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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하는 힘은... 너희들에게 있는 거야!

삶의 스토리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7. 12. 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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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이야기]

화해하는 힘은... 

너희들에게 있는 거야!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서울 가정법원에서 청소년들의 화해를 다루는 조정위원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주영입니다. 

  서울 가정법원에서 일하게 된 것은 7~8년 정도입니다.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실 것 같은데, 한 마디로 ‘피스 메이커’(peace-maker)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제가 다루는 사건은 요즘 TV에서 많이 나오는 흉악한 사건들이 아닙니다. 일반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루지요.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일들입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생길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잠깐의 실수로 발생된 폭력으로 생긴 문제를 엄하게 처리하는 것은 오히려 잘못을 뉘우치고 재발을 방지하는데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정을 통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에 제 일의 의미가 있습니다. 

  TV에서 ‘몇 주 후에 다시 봅시다’라는 부부갈등 조정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청소년들 사이의 화해를 권고하고 조정하는 일은 약간 더 어렵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자기감정을 드러내는데 어려울 수 있고, 다른 복잡한 상황들이 같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가정법원에 오기까지는 대략 6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학교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경찰서로 넘겨지고 경찰서에도 해결되지 않아 검찰 단계까지 오는 거지요. 이런 긴 시간을 지나면서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 역시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미 아이들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이 없이 일종의 트라우마를 가지는 거지요. 이렇게 상처 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민감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조정가는 사전에 충분한 준비와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은 조정가들 자신의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키는 일입니다. 흥분하지 않고 섬세하게 살피는 차분한 말과 태도로 아이에게 롤-모델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너의 입장을 이해한다’라는 일단 듣고 수용하는 자세를 가지고 아이들이 조정가들을 신뢰하고 마음을 열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머리나 말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 아이를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일은 무엇보다 ‘마음’으로 하는 일입니다. 진정한 마음이 전달되면 아이들의 태도가 변하기 때문입니다. 

 “너를 도와주고 싶어.”
 “너의 마음을 이해하고, 좋은 방향으로 가면 좋겠어.”

  보통 사건을 맡으면 2~3번 정도 아이들을 만나는데 한 번에 5시간까지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요. 아이들의 감정을 잘 따라가면서도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어려움의 하나입니다. 조정은 아이들에게 대개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사과와 용서’를 통해 화해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아이들이 생각만큼 자신이 받은 상처를 용서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용서는 어른도 어렵고 종교인조차도 어렵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않으면 결국 자기 자신이 더 힘들게 되는데 아이들은 이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가해자가 먼저 사과를 하는 것입니다. 대개 가해자는 피해자를 보면 사과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자기 생애에 한 번도 사과해본 경험이 없다든지 언제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등의 여러 이유로 사과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이것을 돕고 격려하는 일까지도 조정가가 해야 합니다.

  위와 같이 힘든 조정의 시간을 거쳐 화해가 잘 이루어진다면 사건은 판사의 결정으로 종결처리됩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해결되면 아이들을 격려합니다.

  “화해를 만든 것은 너희들이 한 거야.”
  “이 힘은 너희에게 있었어.”

  저는 조정위위회를 통해 많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모두가 저에게 특별한 아이들입니다. 저는 이렇게 만난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작든 크든 친구들과의 문제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위해「얘들아 괜찮아」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미안해 하는 마음은 있지만 사과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직접적 사례를 쓸 수 없어서 소설 형식으로 쓴 것이지요.

  저는 지금까지 많은 시간 청소년들의 갈등과 폭력 문제를 다루면서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사회에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회에 꼭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바람은 지금보다 더 한국의 모든 부모들이,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가 청소년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해 주시는 겁니다. 청소년들은 우리 자신의 거울이요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아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네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면, 다른 아이도 하고 싶지 않은 거야.” 
  “네가 할 수 없는 일은 다른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 옳단다.”

학교폭력 상담전문가
서울가정법원 화해권고위원 이주연
alpha365@naver.com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98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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