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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써 인생을 다림질하는 우리 동네 詩(시)탁소

2022년 12월호(158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23. 5. 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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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동네 가게 스토리]

 

시로써 인생을 다림질하는
우리 동네 詩(시)탁소

 

시를 쓰면 마음이 정화되고 평온해져요. 예전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심하다보니 인간적인 면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도 상대방보다 내가 우위에 서려고 하니 힘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대인관계에서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시를 쓰며 마음을 부드럽고 정화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한 성격했거든요. 허허.


세탁소를 운영하다
세탁소를 운영한지는 1호선 금정역 근처에서 15년, 이쪽 산본동으로 옮겨 17년, 도합 32년을 했습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처음부터 세탁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먼저 양복점을 시작하게 된 것도 참 우연이었습니다. 제가 4형제 중 첫째인데 아버지께서 시골 생활을 정리하시고 식구들을 다 데리고 서울로 이사를 오셨어요. 저는 중학교를 졸업하느라 조금 늦게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교복을 입고 있는 저를 호텔에 바로 취직을 시키겠다고 데리고 가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께서도 너무 사회생활을 모르셨던 것 같아요. 누가 교복 입고 온 학생에게 일을 주겠어요. 호텔에서 바로 딱지를 맞고는 작은 공장에 취업을 해서 몇 년간을 다녔습니다. 그러다 18세에 고종사촌 형이 이태원에 있는 양복점을 소개해줘 본격적으로 양복을 배우고 개인 양복점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옷을 맞춰 입는 시대에서 기성복 시대가 되고, 혼수용품 전문점이 들어오면서 제가 일하던 건물에서 양복점 스무 곳이 없어졌어요. 손님들 발길이 뚝 끊어져 저도 양복점을 접고 재단사로 다른 곳에 취업을 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중간에 여러 힘든 일이 겹치면서 아내와 이혼을 하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세탁소 밖에는 없더군요. 빈손 털고 나와 아버지에게 200만원을 빌려 월세로 세탁소를 운영하며 양복도 맞추는 일을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손님들이 저의 경력은 잘 모르니 세탁소에서 왜 양복을 하느냐며 좋아하지 않아 지금은 세탁소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쓴 시(詩) ‘사랑의 씨앗’ 
스스로 생각해도 저는 돈과는 거리가 먼 사람 같아요. 그래서 마음이나 다스리며 산이나 다니자고 생각해 산악회에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대인관계 폭도 넓어지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꽃을 보니 꽃이 너무 예쁜 거예요. ‘사람도 나무처럼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 꽃을 피우면 어떨까? ’매번 봄이 될 때 마다 저마다의 꽃을 피우는 꽃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그전에는 잘 몰랐었어요. 이에 반해 사람은 꽃을 피우기는커녕 서로 싸우고, 헐뜯고, 미워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제 생각을 말로 표현을 하니 아는 분이 그럼, 시를 한 번 써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2019년 ‘사랑의 씨앗’이란 시를 처음으로 썼습니다. 평소 하루에 50명의 사람들과 카톡을 주고받는데 사람들에게 답장할 때 그냥 답만 하기 미안해서 이런저런 글들을 써서 함께 보냈어요. 그런 글들이 쌓이면서 습작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카카오스토리에 제가 쓴 시들을 계속 올렸더니 시인들도 많이 들어오고. 어떤 분이 저에게 등단했냐며 댓글로 연락을 해왔어요. 그분과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도움을 받아 종합문예 ‘유성’에 등록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2021년 10월에 시인 4인 등단을 하며 《구름은 바람에 밀리고》라는 제 시집도 한 권을 내었답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편씩 꼬박꼬박 시를 쓰고 있고요.


떠오르는 시상, 바로 스마트폰에 입력
세탁 일을 하다가도 시상이 떠오르면 일하다 말고 바로 스마트폰에 써놓아요. 안 그러면 잊어버리니까요. 그리고 사물에 대한 관찰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어느 날, 세탁소 앞에 나무가 있는데, 나무 밑에 나뭇가지들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이상해 일주일간 관찰해보니 나무 위에 까치들이 집을 짓고 있더라고요. 수컷 까치가 가지를 물어오고 암컷 까치는 그중에서 골라 쓰며 필요 없는 것들을 버려 바닥에 쌓인 나뭇가지들이었던 거죠. 그 모습을 보고 바로 시상이 떠올라 ‘까치의 새 둥지’란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창작의 고통 뒤에 오는 희열 그리고 내 마음의 정화
시를 쓰며 완성하기까지는 떠오른 시상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며 창작의 고통이 뒤 따르지만, 시를 완성한 순간 마음이 정화되는 희열을 느낍니다. 예전에 시를 쓰며 손동작을 대체 할 시어 하나를 찾기 위해 일주일을 찾고, 생각하고, 집중했어요. 결국‘발림’이라는 단어를 찾아냈죠. 판소리할 때 손동작, 몸동작을 발림이라고 하더군요. 각각의 시에 맞는 남들이 쓰지 않는 단어를 찾는 게 힘이 듭니다. 그래서 시인들과 작가들은 새로운 단어를 만들기도 하는데 저는 못할 것 같아요. (이 말씀을 하실 때 무척 수줍어하듯 말씀하시는 모습이 순수해 보이더군요.) 


쓴 시를 동네주민들과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참 행복해요. 
시를 쓰면 동네 주민들, 단골손님들이 일차적으로 점검을 해줍니다.(웃음) 손님들의 반응들을 보고 카카오스토리에 올리기도 하죠. 제가 쓴 시들은 내 눈에는 좋아 보이기 때문에 꼭 점검을 받습니다. 그러면 시가 좋다는 손님도 있고, 이 부분은 이렇게 수정하라며 이야기도 해주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바빠하는 손님들에게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요. 처음에는 불같은 성격을 많이 가라앉히고 제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아 시를 썼지만, 점차 창작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죽을 때 내 시 하나는 남기고 죽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가정생활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니고, 그래서 시라도 하나 제대로 남겨 자식에게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전에 별에 관한 시를 써서 아들에게 보냈는데, 아들이 그 시를 간직하고 있다 음악 하는 아는 형이 작곡을 해주어 노래로 만들었어요. 제목이 ‘고향집에 내려와’인데 유튜브에 찾으면 나옵니다. 아들이 아내와 헤어졌을 때 아빠인 저를 많이 미워했어요. 자기는 엄마의 사랑도 못 받고 아빠의 사랑도 못 받았다고 그것이 상당히 오래갔어요. 그랬었는데 요즘은 아들이 귀찮을 정도로 자주 전화를 합니다. 그만큼 아들과의 관계가 회복이 되어 너무 고맙죠. 자기 나름대로 아버지의 삶이 어떤 것인지 느낀 것 같습니다.

시로 인해 아들과의 관계도 회복되고, 내 마음도 정화되고 제가 기억력도 점차 흐려지지만, 시를 보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디서 시를 썼는지는 다 기억이 납니다. ‘삶이 힘들 때’라는 시는 아들이 힘들어할 때 써서 아들에게 보낸 시인데, 마지막으로 여러분들께도 들려드리고 싶네요.

삶이 힘들 때

삶이
평탄하기만 하다면
밋밋해서 재미없을 것 같다.
한 번쯤은 산길을 걷다가 길을 잃고
넓은 바다에 배 띄웠다
풍랑을 만난다 해도
언덕 넘어 꽃길이 있다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삶이라 해도
살아볼 만한 세상 아니겠나 싶다

 

세탁마을 황의수
경기도 고산로 677번길 40, 대현프라자 106호
031-395-4475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8>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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