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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도 길었던 5일의 제주도 자전거 여행

2018년 4월호(제 10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4. 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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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전기 - 여동생편]

짧고도 길었던 5일의 제주도 자전거 여행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결정하고 난 뒤, 저는 함께 가는 언니, 오빠와 열심히 여행 일정을 짜고 있었습니다. 평편한 일반 도로도 잘 달리지 못하는 자전거 왕초보가 말이죠. 제주도 한 바퀴 완주를 목표로 수리산길과 근처에 있는 안양천을 연습 삼아 며칠 열심히 달리고 나니, 금세 출발 날이 다가왔고 비행기에서 눈 깜빡해보니, 제주 국제공항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도착한 제주도에서 우리를 환영하듯 기다리고 있는 것은 휘몰아치는 눈보라였습니다. 자동차도 체인을 달고 다녀야 하는 미끄러운 눈길을 자전거로 어떻게 달릴까 하는 두려움이 먼저 닥쳐왔습니다. 고맙게도 자전거를 대여해 주신 아저씨가 이런 날씨에는 라이딩이 어렵다고 하시면서 게스트 하우스까지 태워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차를 타고 가다 보니, 눈보라도 잦아들었고 어려운 환경을 이기는 훈련을 하러 왔는데 이렇게 가는 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걱정하시는 아저씨를 뒤로 하고 차에서 내려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길은 그리 미끄럽지 않았고 무사히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 화창한 날씨에 기분 좋게 라이딩을 시작했습니다. 시간도 여유가 있어 송악산을 올라갔는데 정상은 아니었지만 꽤 높은 곳에서 환상적인 경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구름에 가려진 햇빛이 바다에 쏟아져 내린 장면이었죠. 거기다 멀리였지만 한라산을 볼 수 있어 정말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셋째 날은 밤새 내린 눈이 엄청나게 쌓여 신발에 양말, 바지 밑단까지 몽땅 젖어버렸습니다. 너무 힘들고 짜증이 나서 언니, 오빠와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보기만 해도 시원한 폭포와 계곡 덕분에 찝찝한 기분을 날려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이날은 눈길에 시간이 늦어져 어두운 밤길을 달리다 이상한 곳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안전하게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습니다.

  넷째 날은 길이 그리 길지 않아서 푸른 제주도의 바다를 마음껏 보며 여유롭게 달렸습니다. 그리고 이모가 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주신 돈으로 제주도 흑돼지라는 것을 먹어보았습니다. 솔직히 뭐가 다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날을 위한 에너지 보충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일출을 보러 성산 일출봉을 올랐다가 얄미운 비 때문에 허탕을 치고 돌아왔습니다. 힘들었지만 마지막으로 엄청난 거리를 죽어라 달려서 자전거를 반납하고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4박 5일의 제주도 완주 일정이 아쉽게 끝이 났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여행 내내 다른 것 보다 자전거도로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스탬프 찍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는 동안 바다를 힐끔 본 것 말고는 여유롭게 편히 달린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먼저 빨리 가버려서 언니, 오빠가 뒤에서 “같이 가자”라고 하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투덜댄 일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많이 배운 점은 일단 셋이 같이 움직이고 행동 할 때는 나이가 가장 어리더라도 내 일을 찾아서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니, 오빠가 길을 찾고 있을 때 모르는 길이라고 가만히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함께 찾는다던지, 무거운 공용짐도 나누어 싣고 달린다던지, 문제가 생겼을 때 의견을 내서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들 말이죠.

  5일 밖에 다녀오지 않은 제주도지만 매일 보던 바다가 정말 그립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있어 다시 한 번 간다면 그때는 더 훌륭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한수아 (중3)
suha0721@naver.com

이 글은 <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제 102호 >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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