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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꾼 ‘END MILE 0’, ‘BEGIN MILE 0’

삶의 스토리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8. 3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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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터닝 포인트]

내 삶을 바꾼  ‘END MILE 0’, ‘BEGIN MILE 0’

 

미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작은 섬!
‘저는 지금 키웨스트(Key West)의
‘END MILE 0’표지판 앞에 서 있습니다.’

 

  설렘과 열정으로 시작한 미국생활! 숨 돌릴 시간없이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다른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과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몸부림. 9개씩 과외를 뛰어다니며 중국어를 전공한 제가 할 수 있는 중국어 수업을 용기내서 제안하고 수업하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미국회사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청소를 자청하며 일을 배워가며 마침내 취업했던 경험. 매일이 에피소드의 연속이었던 저의 미국생활을 잘 버텨낸 댓가로 적지 않은 것들을 얻었지요. 영어로 7개 시험을 통과하며 고군분투하고 드디어 목표로 하는 공립학교(public school)에서 교사가 될 수 있는 최고의 과정인 대학원의 합격 증서를 받았고, 저의 중국어 강의를 긍정적으로 봐주신 교수님의 도움으로 얻은 대학교에서의 중국어 교양강좌 강의 기회, 미국 생활에 필요한 소셜 넘버(Social Number)부터 하나씩 순서대로 모든 것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행복했던 즈음, 저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아빠가 많이 안 좋으셔. 의사선생님께서 아빠가 회복되실 가능성이 10% 정도 밖에 없대. 가족들을 모두 부르라고 하셔서 급하게 연락했어. 너한테도 알려야할 것 같아서...” 앞만 보며 미국에서 자리를 잡아보겠다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니며 살던 저는 한동안 멍하게 있다가 온 사방을 울면서 헤매고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믿어지지 않았고 믿고 싶지도 않았지만 곧 현실을 받아드렸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자식으로 아빠가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그냥 타국에서 내 꿈을 좇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어디서든 또 열심히 살면 살아질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집필한 곳 >

 

  한국행을 결정하고 하나 둘 살던 짐을 정리하면서 제 마음이 간간히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위로해줄 그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오롯이 혼자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던 저는 무작정 어디로든 떠나야겠다고 결심했지요. ‘미국생활의 끝!’을 받아들인 저에게 마음으로 다가온 도시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작은 섬 키웨스트(Key West)였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12시간 쉬지 않고 운전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전 그리로 떠났습니다. 미국에서 하는 마지막 여행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 인생의 가장 잊을 수 없는 여행을 경험하고 싶었지요. 여행을 계획하며 2010년 12월 31일! 마이애미 비치(Miami Beach)에서 해지는 것을! 2011년 1월 1일 키웨스트(Key West)에서 해돋이를!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무작정 출발했습니다. 정말 시끌벅적한 마이애미 비치(Miami Beach)에 비해 키웨스트(Key West)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이곳은 특히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집필한 곳이 있어 더욱 유명합니다. 왜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이 나올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도시는 따뜻하고 평화로웠고 길거리에 유유히 다니는 닭의 모습도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곳은 저를 급할 것도 없고 천천히 저에게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작지만 깊이 있는 도시였습니다. 키웨스트(Key West)는 워낙 미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유명해서, 모든 사람들의 포토 존 중 단연 인기 있는 곳은 도로 끝을 의미하는 표지판인 ‘END MILE 0’입니다. 저도 표지판을 찾으려고 이 길 저 길을 헤매며 다녔습니다. 역시나 표지판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념촬영하려고 줄서 있었습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이젠 미국에서의 저의 생활이 진짜 끝이구나! 한국에 가면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공허함과 두려움 등 너무 많은 감정에 휩싸인 저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제 눈에 들어오는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BEGIN MILE 0’ 표지판이었습니다. 표지판 앞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큰 의미를 주었습니다. 끝만 바라보고 온 저에게 신이 내려준 선물처럼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었던 겁니다.

 

  저의 환경이나 상황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래. 끝이 있다면 시작이 있는 법! 힘내자. 한국에서 새롭게 시작하자. 난 잘 해낼거야’라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틀로 상황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습니다.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용기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새로운 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를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마음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마음도 훈련으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연습을 꾸준히 하다보면, 이런 마음은 어느새자연스럽게 우리 삶의 방식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볼 용기! 현재 겪고 있는 변화와 미래에 나도 모르게 닥칠 일들에 대응할 용기! 변화 이후 내 삶을 책임질 용기! 두려움이나 불안감이 아닌 나 스스로를 다독일 용기! 가 무엇보다 필요한 우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러분의 삶에 가치를 더해가길 원합니다. ‘Add value to your life.’

 

(주)GSC휴먼리소스 대표 / 김지아
gsc@gschr.co.kr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89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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