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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한국적 벤치마킹, 이제 그만!!

삶의 스토리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1.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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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킹 제대로 하기]

어설픈 한국적 벤치마킹, 이제 그만!!


  저는 출판사를 경영하는 실무자로서 올해 5월 삼성동 코엑스몰에 ‘별마당 도서관’이 생겼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그 사진 속에 보여지는 도서관의 신선한 모습에 기대감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일본의 다케오 시립도서관과 너무나 유사해서 ‘어떻게 벤치마킹했을까?’하는 궁금증과 함께 말입니다. 역시 좁은 공간이지만 독자들이 기부한 수만권의 책들을 나름 짜임새 있게 배열한 모습, 그 책들과 공간을 밝혀주는 환한 조명, 그리고 도서관 중심에 우뚝 선 책 기둥들의 압도적인 모습 등이 새로운 시도로 보여졌습니다.


  잠시 둘러 본 후 도우미 학생에게 “혹시 이곳은 인구 5만 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이지만 일본에서 100만명 이상 방문하게 만든 유명한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벤치마킹한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깜짝 놀란듯이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어떻게 아세요? 맞아요! 여기는 그곳을 벤치마킹한 거에요”라고 아주 자랑스럽다는 듯이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한 번 더 “얼마 전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직접 방문하고 왔어요”라고 말하자 더욱 놀란 반응도 보였습니다.


  대화를 뒤로 하고 제대로 벤치마킹을 했는지 더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내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벤치마킹을 하긴 했지만 너무 어설펐습니다. 왜 그럴까? 하고 곰곰이 그 원인을 찾아보는 가운데 이내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껍질만 가져오고 알맹이는 빼놓은 것이지요.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흉내내려고는 했지만 그 정신을 담아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아예 읽어내지도 못한 것 같았습니다. 더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깊은 연구도 없이 외적으로 화려하고 성공적으로 보이는 것만 무조건 따라하는, 한국인에게 너무나 익숙한 피상적 베끼기 문화때문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에서 아예 별마당 도서관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다케오 시립도서관이 ‘관’(官) 주도의 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기업’이 동참하는 획기적 변화를 이루어 냈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더 나아가 다케오 시립도서관의 변화를 주도한 뿌리인 츠타야 서점의 CEO ‘마스다 무네야키’(기업企業)가 가진 정신도 찾아보도로 하겠습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의 혁신적 시도

  구태 의연한 도서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히와타시 다케오 시장으로 시작된 변화 : 지금은 널리 알려진 이 도서관도 사실 2013년 이전에는 별 볼 일 없는 도서관이었다고 합니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려 작정한 ‘히와타시 시장’의 노력이 있기 전까지 말입니다. 실제로 ‘히와타시’ 시장은 자신이 처음 부임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 도서관은 시민 중 20%만 이용하는 지겹게 느껴지는 공공건물이었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웃사이더인 80%를 도서관으로 오게 할까, 또 어떻게 하면 책을 읽지 않는 세대들에게 책을 읽게 할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 다케오 시립도서관 >


  다케오 시립 도서관이 이룬 혁신 : 그런 고민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를 이룬 이 도서관이 이룬 첫째 혁신은 기존의 십진분류법이 아닌 22종 분류법을 도입해 장서를 분류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브라질 코너에 가면 그 나라에 관련된 ‘여행, 정치, 경제’등의 자료들이 모두 준비되어 있어서 브라질에 관심있거나 여행갈 독자들이 매우 풍성하게 이용하도록 분류해 놓았습니다. 즉 기존의 분류법처럼 ‘여행’코너에서 브라질을 찾고, 정치 분야를 찾기 위해 또 다시 ‘정치’코너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없애 버린 것이지요. 결국 이 분류법은 이전보다 훨씬 더 독자들을 배려한 것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도인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 안에서 스타벅스의 커피향이 함께 어우러지고, 동시에 도서판매도 이루어지는 점도 특이하다 할 수 있습니다.


  둘째 혁신은 이곳이 책을 대출해주는 도서관의 이미지가 아닌 시민의 입장을 완벽하게 고려한 도서관이라는 것입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아이들과 어머니, 노인들의 생각 등 전세대의 입장을 철저하고 예민하게 고려해서 서가 배치를 하고 책을 읽는 테이블도 배치하는 것과 같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방문해 이곳에서 책을 읽었을 때, 마치 내가 이 서가에 잠깐 방문한 손님이 아니라 주인공이며 이 책들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느낌이 물씬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도서관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꼭 다시 오고 싶다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셋째 혁신은 수동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는 특성을 가진 관공서가 지역도서관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특히 모든 것을 좌우한 ‘히와타시 시장’의 구체적 결단과 행동은 놀랍습니다. 가장 먼저 그는 시립 도서관을 시가 운영하는 한계점을 정직하게 인정합니다. 그리고 20%의 시민을 위한 도서관이 아닌 시민 전체를 위한 도서관이 되어야 한다고 자각합니다. 더 나아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서점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일본 최고의 츠타야 서점 경영가 마스다 무네야키의 도움을 과감하게 요청합니다. 그런 결단과 행동을 통해 ‘관’과 ‘기업’이 협력하여 ‘혁신적인 융합 시설’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런 그의 모습은 우리 공무원들에게도 다양한 도전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츠타야 서점의 창시자 ‘마스다 무네야키’의 철학과 실천

