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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기타에서 전기자전거로

2018년 4월호(제 102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8. 4. 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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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이야기]

전기기타에서 전기자전거


  일렉(트릭)기타를 전공한 저는 ‘콘트라베이스’로 잘 알려진 밴드에서 10년 정도 공연을 다녔습니다. 연주하는 즐거움에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지요. 하지만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소위 ‘음악매니아’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정말 싫었습니다. 왜냐하면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연주자가 될 것도 아닌데 왜 음악을 하냐”는 등, 먼저 판단해 버리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신은 전문음악인보다 모든 음악분야를 더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곤혹스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더 힘들었던 것은 이 밴드와 함께 활동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들이었죠. 결국 저는 10년이나 해왔던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연주를 그만두자 이번에는 음악하는 후배들이 저에게 음악을 가르쳐 달라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 후배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얻어 ‘실용음악학원’을 시작했지요. 그러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여러 가지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 곡 안 쓸 거예요, 그리고 칙칙한 발라드 곡을 왜 연주해요?” 가르치는 저의 입장에서는 기타를 전공하려면 악기를 잘 다루는 것도 필요하지만, 작곡도 해야 되고 느린 템포로 연주되는 발라드도 정교하게 연주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 같았죠. 또 다른 학생은 “저는 연주가 따로 필요 없고, 옆에서 반주만 할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학생은 정말 열심히 연습도 하고 장래가 기대 되는 학생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도움을 더 주기 위해 다양한 연주기법들을 알려주었지만 그 학생은 그 어떤 것도 수용하는 자세를 가지지 않았지요. 또 한국 엄마들의 태도 또한 충격이었죠. 제가 봐도 음악과는 거리가 먼 아이인데도, 아이가 원하니 지방대도 상관없이 아무 대학에 입학만 시켜달라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이 학생이 어느 대학에도 못 가자, 그 모든 책임을 저에게 전가시켰는데, 이런 분들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저는 이런 학생들과 엄마들의 태도 때문에 음악학원을 접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게 되었을 정도입니다. 사람들이 신나게 흥얼거리는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를 들어도 어느 학원에서 배웠다는 것이 훤히 보이지요. 또 잘 부른다는 밴드의 음악을 들을 때도 마음으로 듣기보다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는 저 자신의 모습이 괴로워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음악을 손에서 놓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이번에는 ‘DSLR카메라’였습니다. 한동안 카메라와 사진 찍기에 푹 빠졌는데, 가장 많은 촬영 장비를 보유했을 때 장비 값만 무려 오천만원이 넘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장비에 대한 한계를 느끼게 되었고, 사진기술보다는 고가의 장비가 사진을 대신하는 것 같아 마음을 접었지요.



  아~~그럼 지금은 뭐하냐구요? 음악과 전혀 무관한 일을 한답니다. 그렇지만 저는 여느 때 보다 가장 즐거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전거정비’와 ‘전기자전거를 보급하는 일’입니다. 전구 하나도 사람 불러 교체해야만 했던, 기계와 거리가 먼 제가 공구를 만지고 배우는 것이 흥미로워 재미를 붙이게 되었지요. 현실적으로는 돈이 잘 벌리지 않는 것에 대한 고민도 물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막 보급되기 시작한 전기자전거의 가격에 대해 일반사람들은 너무 비싸다고 하고, 정반대로 고급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여기는 싸구려 밖에 없어”라고 반응하는 것이 고민이긴 합니다. 그러나 올해엔 전기자전거 규제 완화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는군요. 앞으로 고객들이 산과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쉽고 편하게 전기자전거를 마음껏 타는 분들이 많이 생길 날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전기자전거와 함께 열심히 달립니다.


지바이크 인천점 심규만

인천 계양구 장기동 148번지 / 032-546-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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