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종달새를 닮은 꽃 현호색(玄胡索)

2018년 4월호(제 10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4. 2. 23:53

본문

[숲해설사 이야기 19]

종달새를 닮은 꽃 현호색(玄胡索)


  봄은 어느새 소리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 옵니다. 예전에는 진달래와 개나리에 이어, 산벚꽃과 목련이 피고, 진달래가 지고나면 철쭉이 피는 것처럼 나름대로의 순서가 정해져 있었는데, 요즘은 순서도 없이 모두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려 정신을 못 차리죠. 지구온난화현상에 최대한 빨리 적응하여 종족을 번식시키려는 꽃들의 전략입니다. 봄꽃은 ‘흐드러진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것 같은데요. 그렇게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故박완서’님의 소설 속, 전쟁 중에도 목련이 활짝 핀 것을 보고 미쳤다고 혼잣말을 하는 여주인공이 생각납니다. 


  봄이 오는 산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꽃 중에는 ‘현호색’이라는 꽃이 있습니다. 이른 봄에 잎이 먼저 올라와 꽃을 피우는데요. 키가 작은 탓에 등산객들의 발에 밟혀 수난을 당하기도 합니다. 개체수가 많아서 봄 산 어디에서 볼 수 있는 꽃이기는 합니다만, 활짝 핀 꽃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찌나 빨리 피고 지는지 게으름을 조금만 부려도 아름답게 핀 꽃을 보기 쉽지 않습니다.



  ‘현호색’은 습기가 있는 곳에서 주로 자생합니다. 양귀비목 현호색과의 여러해살이 풀로서 높이는 약 20cm 정도로 지면에 퍼지면서 자랍니다. 4월에 피는 꽃은 붉은 연보라를 머금은 푸른색이며, 총상꽃차례로 꽃을 피웁니다. 그러나 금방 시들어버리는 습성 때문에 오래 감상할 수는 없습니다. 양귀비목의 꽃들이 대부분 빨리 시드는데 현호색의 급한 성격을 따라 갈 식물은 드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고 있는 현호색은 약 11 종류가 됩니다. 댓잎현호색, 좀현호색, 각시현호색, 들현호색, 애기현호색 등 비슷하면서도 다른 현호색들은 약재로 환영을 받는 식물입니다. 덩이뿌리가 한약재로 쓰이죠. 강력한 진통 효과가 있어 진통제로 쓰이기도 하는데요. 한방치료제로 쓰는 야생초들 대부분이 독초로 분류됩니다. 그러니 산나물을 채취할 때는 전문가적인 안목이 정말 필요하겠지요.


  모든 생물들이 햇볕을 받고, 에너지를 얻어 생존하며, 종족번식을 하듯이 키 작은 현호색도 잎으로, 옷을 입지 않은 나뭇가지 사이로 조금씩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을 받아 재빨리 꽃망울을 터트려 꽃가루받이를 하려는 고도의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전략에 곤충들도 적극 참여 한답니다.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들이지요. 


  현호색의 속명은 코리달리스(Corydalis ternata Na-kai)이며 종달새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꽃모양이 종달새를 닮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조용미’ 시인은 현호색을 몸 하나에 머리 둘 달린 공명조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서 울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올해는 꽃이 지기 전, 종달새를 닮은 꽃, 현호색을 만나러 가까운 산에 올라가보지 않으실래요? 


시인, 숲해설사 장병연

bomnae59@hanmail.net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102호 >에 실려 있습니다.

 

< 숲해설사 이야기 바로가기 >

[숲해설사 이야기 18]

제 101호 꽃샘바람 속에 피는 ‘변산바람 꽃’


[숲해설사 이야기 17]

제 100호 봄을 알리는 꽃 노루귀(破雪草)


[숲해설사 이야기 16]

제 99호 울을 이기는 로제트 식물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는 

  • '지역적 동네'뿐 아니라 '영역적 동네'로 확장하여 각각의 영역 속에 모여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문명, 문화현상들을 동정적이고 창조적 비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국내 유일한 동네신문입니다.
  •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이 신문을 읽는 분들의 구좌제와 후원을 통해 발행되는 여러분의 동네신문입니다.
  • 정기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월 댁으로 발송해드립니다. 

    연락처 : 편집장 김미경 010-8781-6874

    1 구좌 : 2만원(1년동안 신문을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예금주 : 김미경(동네신문)

    계   좌 : 국민은행 639001-01-50969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