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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뚜루뚜루~~

2019년 3월호(제113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5. 1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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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추천하는 (지구촌)동네이야기]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뚜루뚜루~~

2018년 느즈막한 가을의 끝자락, 올해로 칠순이 되신 아버님과 함께 가족여행을 계획했습니다. 한평생 우리 가족을 책임지고 먹여 살리느라 단란한 가족여행의 기억조차 희미해져버린 아버지께 이젠 자식들이 다 커버렸지만 그래도 따뜻한 가족의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찾은 곳은 ‘전남 담양의 게스트하우스 꿈터’였습니다. 밤늦게 도착한 꿈터에는 호스트 뚜루님이 우리 가족 추울까봐 이미 아랫목을 따땃하게 데워주셨고, 아버님 칠순 가족여행이라는 말에 직접 담그신 김치와 아주 맛난 장아찌들로 냉장고를 가득 채워주셨습니다. 마음껏 쉬다가 가라고 부엌에는 과일과 지역 특산물, 빵도 가득 놓아 주셨고요. 저희 가족은 뚜루님의 마음에 감동하며 짧은 여행이었지만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몇 군데 다녀보았지만, 뚜루님같은 호스트는 정말 흔치 않아서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독자들에게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림같은 집, ‘꿈터’뚜루뚜루~~
천혜의 경관을 지닌 전라남도 진도의 하조도에서 태어난‘뚜루’는 아름다운 조도바다를 바라보며 시골동네를 달리면서 자라서인지 고향을 떠나 회색 도시 속에서 직장을 다니고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속에는 늘 자유로운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눈만 뜨면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경쟁심이 주는 도시의 삭막함보다는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 대지가 주는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아이들도 나처럼 어른이 되면 어린 날의 기억이 평생의 추억이 되어 지치고 힘들 때 위안이 되리라 생각하여 시골생활을 결심하였습니다.
완전한 귀촌은 당장 어렵겠지만 아쉬운 마음에 주말주택이라도 하고싶어 결심하고 인연 터를 찾기 위해 많은 발품을 팔았지만 나를 반기는 터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터는 반드시 주인이 있다 했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5년여의 노력 끝에 내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터가 한재골 자락에 나타났습니다. 그렇게 터와 인연을 맺고 뚜루의 좌충우돌 전원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뚜루뚜루’는 친정 어머니께서 지어준 별명입니다. 시골에 주말주택을 지을 계획이라고 어머님께 말씀드리니 그 자리에서 바로 남진의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뚜루 뚜루~’라고 노래를 부르시더니 “그러면 너는 앞으로 뚜루뚜루다”라고 하시면서 노래처럼 늘 행복한 전원생활이 되라고 하셨지요.


황금흙집이 탄생하기까지
뚜루만의 꿈터를 짓기 위해 밤마다 그림을 그렸다가 아침이면 지우기를 몇 번을 반복하였던가요. 그런 설레임과 인고 끝에 마침내 ‘꿈터’는 준공허가가 떨어져 입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나와 가족을 위해 계획하고 열심으로 작은 ‘꿈터’를 만들었지만 한 땀 한 땀 공을 들이면서 이곳이 우리 가족만을 위한 공간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지요. 도시에서 지친 이웃들이나 전원생활을 꿈꾸는 더 많은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제 이야기를 오픈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주말 전원주택이 만들어져 가는 모든 내용과 경험을 중심으로 블로그를 개설하고 나와 같은 생활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자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글을 써나갔습니다. 허가를 내고 준공을 받는 과정, 집을 지으면서 발생하는 문제점, 야생화 정원을 만들면서 겪는 시행착오,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나 버려진 폐품을 활용해 나만의 창작품으로 환골탈태한 멋진 소품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기도 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꾸며져서 기쁨을 얻기도 하는 등 다양한 경험담을 담아 블로그 이웃들과 소통하고 공감하였습니다.
 
꿈터의 첫 5년은 전원생활에 대한 꿈만 좇아 아무것도 모른채 겁 없이 시작해서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맘고생을 하며 보냈습니다. 주말이면 남편과 둘이 꿈터로 달려와 터를 닦고, 바위를 날라 돌담을 만들고, 산에서 나무뭉치를 싣고 와 나무 화분도 만들고, 대나무 그릇 선반과 피죽 싱크대도 만들었습니다. 삽질도 억수로 많이 해보고 세 번이나 뜯었다 고쳤다하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궁이도 완성했습니다. 수도작업, 나무심기, 연못 만들기, 정원 등 달기 등 꿈터 구석구석에는 우리 부부의 땀방울과 웃음과 수많은 사연들이 가득 스며들었습니다. 꿈터의 대문 안에 들어서면 어디선지 꽃 향기보다 더 좋은 사람 냄새가 폴폴나는 그런 집이 되어 뜰 안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 어떤 마음도 금새 편안해집니다. 만약 삐까 번쩍하고 으리으리한 큰 집에 한그루에 몇 백만원 하는 정원수와 조경으로, 하루 아침에 완성시킨 돈 냄새 풀풀나는 그런 집이었다면 아마도 나는 하루 아침에 금방 싫증을 내버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꿈터는 매번 뜰 안에 들어설 때마다 모든게 새롭게 느껴지며 지금도 가슴이 설레입니다. 정말이지 우리 부부는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행복을 꿈터에서 맛보고 경험해보았습니다. 


