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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골목 대장, 좌충우돌 골목탐색하다

2019년 5월호(115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7. 1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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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문화 탐방기 2]

인천골목 대장, 좌충우돌 골목탐색하다

자본이 흐르는 골목
골목은 시간의 겹이 쌓여 이루어진 공간입니다. 집과 집 사이의 난 길, 공간이기에 단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시간이 무시되는 공간을 만드는 곳에서는 골목은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인 장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개발중독자에게는 골목은 공략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골목 안 공간에 내재한 시간의 겹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골목을 상업화하는데 성공을 거두는 사례도 있습니다.
 
골목의 공간을 새로운 감각으로 디자인해 새로운 트렌드로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프로젝트가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거대 자본을 앞세워 거점 건물을 매입하고 리모델링을 한 후, 카페를 비롯한 식문화를 소비하는 공간으로 만듭니다.
순차적으로 지역 특성을 알고 있는 토박이 출신의 디벨로퍼(developer-부동산 개발업자), 실내 인테리어 디자이너, 건축사, 경영자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기획을 합니다. 이를 토대로 거점 부동산 매입 및 리모델링을 통해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카페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한 곳을 먼저 살려 놓고, 다른 공간으로 이어갑니다. 대신 자본을 내세워 부동산 시세보다 높게 매입합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은 매입 가격에 맞춰 상승합니다. 그들은 부동산 상승에 따른 임대료 인상에는 크게 영향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이 최고로 갔을 때 포스트 2~3개만 남겨두고 매각을 해서 최대 이득을 남깁니다.
이렇게 자본이 작동하는 골목은 젊은이의 취향에 맞춘 실내디자인과 음식으로 사람들을 유인합니다. 언론 매체가 주목해 보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핫 플레이스가 됩니다. 그러나 자본이 작동하는 골목이기에 자본에 의해 이끌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경리단길, 삼청동길이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본의 끝없는 욕망에 의해 사람도 살고 골목도 사는 상생의 길을 잃었습니다. 

인간, 우주가 담긴 골목
   사람과 사람 사이(人間),
   집과 집 사이(宇宙)에
   난 길
 
   사람이 사는 집,
   집에 사는 사람이
   하나가 되는
   길
 
   욕심 없어
   사람과 사람이
   집과 집이,
 
   집과 사람이
   편히
   살아가는 길
 
인천 만석동 아카사키촌 골목을 다니면 통 건물에 벽만 나누어서 서로서로 집들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내 집은 또 옆집을 위해 기꺼이 벽을 내줬습니다. 이런 집들이 이어져서 그 가운데 골목이 생겨났습니다. 옆집에 살던 이웃이 이사를 가거나, 사망으로 빈집이 되었을 때는 내 집도 무너집니다.
그 안에 사는 가족은 별개의 생활공간이었지만 집은 한 몸으로 살았고, 이런 삶의 절박감이 있었습니다. 그런 집 사이에, 그런 사람들 사이에 골목이 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흘러가는 물길이 되기도 했고, 이웃을 맞이하는 만남의, 떠나보내는 이별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골목은 삶의 애환을 공유하는 시공간이었습니다.
 
골목에서 사는 월남민들은 한국전쟁 1.4후퇴 때 잠깐 피난 나왔기에 곧바로 고향에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땅만 있으면 가마니로 하늘을 가리고 몸을 누울 수 있는 자리만 마련하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힘든 생활을 하지만 힘든지도 모르고, 어려운 일도 어렵다고 하지 못하고, 배고파도 배고프다고 말할 수 없고, 울어야 할 상황인데도 울지 못하고 그냥 악착같이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런 삶의 절박함 속에서도‘삼팔따라지(삼팔선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라는 동질감을 갖고 훈훈한 인심이 흐르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편한 주거공간에 사는 자식과 함께 살다가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 혼자 사는 분도 있습니다.
 아카사키촌 바로 옆에는 보금자리 아파트가 신축되어 편하게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골목에서 살 때는 집 밖에만 나오면 앞집, 옆집에 사는 이웃을 쉽게 만날 수 있었지만 아파트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에는 자식들이 찾아오면 골목에서 이웃 어른들을 만나게 되어 서로 오랜만에 인사도 하고 안부도 묻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파트는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이런 동네에 산다는 게 불편한 게 한두 가지는 아니지! 남편은 그렇다고 쳐도 애들을 낳고 악착같이 살았던 곳이야. 그래서 정이 들었지. 다른데 가서 살라고 하면 못 살아. 애들 사는 아파트나 빌라로 가서 살면 정말 편하지. 그런데 거기로 가지 않고 여기서 나 혼자 있어. 
거기에 가면 손주들 얼굴도 보기 힘들어. 학교 갔다 늦게 오지, 집에 있다고 해도 어릴 때나 할머니랑 함께 있으려고 하지, 다 크니까 방에 들어가 안 나와. 컴퓨터에 붙어 앉아 정신이 없어. 며느리도 어려워하고 아들이라고 해봤자 일 나가면 늦게 들어오지. 그러니 나 혼자 뭐해. 답답해 못 살겠어. 그래서 다시 왔어. 사는 것 같잖아. 50년 넘게 같이 살아온 이웃이 있으니까 세상 그것보다 좋은 게 어딨어?”
 아직도 만석동 아카사키촌 언덕 위 골목에는 일제 강점기 대동제강소 ㅁ자형 사택이 있으며, 한국전쟁 후 피난민 가옥, 60~70년대 농촌이주민 가옥 등 다양한 시간의 겹을 간직하고 있는 집들이 한 블록 안에 모여 있습니다.

이성진 
인천골목문화지킴이 대표
duruhana@naver.com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15>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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