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바로‘신선함’입니다. 어떻게 하면 당일 수확한 딸기를 많은 분들께 맛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로컬푸드 매장에 납품하거나 소비자분들께서 직접 농장으로 찾아와 주시는 것인데 딸기 하나만 맛보러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 카페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금 열심히 배우고 있는 딸기 농사에 집중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딸기 농장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충남대학교 영농창업사업단 이민재
 @strawbe_l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8>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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