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칼럼 & 커피스토리 35]
분당 꽁지머리의 행복한 사진사 최정호!
사진향내와 커피향을 첫사랑 품듯 카메라에 담아내다
큰 카메라를 메고 하얀 머리를 질끈 묶은 범상치 않은 모습을 한 사진작가 최정호님. 같이 동행한 조용한 분위기에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부인 김단혜님과는 무언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첫마디 입을 떼는 순간 그건 기우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가비양, 커피의 맛을 알게 하다
성남시에서 블로그 기자를 하며 2년 전 어느 중학교 행사 촬영을 갔는데, 양동기대표가 학부모 대상으로 커피강의를 하고 있었어요. ‘커피 맛있는 집’하면 ‘가비양’이라고 해서 집 사람과 몇 번 갔었는데, 직접 양동기 대표의 커피강의를 들으니 내용이 좋더라고요. 커피 드립하는 방법과 드립할 때 맛의 비결도 알려주고, 직접 커피를 내려서 맛을 하나씩 보여주었는데 상당히 좋았어요. 지금까지의 커피맛과는 완전 다르다고 할까? 이렇게 해서 ‘가비양’ 커피 아카데미 강의까지 신청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맛도 아는 만큼 빠져들게 되잖아요. 맛을 제대로 느끼게 될 때 혀 속에서 춤추는 그런 맛을 느끼게 되는데 커피도 마찬가지랄까요? 이젠 까페 ‘가비양’에 들르면 저는 주문하지 않습니다. 직원들이 알아서 커피를 내어 줍니다.
사진에 미치다
현재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의 진로 멘토를 하고 있습니다. 이 진로 멘토를 하는 이유는 제가 특별히 잘났다기보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들을 학생들은 다시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사진을 하기 위해 18년 정도 시간을 흘려보냈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카메라로 사진 찍기를 좋아했었는데, 제 직업으로 사진이라는 것을 택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참 뒤인 1997년도에 본격적으로 사진관을 차리면서였지요. 그때부터 행복한 밥을 먹게 된 것이죠.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요! 이제는 어느 정도 이름도 알려지고 작품도 팔리지만, 학생들에게는 “너희들이 정말 어떤 것이든 미치지 않으면 이루고자 하는 것에 미칠 수 없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든든한 아내가 있어 고마워요
아내에게 고마운 점은 사진에 미쳐 며칠씩 전국을 돌아다녀도 “좋은 작품 찍고 오세요.”하지 “언제 들어 올거냐?”하며 바가지를 긁지 않은 점이예요. (이 말을 바로 받아 옆에 앉은 부인 김단혜님은 “사진을 찍으러 며칠씩 나갔다 온 후, 여행에서 이 사람이 가졌던 그 에너지를 이야기로 듣다 보면 그 에너지가 저에게도 전달돼요. 돈을 많이 벌어다 주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행복감, 에너지를 전해 주는 것 자체가 글 쓰는 저에게는 더 큰 의미라고 생각해요”라고 했습니다.) 아무튼, 저에게 이런 아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성남의 모든 뷰(view)를 찍다
제가 45년 넘게 살고 있는 성남을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니, 주변에서 저에게 미쳤다고 했죠. 밥벌이 되는 사진을 찍어야지 성남을 찍어서 뭐하냐? 그 사진을 누가 사냐? 돈이 되는 것을 해야지! 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성남을 포함해 전국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을 작품으로 봐주거나 사주는 사람도 없고 결국 자기만족이었지요. 그런 동안 사진파일이 컴퓨터에만 쌓여만 갔죠.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제가 사진 촬영을 다녀오면 일기를 쓰듯이 블로그에 매일 매일 올렸어요.
아~ 성남시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해보죠. 아버지가 교육공무원이셨는데 성남시가 되기 전 광주대단지 시절에 부임되어 오셨어요. 그래서 성남시의 태동을 보며 초·중·고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살았으니 성남시의 사계절, 해가 뜨고 지고 하는 시간과 방향을 다 아는 거죠. 어느 때가 성남이 제일 예쁜지, 언제 사진을 찍어야 잘 나오는지, 어디 가면 그 시간에 풍경이 아름다운지, 한마디로 성남의 모든 뷰(view)를 다 알게 되었지요. 제가 태어난 곳은 경기도 여주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곳이니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피사체부터 사진을 찍었던 겁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성남을 검색할 때 제 블로그에 들어오고, 도리어 성남시에서도 제 블로그로 찾아들어올 정도가 되었죠. 성남시에 대한 사진은 그 누구보다도 제가 방대한 양의 사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년에는 ‘한국학 중앙 연구원’에서 성남에 관한 사진을 저에게 부탁했을 때 700여 컷을 제공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살아있는 표정을 담아내야 하기에 사람들이 저에게 집중하고 반응하도록 계속 말을 걸죠. 셔터를 함부로 누르지 않고 아꼈다가 가장 아름답고 자연스러울 때 결정적으로 셔터를 누른답니다.
