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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특이한 예술가 훈데르트 바서

2019년 3월호(제11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4. 22.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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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이야기]

내가 만난 특이한 예술가 
훈데르트 바서

도시시민, 혼합 매체, 1993

전기자전거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는 저는 얼마전 <훈데르트 바서> 전시회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한가람미술관’처럼 잘 알려진 미술관이 아니라 ‘돈의문박물관’이란 독특한 전시회장에 대한 호기심도 가지고 말이지요.
제가 만난 훈데르트 바서는 건축, 그림, 환경운동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행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회는 훈데르트 작품보다 그의 생각과 신념,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였던 것 같습니다. 총 4개의 전시관과 3개의 체험전으로 구성된 전시회는 각각 다른 그렇지만 하나로 묶어지는 주제로 환경포스터, 엽서, 판화, 패션, 건축, 드로잉, 깃발디자인 등을 표현했습니다.
처음 그의 건축작품들을 보면 밀랍인형이 뜨거운 열에 이리저리 뭉그러지고 일그러진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몇몇 그림들은 공포영화처럼 끊임없는 소용돌이의 연속과 커다란 눈들이 여기저기 달린 것도 있었습니다.

훈데르트바서의 사상
훈데르트바서는 ‘인간은 자연에 잠시 들린 손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피부(skin)론’과 ‘자연주의 사상’을 통해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는데. 피부론은 인간을 보호하는 층을 총 5개로 나눠 ‘피부’,‘옷’, ‘집’, ‘사회’,‘지구와 환경’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를 보호해주는 제 3의 피부가 집이라고 주장한 그는 인간은 첫 번째 피부만 의식하고 나머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지요. 그래서 그는 건물을 세우며 빼앗은 식물의 공간을 다시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건축물을 디자인했습니다. 산업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을 보며 자연에 대한 존경심과 자연을 보호해야한다는 자연주의 사상의 기초 위에서 말이지요.

물에 매료된 훈데르트 바서, 그의 매료된 나
이런 점들을 알게 되었을 때에야 훈데르트의 작품들을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직선과 각진 모습, 똑같은 모습을 극도로 배제하고 곡선과 나선, 다양한 색상과 모양, 울퉁불퉁한 표면 등 자연에서 가져온 듯한 모습은 그의 그림들과 건축물에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특히 그는 자연 중에서도 물을 정말로 좋아했습니다. 먹는 물, 눈물,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 호수, 강물 등 물들이 자신을 매료시킨다고 했지요. 특히 비오는 날을 좋아했고 태양이 뜰 때는 세상을 무미건조하게 느꼈다고 합니다. 물은 그에게 있어서 항상 열려있는 출구와도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의 집을 배에 짓고, 거의 모든 작품 활동들을 배 위에서 할 정도였습니다.
물 속에서 하는 모든 활동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훈데르트바서의 생각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습한 공기의 향기를 맡을 때, 선명한 색들을 자랑하던 지붕과 벽들이 얼룩지고 채도가 낮아져서 같은 곳이지만 다르게 보일 때, 바닥에 고인 물들을 통해 좌우가 반전되어 보이는 풍경을 볼 때, 그 풍경이 어떨 땐 일그러져 보일 때도 있는 것을 볼 때, 마음에 안정을 찾았던 경험 또한 말이지요. 어쩌면 물은 형태가 고정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자유롭게 변화하며 고정할 수 없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라고 짐작할 뿐입니다.

진정한 문맹은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의 작품도 독특하고 많은 인상을 주었지만, 그가 남긴 명언은 지금까지 제 생각 속에 또아리를 틀고 그 의미를 곱씹게 합니다. 진정한 문맹은 쓰고 읽는 것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라는 말은 새로운 디자인을 늘 창조해야한다는 강박으로 사는 저에게 너무나도 공감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직선은 신의 부재를 뜻하며, 부도덕적이다’라는 혁명적인 말은 늘 직선과 기존 고딕 패턴에 익숙한 저를 부끄럽게 하였습니다. 또한, 화가가 자신의 그린 그림에 감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좋은 그림이 아니다라는 말은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다른 사람이 감탄하는 것보다 내 그림에 내가 감탄하는 것은 이전에 했던 방식을 고정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찾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그만큼 자신의 그림에 최고의 노력을 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훈데르트 바서 전시회는 단순한 예술적 견문을 넓히는 시간이었다기보다는 생각하는 방식과 삶의 태도를 고정하지 않고 늘 변화를 시도해야한다는 감사한 교훈을 받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경기도 군포시 유지형
designprod@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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