  그럼 히와타시 다케오 시장과 함께 다케오 시립 도서관의 변화를 이끈 주역인 ‘마스다 무네야키’는 어떤 사람일까요? 가장 잘 알려진 바로는 그는 일본에 1400여개나 되는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사업가입니다. 그러나 그가 쓴 ‘지적 자본론’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외적으로 드러난 1400여개의 서점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보다 그것을 움직여가는 그의 ‘경영 철학’에 시선을 집중하며, 그 철학이 다케오 시립도서관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츠타야 서점 1 >


  마스다 무네야키의 철학 : 그가 말한 핵심을 통해 그의 철학을 직접 엿볼까요?

  ‘서점은 매(賣)장이 아니라 매(買)장이어야 한다. 즉 서점은 파는 장소가 아니라 고객이 매입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서점은 책(이라는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그 책 안에 담겨져 있는 컨텐츠를 파는 곳이다. 서점이 책이라는 물건을 파는 곳이 되어진다면 반드시 쇠퇴하게 된다’

  ‘책이 혁명을 일으킨다. 즉 책 안에 ‘철학’이 들어가면 엄청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서점 혁신은 도서관 혁신으로, 상업시설 혁신으로...’

  ‘츠타야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life style을 제안하는 곳이다’ 


  마스다 무네야키의 실천 : 실제로 마스다는 자신의 철학대로 책, 음악, 영화 등을 이용한 서점 혁명이 도서관 혁명으로 연결되도록 시도합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다케오 시립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은 책을 대출해 주는 곳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도서관을 이용하는 다케오 시민들의 필요를 채워 주는 곳, 책의 세계로 안내해 주는 곳, 책의 문화를 만들어 내고 경험하게 하는 곳으로 새롭게 정의 내립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더 나아가 한 도시의 거리, 다양한 장소의 문화를 바꾸는 혁신을 이루어 갑니다. ‘역(驛) 건물’을 ‘카페’와 ‘서점’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바꾸어, 역에서 먼저 사람을 만나고 또 거기서 책을 읽으며 함께 변화를 이루어가는 곳으로 만드는 시도 말입니다(도쿠야마 역사 건물 안에 만들려는 ‘슈난 시립도서관’, 재개발 건물 안에 조성하려는 ‘다가조 시립도서관’등의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 츠타야 서점 2 >


새로운 도전 : 민, 관, 기업 연합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책의 문화 형성

  이렇게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정치가나 기업인 혼자서 만들어낸 작품이 아니라 ‘두 주체(관官,기업企業)가 만들어낸 합작품’입니다. 특히 도서관은 이래야 한다! 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창조적인 자기 혁신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도서관 모델을 만든 겁니다. 일반적으로 이윤 또는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책 문화 형성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공통의 노력을 통해서 말이지요!


  이제 저는 츠타야 서점과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도전 삼아서 제대로 된 벤치마킹하는 것을 넘어서 또 한차례 도약을 시도하여 다음과 같은 새로운 차원의 책 문화를 창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1) ‘민’(民) 즉 새로운 문화 형성을 지향하는 시민운동 공동체의 주도 속에

 2) ‘기업’즉 이 운동에 동의하는 출판사, 지역서점, 동네 커피숍 등 지역 기업들이 함께 할 뿐 아니라

 3) ‘관’(관공서)의 동참을 통해 시(市) 전체를 진정한 책의 도시로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이 운동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은 작은 기여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은퇴하신 분들은 책을 기부하거나, 인생의 경험 등을 살려 젊은이들을 위한 인생 도우미 역할을 하실 수도 있고, 실용적이고 작은 도서관들이 형성되는 지역의 주민회 또는 아파트 부녀회 등도 함께 동참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창조적 시도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한 사례로 제가 거주하는 ‘책의 도시’군포시 속에서 이것을 시도할 것을 꿈꿉니다. 단순히 공원 등에 도서함을 비치하고, 다양한 곳에 책을 가져다 놓으면 사람들이 책을 읽을 것이라는 차원을 넘어야 합니다. 오히려 우범 지대나 버려진 공간, 혹은 생각하지 못했던 활용 가능한 공간 등을 찾아내어 ‘거리 도서관(street library)’를 함께 만들어 보는 것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렇게 될 때 ‘스마트폰 화면 속 글 읽기보다 40% 효과가 더 높은 종이 글 읽는 문화’로 바꾸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조선일보 2016.3.19). 이제는 피상적으로 만드는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깊은 지식과 성찰을 가능케 하는 종이책을 차분하게 읽고 생각하고 대화하는 문화를 회복해야 할 큰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도서출판 언약나라 총괄 책임 한상기

apostle72@daum.net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7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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