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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효과 (자기 이름이 들어간 물건, 사람 등을 좋아하는 심리)

2019년 10월호(120호)

by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2019. 12. 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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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비)심리 한 번 드려다 볼까요? 6] 

이름 효과

(자기 이름이 들어간 물건, 사람 등을 좋아하는 심리)

 

 점점 더 복잡해져가는 세상에서 우리의 뇌는 하루에 약 2만 번의 결정을 내린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는 일상적 부담을 덜어주면서, 자기 회사의 제품을 사게 만드는 심리 전략을 경쟁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 방법은 사용자가 자기 이름 전부가 아닌 자기 이름의 첫째 철자와 일치하는 상표를 고르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핵심이 되는 제품의 질과 용도, 그리고 가격에 대해 사용자가 가져야 할 관심을 흐리게 만들면서 말입니다. 이런 것을 2002년 미구엘 브렌들 Miguell Brendl이 밝혀내고 그것을 ‘이름 효과’라고 불렀습니다. 예를 들면 닐스 Nils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초콜릿을 살때 누텔라 Nutella 먹는 것을 좋아하고, 베르너 Werner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독일산 맥주 바르슈타이너 Warsteiner를 마시기 좋아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는 배경에는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가장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 좋은 것이 결국 자기 정체성 자체인 이름에 귀착되고 그 이름과 부드럽게 연관이 되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가지는 겁니다. 둘 이상의 물건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망설여질 때에, ‘어쩐지’ 나와 연결된 느낌을 주는 것에 손이 가게 되는데, 그 ‘어쩐지’에 바로 연결되는 것이 우리가 늘 되뇌고 애지중지하게 가지고 다니는 자기 이름인 겁니다. 심지어 이름 전체가 아니라 그 이름의 첫 알파벳을 가진 제품이라도 선택하려는 매우 비합리적인 존재가 인간인 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행태가 물건을 향해서만이 아니라, 이 ‘어쩐지’가 내가 가는 장소, 내가 하는 행동, 내가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결국 이것은 내가 나에게 하는 심리적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짓궂은 심리학자들이 야구에서 삼진 Knok-out, 즉 K가 일어나는 현상을 조사해 보았는데 놀라운 결과를 집계했습니다. 과연 이름이나 성이 K로 시작되는 야구선수는 K 당할 확률이 다른 선수보다 월등하게 높았던 겁니다. 또 다른 심리학자들은 한 사립대학의 석사과정의 학생들 중에서 이름이 C나 D인 사람들을 무려 15년간 조사한 결과, 실제로 이들이 나쁜 점수를 받은 경우가 많았다는 믿기지 않은 사실을 보고하였습니다. 심지어 어떤 직장이나 그 직장의 사장을 선택하는 일에 있어서도 이런 이름 효과가 나타난 것을 보고한 심리학자들도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자기가 살 곳도 자기 이름을 따라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낸 학자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루이스 Louis란 이름을 가진 남자는 루이지내나 Louisiana 주에 살 가능성이, 버지니아 Virginia라는 이름의 여성은 미국의 그 유명한 미국 동부 버지니아 Virginia 주에 살 확률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한 겁니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많은 야구선수들처럼 점쟁이에게 가서 거금을 주고 운수 대통할 이름을 받아 법률적으로 개명할까요? 아니면 이 원수 같은 ‘어쩐지’를 눈 크게 뜨고 들여다보며 처단해 버릴까요? 내 이름을 가지고 수동적으로 살까요? 아니면 능동적으로 재해석해 가면서 살까요?


 첫째, 타인(주로 기업들)이 나를 구슬리는 교묘한 심리 전략을 향해서 물건 구매의 1차 원칙인 질, 용도, 가격이라는 삼박자만을 보겠다고 작심하며 물건을 조금 천천히 꼼꼼하게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은 어떨까요? 


 둘째, 부모들은 대부분 좋고 의미 있는 이름을 자녀에게 지어주려 하지만, 드물게 매우 어리석은 이름을 자녀에게 지어주는 경우에는 개명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예:‘말자末子’). 무엇보다 내 부모님이 매우 선하고 좋은 의도로 주신 이름 자체에 의해 내 삶이 결정된다는 수동적 생각에서 벗어나, 내 운명은 내가 능동적으로 개척하는 것이라고 확증하며 사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예를 들어 K라는 성이나 이름을 가진 야구선수라고 할지라도 그 조상의 성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K를 ‘보석의 K’로, 자신을 보석 같은 존재, 나이가 들어갈수록 K 값이 높아지는 존재로 여기려는 ‘능동적’ 역발상을 감행할 수 있습니다. 


 셋째,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조직, 장소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매우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록 나의 이름과 상관이 없다 하더라도, 또 나의 능력이 크지 않아도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조직, 사람, 장소에서는 내가 쓰임새가 많은 가치 있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나에게 능동적으로 부여하려는 가치는 언제든지 한계가 있으며, 영속적 가치와 의미를 남기지 못합니다. 이 영속적 의미의 문제는 ‘너는 나의 보배로운 존재 ’segullah라는, 우리 부모님의 부모님과 같은 분의 작명을 받아들인다면 해결될 것입니다.

 

경기도 군포시 윤기석

 

이 글은<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20>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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