맨 처음 꿈터를 계획하고 건강에 좋은 흙집을 짓고자 할 때 주위 분들이 흙집은 손이 많이 가고 관리하기가 불편하니 흙집은 절대로 짓지 말라고 열이면 열 명 모두 도시락 들고 다니면서 저희 부부를 말렸습니다. 하지만 한 번 마음 먹은 것은 기어코 해보고야 마는 뚜루. 이때까지 아파트 콘크리트 집에서 살아봤으니 이제는 흙이 묻어나는 친환경 생태집에서 최소한의 살림살이로, 예스럽게 문명의 편리함을 떠나 불편함을 놀이삼아 살아보겠노라고 큰소리 땅땅치며 흙집을 지었습니다. 방바닥에는 습기와 벌레들이 못 들어오게끔 왕소금과 숯을 깔고, 지붕과 화장실, 싱크대 부분만 시멘트를 섞고 나머지는 모두 흙으로 집을 지었지요. 그런데 웬걸, 1년이 지나니 흙 미장한 거실 벽이 부슬부슬 떨어지고, 앞 처마가 해마다 봄이 되면 얼었다 풀렸다 하면서 하늘에서 황금 똥덩어리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흙집 보수법을 하나씩 배워가며 꿈터를 만들어갔습니다. 이 정도의 흙집 생활은 제게 큰 불편함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자연친화적 생태집에 살다보니 벌레들이 같이 살자고 방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벌레들은 다 괜찮은데 지네는 정말 소름이 쫘악 끼치더군요. 한밤중에 같이 잠을 자자고 들어와 내 목 위를 스르륵 지나가고, 잠결에 꼼지락 거리는 제 발가락을 공격하는줄로 오해하였는지 콱 물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몸에 좋은 황토집에서 잠을 푸욱 자는게 아니라 밤이면 밤마다 언제 또 지네가 나타날라 파리채를 들고 날밤새워 기다리다보니 ‘흙집 짓기 전 주위 분들이 말릴 때 잘 들을걸...’후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흙집 보수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지네와의 동침은 아무리해도 적응이 안되더라고요.(웃음) 지금의 꿈터는 지네약을 찾아서 지네는 더 이상 안 나오고요. 그 이후로 저희 부부의 셀프 인테리어 솜씨로 한지 도배도 하고, 커튼도 멋스럽게 바꾸고, 욕실도 리모델링 하고, 주방에는 커피바도 만들었답니다.

꿈터에서 전원생활을 경험해 보세요
10여년 전 한재골에 터를 잡고 집을 지어 가꿀 때만 해도 몇 가구 안되는 한적하고 깨끗한 산속 마을이었지만 개발 바람이 불면서 무분별하게 집들이 들어서고 마을이 점차 상업화 되어 예전의 인심과 정들은 조금씩 메말라갔습니다. 그로 인해 제 마음이 상해할 때쯤 저를 잘 아는 지인이 게스트하우스로 바꿔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내 꿈을 잃는 것 같아 많이 고민했지만 나름 그렇게 활용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해당기관에 정식 신고를 하고 교육을 이수해 게스트하우스를 열게 되었습니다.
시골집은 불편합니다. 처음부터 게스트하우스를 목표로 하지 않았기에 꿈터는 더더욱 불편합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이기고 우리 꿈터에 몸 담은 손님의 하루가 행복해지려면 뭔가 다른 조건이 있어야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하룻밤 손님을 모시기위해 많은 준비를 합니다. 단순히 청소만 깨끗하게 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작은 부분부터 불편함이 없어야하고 손님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하룻밤을 묵더라도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 게스트하우스를 열 때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게스트하우스로서의 꿈터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꿈터를 예약하고 찾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예약을 해주셨고, 하룻밤을 묵고서는 오히려 이런 멋진 집에서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냈습니다. 손님이 뚜루의 배려와 정을 알아주고, 회색도시에서 받은 삭막함을 잊고 마음의 위안을 얻어갈 때 호스트로서의 뚜루도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꿈터’는 단순히 먹고 마시며 하룻밤을 즐기러 오는 그런 공간의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앞만 보고 살아온 자신을 돌이켜보고, 자연이 주는 순 기능 속에서 잊혀졌던 지난 날의 기억을 돌이켜보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소품 하나, 꽃 한 송이 허투루 만들거나 피어있지 않습니다. 뚜루의 땀과 노력이 결실을 맺었듯 그 노고가 꿈터를 찾는 손님들에게 전해져 마음에 위안을 주고 행복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꿈터지기 뚜루
전남 장성군 북하면 병풍로 944-25
010-3620-5043, https://jmss5041.blog.me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3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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