문화를 담은 가비양을 찍다
일단, 가비양은 커피도 커피지만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 성남시 문화예술인상을 받으면서, 예술이 꼭 사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미술, 음악, 문학 등 종류가 많은데, 이런 예술인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가비양’이예요. 문학하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음악 하는 사람 등등 별별 사람들이 여기 다 모이거든요. ‘가비양’ 문화행사(가비양 클럽회원들의 음악회 클럽데이)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니, 저도 사진으로 봉사를 하는 거죠.
(양동기 대표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니) 양대표도, 저도 자기 주관대로 자유롭게 ‘(커피, 사진)쟁이’로 살아가니, 둘 다 연구 대상인 셈이죠. 양대표는 사람도 좋아하고, 맛도 좋아하죠.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에요. 티라미슈 케익에 오로지 좋은 유정란만을 쓰겠다며 닭도 사다가 까페 ‘가비양’ 뒤의 텃밭에서 키우고, 달걀도 낳으면 저에게 보여주지요. 각자 사는 재미들이 있어요. 이런 ‘가비양’에서 커피와 관련된 사진을 찍는 저는 행복한 사진사죠.
가비양 양동기 대표
사진은 설레임이다
애인을 만날 때 설레잖아요. 하지만 나이와 함께 그런 설레임을 잊은지 오랜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사진기를 들고 어떤 사물을 대할 때 아직도 설레요. 바로 애인을 만나는 그 설레임이 카메라를 대할 때 지금도 있으니, 제가 계속 이것을 하는 거겠죠? 현재 가장 아끼는 사진작품으로는 해 돋는 거제도 사자 바위 일출사진입니다. (옆에 조용히 앉아계신 부인께서 말문을 엽니다. “거제도에서 사진을 찍고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 사람이 지금도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서 집에 바로 못 올라오겠다고 그러더군요. 저는 그 사진을 찍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이 사람의 표정을 보니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거제도사자바위 일출
마지막까지 카메라와 함께
죽을 때까지 카메라와 함께 하고 싶어요. 아끼는 카메라가 있는데 내가 죽으면 함께 관에 넣어달라고 아내에게도 몇 번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성남이 시로 승격한 지 40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화보집을 만들었는데, 50~60년의 화보집도 계속 남기고 싶어요. 단순한 화보집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있는 역사니까요.
그리고 저는 서현 문화의 집에서 DSLR 사진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독학하면서 여기까지 왔지만,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최대한 적게 하고 재미있게 사진에 빠져들어갈 수 있도록 도우고 싶은 거지요. 제 수업을 수강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년퇴임한 분들도 있고, 고학력자들도 많은데, 같이 출사를 나가면서 식사도 하고 대화도 하며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자녀들도 다 커서 결혼도 하고 대학생이 됐는데, 커피로 부부간의 대화를 풍요롭게 하며 특히 맛에 있어 예민한 남편이 누구보다 커피를 잘 내린다며 커피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천진한 부인의 얼굴! 무엇보다 눈빛이 살아있어 그 어떤 피사체도 최정호 사진작가의 눈을 피해갈수 없을 것 같은 남편의 모습이 대조되지만 동시에 어울리는 인터뷰였습니다.
행복한사진사 분당꽁지 최정호 블로그
http://blog.daum.net/chdl1
https://blog.naver.com/chdl10731
(가비양 커피클럽 문의 010-9405-8947)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87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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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양은 커피를 매개로 한 소통장소입니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고 드립도하지만, '최고의 인테리어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이 머무는 장소를 만들려고 합니다. [가비양 커피클럽 & 커피스토리]는 그 속에서 머무는 많은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
식공간(食空間)을 창조하는 요리연구가이자 푸드코디네이터 이수연
자유로운 영혼, 커피 게이샤 향기에 취하다. ‘한국바스프’ 이만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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